올빼미의 숲

―사회비평 선언

소영현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7월 24일 | ISBN 9788932030296

사양 변형판 140x210 · 297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비평의 미래를 탐색하는 암중모색의 기록
정밀한 분석으로 묻는 비평의 새로운 가능성

 

문학평론가 소영현이 새 연구서 『올빼미의 숲―사회비평 선언』(문학과지성사, 2017)을 출간했다. 소영현은 2003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문학장과 사회에 던져진 문제의식을 성실하게 분석하며 꼼꼼하고 섬세한 비평을 선보여왔다.

소영현은 한국 문학의 현재를 주시하며, 문단 내 적폐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비평의 경직성을 고찰한다. 때문에 이 책은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비평의 현재를 문제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비평이 무용하다라는 식의 결론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평이 현재 처한 시공간 속에서 비평의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에 논의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위기라는 반복되는 문제의식 속에서 그럼에도 비평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지평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전시켜나간다. 특히 문학이 가진 공감의 힘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공적인 힘을 회복하도록 하는 역할로서의 ‘사회비평’을 제시하며, 예술과 삶 사이에서 비평의 기능을 재수립할 것을 요청한다.

 

 

지속되는 위기 속
비평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빼미의 숲』은 1. 비평,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글로 시작한다. 최근 문단을 휩쓸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드러난 충격에 더해 내심 모두들 인지하고 있었던 문학의 위기와 비평의 위기라는 문학장의 현실 속에서 비평가로서의 소영현은 ‘비평이 무엇인지, 비평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스스로 묻고 충실히 답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문단 내에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던져진 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비평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다. 3. 지식인비평()에서 작가비평()에서 소영현은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문학사를 훑으며 비평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 사정을 되짚는다. 비평가이기 이전에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집단이었던 1960년대 비평가들은 ‘개인-사회-국가’로 이어지는 견고한 세 꼭짓점을 중심으로 미래상을 설계하고, 전근대적 속성을 끊어냄으로써 근대성을 선취해야 한다는 목표와 역할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의 비평의 공간에서 ‘국가’라는 틀이 폐기됨과 동시에 젊은 비평가들의 비평은 지극히 개별적인 텍스트로 침잠했고, ‘지식인-비평가’가 공유했던 공통의 것을 대체할 사회적인 지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 부여되었던 특권적 지위와 도덕적 책무가 지워진 현재, 비평가들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쉽게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내지 못한 채 고민과 탐색을 지속하는 셈이다.

더불어 소영현은 본격문학으로서의 소설만 남은 한국 문단의 분위기로 인해 독자와 문단의 연결 고리가 어떻게 얇아졌는지를 지적하고(6. 실천 행위로서의 비평 혹은 독서), 출판의 상업주의와 문단의 폐쇄성, 위태로운 문예지의 현실(10. 비평의 공공성과 문학의 대중성」 「11. 비평 민주화 시대의 비평) 등을 분석한다. 비평을 둘러싼 각각의 주체들이 가지는 맥락을 두루 고려함으로써 비평의 위기를 좀더 면밀히 파악해내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논의를 한국 문단과 비평가로 한정 지어 서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비평이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미래의 비평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가는 데에 주력한다.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비평의 길
공감을 키워드로 한 사회적 상상력

 

비평이 기존의 준거 틀을 상실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짚어내지 못한다는 것과 별개로 비평은 본질적으로 ‘애매하다’는 것인 소영현의 지적이다. 하나로 모으기 어렵고 단독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는 비평 고유의 특이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낯선 것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지금-여기서 재수립할 수 있는 비평의 기능이 아닐까. 이러한 비평의 특징을 바탕으로 소영현이 이 책을 통해 제안하는 것은 ‘사회비평으로의 전회’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비평은 사회를 비평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문학이 가진 공감의 힘을 복원하고, 문학이 내장한 사회적(공적) 상상력을 포착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는 곧 과거 ‘지식인-비평가’가 인지하지 못하고 배제했던 ‘사회적인’ 것의 복원 작업을 뜻한다.

사회비평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재의 문학이 사회와의 연관성을 필수적으로 내제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시체, 좀비, 유령 등 타자의 범주에 속하는 얼굴들이 소설을 통해 소환되었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감정들이 이 타자의 눈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소영현은 현재 문학장에 마련된 변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이어진 흐름으로 본다. 현재 한국 문학에서 피어오르고 증폭되는 감정, 정념 혹은 감성과 그것이 제출된 사회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매개하는 자리에 비평이 놓여야 하는 셈이다. 8. 변해야 비평이다에서 소영현은 권여선, 편혜영의 소설을 통해 현재의 문학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지표를 해석한다. 개별적인 고통이 개별적으로 머무는 것을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보편적 정서를 환기해내는 지점들을 짚어내고 감성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문학과 사회 간의 상관성을 비평이 재소환할 때 사회비평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왜 감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해 9. 감성적 사회비평의 가능성에서 그 단서를 남긴다. 이는 문학장도 피할 수 없었던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상에 내면화되어 있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거치지 않고서는 ‘인간’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감정을 통과한 사회비평을 비평의 가능성으로 제출하는 논의는 비평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힘에 억압된 현재의 시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 비평의 가능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비평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이자 기능으로, 문학이 내포한 사회적 상상력의 힘을 끌어내고 보편적 힘으로 독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저자가 제안한 사회비평의 기능이 있는 것이다.

