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118호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5월 31일 | ISBN 977122728500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5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여름호를 펴내며

 

이번 여름호 본권의 키워드는 리뷰다. 『문학과사회』는 지난해 혁신호 준비 과정부터 리뷰란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re-view. 여기엔 리뷰의 폐기, 리뷰의 심폐소생을 위한 해법 등이 포함되었다. 고민만 쌓일 무렵 편집동인은 비평가와 작가 들에게 조언과 지혜를 구했다. 리뷰 특집은 그 결과물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리뷰 특집은 두 개의 큰 꼭지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현장 비평가들이 길어 올린 ‘리뷰 VS 리뷰’이다. 김주선, 노태훈, 선우은실, 이은지는 『문학과사회』의 제안을 개개인의 활력과 여력에 맞게 소화하면서, 근작(近作)을 중심으로 무난함 · 무관심의 흐름 아래 지나가버린 한국 소설을 재평가했다. 아울러 호평과 극찬의 분위기에 묻혀 미세하게 들리는 비판의 볼륨을 키우는 글도 보내주었다. 다른 하나는 ‘페미니즘의 창으로 다시 읽는 한국 소설’이다. 『문학과사회』는 문단 내 성폭력과 젠더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갈 것을 약속드린 바 있다. 과호에서 수기, 비평적 에세이, 이론 탐독을 꾀했다면 여름호에서는 페미니즘적 시각을 개입시켜 지난 한국 소설을 복기했다. 이를 위해 구병모, 김성중, 조해진, 최은영 소설가가 동참해주었다. 4인 4색의 발굴적 · 복원적 리뷰를 통해 작가의 오늘을 있게 한 ‘동력으로서의 페미니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호부터 은희경의 신작 「빛의 과거」가 연재된다. 친하진 않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여긴 친구가 어느 날 소설가가 되어 내 눈앞에 있다면? 그녀와의 만남 이후 주인공은 대학 시절로 돌아가 소실된 기억을 찾아 나선다. 독자 여러분의 잔잔한 독서와 호흡으로 장편의 첫걸음을 맞이해주시면 고맙겠다. 지면이라는 우주에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걸음걸이를 고수해온 정 찬, 배명훈, 박민정, 윤고은, 황정은은 새 단편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다. 역시 여러분의 육안과 페이지 넘기는 손맛을 기다린다.

 

루소 연구자 김영욱의 비평적 에세이 「혼자서, 마지막 한 번 더」, 사회학 연구자 김건우의 번역으로 소개되는 페르디난트 퇴니스의 「법치국가와 복지국가」는 인문과 지성 코너를 맛깔나고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이론적 쟁투와 현실을 향한 사색을 오간 흔적을 읽으면서, 필자들이 슬그머니 내놓은 예리한 발톱을 확인하고 만져주시면 고맙겠다. 한편 알튀세르의 논의와 그 독해를 중심으로, 우리가 한동안 정형화와 전형화의 틀 속에 내버려둔 재생산이라는 화두를 꼼꼼하게 재추적하는 인류학자 김현경의 「재생산의 문제 설정」은 필자 사정으로 한 회 휴재한다. 독자들의 너른 이해를 구하면서, 인간을 조망하는 사회과학 이론의 재해석과 문학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필자의 활력을 응원한다.

