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오생근·조연정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7월 10일 | ISBN 9788932030272

사양 변형판 128x205 · 288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한국 문학사 최초 시집 시리즈 500호 돌파
앞으로의 40년을 향한 새로운 시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
불을 기억하고 있는 까마득한 석기 시대,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꺼내가라
–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에서

 

한국 시단의 주요 장면을 담아낸 최대 규모 컬렉션

지난 40여 년간 한국 현대 시사에 선명한 좌표를 그려온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어느덧 통권 500호를 돌파하여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를 출간했다.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시작한 문지 시인선은 시인 211명의 시집 492권과, 시조시인 4명의 시선집 1권, 연변 교포 시선집 1권, 평론가 10명이 엮은 기념 시집 6권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 최초, 최대 규모의 시집 시리즈이다. 최근 통쇄 82쇄를 돌파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에서부터,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통쇄 63쇄),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52쇄),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46쇄) 등 당대의 굵직한 베스트셀러이자 꾸준한 스테디셀러들을 다종 보유하고 있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변화해온 문학의 현장 한복판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 탐문을 참신한 언어와 상상력으로 묻고 답해온 많은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문학적 ‘사건’으로서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2017년 여름 500호를 맞았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세계를 향해 나아간 40년의 역사

문학과지성사는 시인선에 100권의 시집이 추가될 때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앤솔러지 시집을 출간해왔다. 100호 시집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김주연 엮음, 1990)를 시작으로, 100번대 시집들의 서시序詩만을 묶은 『시야 너 아니냐』(성민엽 정과리 엮음, 1997), 200번대 시집들에서 사랑에 관한 시를 고른 『쨍한 사랑 노래』(박혜경 이광호 엮음, 2005), 300번대 시집에서 ‘시인의 자화상’을 주제로 시인들의 자선작을 모은 『내 생의 중력』(홍정선 강계숙 엮음, 2011)이 차례대로 출간되었다. 시인선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100호가 출간된 이래, 약 6~8년 주기의 속도로 100권씩 시집이 누적되어왔다. 발문에서 평론가 조연정이 지적했듯,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위상이, 특히 시의 위상이 어떻게 축소되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일정 기간 동안 큰 편차 없이 차곡차곡 시집을 출간한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또한 올해 출간된 도서를 포함한 시인선 전체 499권 중 약 88%에 해당하는 439권이 한 회 이상 중쇄되었다는 사실은,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자족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닌 독자와 세계를 향해 꾸준히 나아갔다는 증거라고 읽힐 만하다.

 
시인과 독자가 함께 만든 500번째 책

“이번 시집은 독자가 만든 시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사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에 실린 130편의 시들은 그것을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것으로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온전히 그 자신의 가능성을 발산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절의 시들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시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이 구원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러한 믿음이 거꾸로 이 시들을 살게 한 것도 사실이다. 문지 시인선이 40년간 500권의 시집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시와 우리가 철저히 서로에게 의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조연정 발문, 「우리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에서

500번째 시집이자 시리즈 내 전종을 대상으로 기획된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는 초판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세월에 구애됨 없이 그 문학적 의미를 갱신해온 시집 85권을 선정하여, 편집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오생근, 조연정의 책임하에 해당 시집의 저자인 65명의 시인마다 각 2편씩의 대표작을 골라 총 130편을 한데 묶었다. 제목은 수록작 중 황지우 시인의 「게 눈 속의 연꽃」의 구절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의 일부를 차용하였고, 시와 함께 발문과 시인 소개, 그리고 그간의 시집 목록 등으로 구성하였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제들과 함께 선 출발점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시의 위기론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시를 읽는 독자들이 점차 감소되어온 오늘날, 시를 오직 시 쓰는 사람과 문학 애호가 일부에게만 가치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또한 많은 예술 종사자들이 겪듯 부족한 사회적 안전망 탓에 시인들의 생존 자체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한편 억압 없는 삶의 가능성을 상징해온 시를 장르 자체로 신비화하거나, 시인 자체를 낭만화하여 누군가에게 억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일도 뼈아프게 지적되었다. “무용한 것의 쓸모”, 권력과 무관한 존재로서 읽고 쓰는 이들을 해방되게 하는 예술로 오래 함께해온 시는 여러 당면 과제를 안은 채 우리 앞의 시간들을 치열하게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문학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문학과 사회의 복잡한 연관을 추적한다는 문지의 고유한 특징”(문학평론가 정과리)을 살리면서도 “전위의 언어로 최극단의 세계를”(시인 이원) 이루어낸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당분간 시의 가능보다 시의 무능이 더 많이 증명되더라도, 오로지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쉽게 증명되지 못하더라도” “오래도록 살아남아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갱신하고 결국에는 시의 가능을 증명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문학평론가 조연정). 앞으로의 40년, 새로운 500권의 시집으로 시를 통해 ‘누군가의 삶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지켜질 수 있길 기대한다.