 

 

■ 책머리에

칠흑 같은 문학-숲에서 파국의 전조를 응시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두운 숲 너머를 미리 봤다고도 생각했다. 비평의 물질성을 더듬거리며 본 것, 감지한 것,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좀더 소리 높여 말해야 한다고, 이제 날갯짓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믿었던 것 같다. 2015년 이후 문학장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지금 이곳의 문단 풍경을 둘러보자면 표절 사태에서 #문단_내_성폭력 고발 사태까지, 한국문학이 처한 난국 앞에서 위기라는 말조차 사치스러운 푸념이 되었다. 혼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비평은 문단 적폐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좀 냉정하게 돌아보자면 돌연 불어온 변화의 회오리 앞에서 차곡차곡 쌓아왔다고 여겼던 다른 비평을 위한 그간의 사유-상상이 그저 어두운 숲 한가운데 웅크린 눈먼 올빼미의 무용한 망상이었을 뿐임을 확인해야 했다. 삶 혹은 현실 쪽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비평의 착시가 아니라 시대 요청에 적절하게 개입하지 못한 비평의 경직성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문제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새삼 폭로된 비평의 무능과 대면한 시간이 아니다.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이제 누구도 비평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며 더 이상 어떤 기대도 걸지 않게 된 현실에 너무 늦게 눈뜨게 된 상황인 것이다. [……]

비평이 구석에 처박힌 철 지난 사과처럼 보인다 해도 문학-삶에 대한 비평의 필요성 자체가 그리 쉽게 폐기될 수는 없다. 비평은 몰락하는 것들의 질긴 미련을 마지막 한 자락까지 지켜보는 최후의 파수꾼이다. 허무주의적 종말론으로 치닫지 않고 스스로도 알지 못하거나 감지하지 못하는 미래를 열어줄 유일한 실마리인 것이다.

태도로서의 비판에 대한 환기와 함께 이 책에서 낮은 목소리로 제안하는 것은 사회비평으로의 전회(였)다. 사회비평 선언은 사회에 대한 비평의 요청이 아니다. 비평이 놓인/놓여야 할 콘텍스트인, 시공간적으로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시야에 대한 환기이다. 문학과 사회, 예술과 삶 사이의 관계 재설정을 의식하여 감성을 키워드로 한 사유-상상에 사회비평의 이름을 붙여두었고, 거기에서 희미하나마 시대 정합적 비평의 얼굴을 스케치해보았다. 문학의 사회적 상상력에 대한 환기는 문학 혹은 비평의 본래적 기능 복원이 아니라 지금-이곳의 문학적, 정치사회적 환경이 요구하는 비평 기능의 재수립을 의미한다. 본래적으로 대상 의존적인 비평의 속성에 의해 비평의 존립은 텍스트화된 삶에 ‘감응하고/감응되는’ 과정 자체에서 입증되어야 한다.

삶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을 거대한 집체의 힘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이미 많은 것들을 과거의 시간으로 밀어 넣었다. 그 힘에 떠밀리듯 지금 우리는 거대한 변혁의 입구에 이미 성큼 들어와 있다. 흔들리고 흐르며 변해야 비평이며 흔들리는 비평만이 미래의 문학 혹은 다른 삶의 기미를 잡아챌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의 지속적 유효성 속에서도, 지금 이곳에서는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어둠의 미묘한 흐름과 그 유동성의 예기치 못한 효과를 가장 나중까지 응시하는 일에 사유를 통한 세계 상상인 비평의 시대적 요청이 놓인 것은 아닌가 되새기게 되는 시절이다. 이 책은 문학, 아니 다른 삶의 흐릿한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출구 없는 미로를 더듬었던 논의의 기록이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사유의 파편들이 스스로는 알지 못하거나 상상하지도 못할 삶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고백건대, 급작스럽게 열려버린 출구 앞에서 그간의 사유-상상이 시효 만료된 상황을 확인하게 되어 당혹스럽다. 하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과 내일이 그만큼 또 기대되기도 한다. 이 책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문학-삶의 미래를 두고 의미 있는 실패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17년 7월

소영현

목차

책머리에 사회비평 선언

프롤로그 비평의 우울을 고백하다
1. 비평,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2. 좀비비평 혹은 비평의 유령
3. 지식인-비평(가)에서 작가-비평(가)로
4. 연구와 비평 사이, 메타문학의 곡예
5. 문학사의 젠더
6. 실천 행위로서의 비평 혹은 독서
7. 공적 상상력과 감성적 사유
8. 변해야 비평이다
9. 감성적 사회비평의 가능성
10. 비평의 공공성과 문학의 대중성
11. 비평 민주화 시대의 비평

에필로그 비평가의 존재론
참고문헌

작가 소개

소영현 지음

2003 『작가세계』에 「낯설고 불편한, 새로운 유희의 시작―최윤론」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직은 책으로 『문학청년의 탄생』 『부랑청년 전성시대』 『분열하는 감각들』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 『하위의 시간』 『감정의 인문학』(공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공저) 『감성사회』(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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