이번 『문학과사회』 여름호 하이픈 특집인 은 바로 시인의 눈으로 에너지와 여력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문학과사회』는 에세이의 형식을 띤 사전, 좌담으로 시인의 삶과 목소리를 나누고자 했다. 일찍이 영국의 산업화 시대를 몸소 겪었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저항의 대상으로 유리즌Urizen을 지목했다. 노동의 참극과 비애를 노래한 이 시인에게 유리즌은 활력을 앗아가는 늙은 거인이자 “에너지를 제한하는 입법자”였다. 특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노동-직업(박준, 성동혁, 임경섭, 장수진)’ ‘제도-등단(김하늘, 석지연, 이훤, 황유원)’ ‘세대-단절(김승일, 안미린, 한인준)’ ‘시장-독자(손미, 서윤후, 유진목, 임승유)’ ‘운동-연대(안태운, 안희연, 정영효)’라는 항목 아래 각자의 유리즌을 고찰하고, 그 고투를 들려주었다. 에세이의 원래 의미가 ‘시도, 계량, 숙고’였음을 감안한다면, 시인들이 외치는 고투의 고찰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를 다는 시도이자, 얼마나 다른 시각으로 생활의 하중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숙고한 작은 기록이다. 동시에 이 기록은 여백에 둘러싸인 검은 시어란, 시인이 자신의 여력을 쏟아 최선의 경주를 벌인 끝에 나온 엄선의 결과물임을 증언하는 비밀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비밀이란 그저 “작가가 남겨둔 수수께끼나 비의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텍스트가 해석에 의해 소진되지 않고 매번 새로운 텍스트로 살아나는 미적 생산성을 보존하고 창출하는” 기폭제다. 물론 시 주위의 여백을 동전으로 긁으면 당첨금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어를 지탱하고 감당하는 여백의 무게를 둔중하게만 전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가보겠다는 데서 만들어진 시인들의 위트가 독자 여러분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들이 마련한 풍성한 잡담회를 통해 그들도 우리처럼 불행하군, 하며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인의 글쓰기가 당신을 위한다는 헛헛한 약속의 남발이 아니라, 미약하나마 당신과 함께하려는 수줍은 손인사임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특집을 위해 유희경 시인과 오은 시인이 게스트 에디터로 힘을 보탰다. 유희경 시인은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경험과 산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늘날 시 읽는 독자의 정체를 묻는 단상을 보내왔다. 그리고 오은 시인은 시와 시인을 에두르는 오해와 이해를 소탈하게 나눠보는 좌담을 구현우, 김민우, 박세미, 유계영 시인과 꾸렸다. 그리고 본권의 신작시 코너에서 김명인, 김행숙, 김중일, 정한아, 김이강, 이현호, 이선욱, 원성은 시인은 광학에 기반한 시력(視力)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시-력(詩-力)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문학과사회』에 새로 들어온 에너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제1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윤은성 씨가 당선되었다. 수상을 축하한다. 선정의 이유와 당선 소감은 본권에서 보실 수 있다. 신인문학상 심사자들은 무엇보다 당선을 위해 여력을 쏟아 부은 사람들의 의지를 챙기려 했다. 그리하여 장시간의 릴레이 토론을 벌였다. 하나 고민 끝에 소설과 평론 부문에선 당선작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소설과 평론 부문에 투고해주신 많은 응모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향후 신인문학상에 도전하려는 잠재적 응모자들과 함께 그 연유를 심사 경위와 해당 부문 심사평으로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1. 문학평론가 황예인 씨가 새 편집동인으로 들어왔다. 문학 편집자로도 활동해온 황예인 씨는 평소 한국 문학의 흐름을 예민하고 성실하게 짚어온 평자인 동시에, 출판 현장 속에서 문학 편집자의 전문성을 영민하게 발휘해온 분이다. 비평가로서의 감각 · 에디터십을 고루 갖춘 황예인 씨와 함께 『문학과사회』는 지적 모색을 게을리하지 않는 비평지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 황예인 씨의 영입을 필두로 기존 여성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 조연정, 이경진의 꾸준한 활약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1. 『문학과사회』가 혁신호 체제를 표명한 뒤, 지난 2016년 가을호를 시작으로 이번 여름호까지 네 권의 혁신호를 발간했다. 사계절을 돈 셈이다. 그간 『문학과사회』를 지탱해온 실질적 에너지원을 판권장이 아닌 본문 지면으로 소개하고 싶다. 먼저 『문학과사회』 담당 편집팀이다. 다양한 편집자론이 있지만 편집자는 필자의 바닥난 체력이 글에서 느껴지지 않도록 그 여력을 챙겨주는 지식노동자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지 필자/저자의 에너지를 대리하고 보완하는 것이 아닌, 한 편의 기록물을 위한 능동적 관여와 협력에서 비롯된다. 이근혜 수석편집장을 위시하여 최지인, 조은혜 편집자 덕분에 혁신호 체제는 가동되고 있다.