 
■ 뒤표지 글

시는 우리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시는 우리가 시가 아니었다면 절대 볼 수 없던 것, 들을 수 없던 것, 만지고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보고 듣고 만지게 한다. 시는 인간의 감각 능력이 무한한 것임을 증명하면서 우리의 존재론적 지평을 넓힌다. 더불어 시는 진리에 관한 인간 사유의 폭과 넓이도 확장시킨다. 사실 시를 쓰거나 읽는 체험은 대단히 내밀한 것인데, 시를 둘러싼 이러한 체험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특별한 강도로 집중하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의 감각과 사유를 ‘나’의 외부로 확장하도록 한다.

당분간 시의 가능보다 시의 무능이 더 많이 증명되더라도, 오로지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쉽게 증명되지 못하더라도, 문지 시인선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갱신하고 결국에는 시의 가능을 증명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 시가 우리를 직접 구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시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의 삶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만은 포기되지 않으면 좋겠다.
— 조연정 발문, 「우리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에서

 

■ 편자 소개

오생근은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 졸업 후 1983년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지은 책으로 『삶을 위한 비평』 『현실의 논리와 비평』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 『위기와 희망』 『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우호학술상, 대한민국학술원상, 편운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연정은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이다.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평론집 『만짐의 시간』이 있다.

목차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마종기 바람의 말
우화의 강 1
김영태 걸레
등신같이
최하림 나는 너무 멀리 있다
빈집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김형영 꽃구경
노루귀꽃
오규원 지는 해
강과 둑
신대철 우리들의 땅
극야
조정권 신성한 숲 1
매혈자들
이하석 투명한 속
폐차장
김명인 동두천 1
침묵
장영수 동해 1
시가 나에게 내리는 소리
김광규 영산
작은 사내들
고정희 지리산의 봄 1
수의를 입히며
장석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박남철 지상의 인간
주기도문, 빌어먹을
김정란 시와 힘
나의 시
문충성 제주바다 1
묘비
이성복 1959년
남해 금산
최승호 세 개의 변기
자동판매기
최승자 삼십세
즐거운 일기
김혜순 또 하나의 타이타닉 호
한 잔의 붉은 거울
김정환 사랑 노래 2
구두 한 짝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박태일 미성년의 강
구천동
최두석 노래와 이야기
춘열 양반전
남진우 죽은 자를 위한 기도
가시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슬픔이 나를 깨운다
기형도 빈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장경린 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
다음 정류장이 어디냐
김윤배 설레임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
아름다운 재앙
송재학 얼굴을 붉히다
별을 찾아 몸을 별로 바꾸는 이야기가 있다
송찬호 구두
동백 열차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불우한 악기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유 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6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2
김휘승 꼬리가 있었다는데
사람?
조 은 무덤을 맴도는 이유
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채호기 지독한 사랑

김기택 바늘구멍 속의 폭풍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땅 속의 꽃
차창룡 똥의 계급의 첨예한 반영이다
우리들의 찌그러진 영웅
이정록 개똥참외
의자
박라연 무화과나무의 꽃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함성호 56억 7천만 년의 고독
봄내,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이윤학 구더기의 꿈
잠만 자는 방
이진명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여름에 대한 한 기록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
최정례 햇살 스튜디오
레바논 감정
조용미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꽃 핀 오동나무 아래
박형준 달팽이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김태동 푸른 개와 놀았다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
이 원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전자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김소연 극에 달하다
끝물 과일 사러
이수명 얼룩말 현상학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성기완 서시
46 빈손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가재미
이장욱 정오의 희망곡
당신과 나는 꽃처럼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아욱국
이기성 열정

김행숙 친구들
이별의 능력
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서른 살
이성미 네가 꿈꾸는 것은
나는 쓴다
김이듬 세이렌의 노래
일요일의 세이렌
하재연 라디오 데이즈
일요일의 골동품 가게

발문 우리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
시인 소개

작가 소개

오생근·조연정 엮음

오생근은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 졸업 후 1983년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지은 책으로 『삶을 위한 비평』 『현실의 논리와 비평』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 『위기와 희망』 『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우호학술상, 대한민국학술원상, 편운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연정은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이다.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평론집 『만짐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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