 

문예지의 혁신과 디자인의 관계가 에너지의 화려한 발산으로 수렴되는 가운데, ‘고요의 디자인’으로 『문학과사회』를 세팅해온 유윤석 디자이너와 프랙티스 팀도 소개하고 싶다. 저널리즘과 문학 관계자들이 혁신이라는 테마 아래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었을 때, 프랙티스 디자인팀은 혁신을 위한 혁신에 쫓기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읽기와 보기와 가독성이라는 기본 요소를 챙기며 기존의 『문학과사회』가 놓친 점을 갱신해오고 있다. 프랙티스의 노고 덕분에 문예지 혁신을 완전한 탈바꿈/뒤바꿈이 아닌 차근차근한 정리로 인식할 수 있었다. 여러분이 지금 손에 쥐어든 『문학과사회』에는 편집팀의 세심한 문학적 탐지가 담긴 시커먼 연필 자국, 풍성한 코멘트가 달린 빨간 펜 표식,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고심한 프랙티스의 사전 스케치와 그래픽디자인이 내장되어 있다.

 

  1. 한국 사회는 문재인이라는 새 대통령을 맞았다. 세간을 뒤흔든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파동 당시 문재인 후보는 리스트에 오른 시인에게 미안함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난해 문학계 사람들과 나눈 문자 중 대부분이 미안하다였다. 서로의 미안함과 괴로움을 교환한 무수한 문자메시지는 여력조차도 떠올릴 수 없는 한국 문학의 현실이었는지 모른다. 여름엔 모두 기뻤으면 좋겠다.

―여름호 서문: 「우리는 서로를 에너지로 바라보게 되었다」(편집동인 김신식)에서

 

하이픈 보기 -> http://moonji.com/book/13124/

목차

여름호를 펴내며 23


김명인 유전자전 외 1편 28
김행숙 굴뚝청소부가 왔다 외 1편 32
김중일 어깨로부터 봄까지 외 1편 37
정한아 꽃들의 달리기, 또는 사랑의 음식은 사랑이니까 외 1편 42
김이강 바위산 외 1편 46
이현호 말은 말에게 가려고 외 1편 50
이선욱 심술 외 1편 54
원성은 트리플렛 외 1편 56

소설
정 찬 카일라스를 찾아서 63
배명훈 춤추는 사신(使臣) 92
박민정 바비의 분위기 114
윤고은 물의 터널 145
황정은 MANNING TREE 158
은희경 [장편 연재 1회] 빛의 과거 173

기획 | 리뷰와 발견
기획 1 리뷰VS리뷰
김주선 (비)재현과 행간의 언어/기록장치로써의 의식 그리고 무의식 233
노태훈 비장함을 버릴 때 오는 것들/소재주의라는 매혹과 실패 242
선우은실 기억의 유실물센터에서/객관 현실과 소설적 해석, 그리고 문학적 전망 251
이은지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이국(異國)이라는 아파니시스를 넘어 258

기획 2 페미니즘의 창으로 다시 읽는 한국 소설
구병모 세상의 모든 전장(戰場) 266
김성중 너를 위해 세상의 미운 단어를 모두 바꿀 수 있다면 271
조해진 페미니즘이라는 희망 276
최은영 서른넷의 은수 281

지성
김영욱 혼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287
페르디난트 퇴니스 법치국가와 복지국가 [번역 김건우] 303

제1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발표
시 부문 윤은성 「공원의 전개」 외 4편 318

색인 346
정기구독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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