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희곡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5

이상우 책임편집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2월 15일 | ISBN 9788932029818

사양 변형판 135x207 · 63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사회와 예술에 골몰해온 한국 현대희곡 100년사

시대정신과 경향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 10

 

한국 최초 근대희곡인 이광수의 「규한」(『학지광』, 1917)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2017년을 맞아, 한국 현대희곡사를 대표할 만한 작품 열 편이 묶인 『한국 현대희곡선』(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5)이 출간되었다. 1930년대 사실주의극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유치진의 「토막」과 함세덕의 「산허구리」에서 시작하여 1990년대까지 각 시기마다 시대정신과 연극 경향을 대표할 만한 희곡을 골고루 선별하여 묶었다. 책임 편집을 맡은 연극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이상우는 작품 선별 기준과 책의 구성에 관하여, 시대별 대표 극작가들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작품성과 대중적 지지를 받아온 희곡을 중심으로 선하였고, 사실주의극이 주류 양식이면서도 비(非)사실주의의 역류와 마주치면서 발전해온 한국 현대연극사의 맥락을 고려하여 두 장르를 균형감 있게 안배하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유치진, 함세덕, 오영진, 차범석 희곡의 사실주의 경향과, 이근삼, 최인훈, 이강백, 이현화, 오태석, 이윤택 희곡의 비사실주의 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사실주의극의 정수: 유치진, 함세덕

한국의 신극은 1930년대 극예술연구회의 결성을 통해 확립되었으며, 유치진, 이무영, 이서향, 함세덕 등의 창작극은 근대 사실주의극이 성립되던 초반 크게 기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인 유치진의 「토막」(1932)은 당시 대표적인 극빈층이었던 토막민의 비참한 삶을 통해 식민지 농민의 보편적 궁핍을 형상화한 희곡이다. 7년간 기다리던 아들이 유골로 돌아왔을 때, 가족들마다 보이는 분노와 초탈, 다짐 등의 반응은 아들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민족의 비애, 혹은 민중의 비애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를 반영한다고 독해된다. 또한 이런 시대 인식은 후기 극예술연구회를 통해 연극계에 입문하게 되는 극작가 함세덕의 「산허구리」(1936)에 의해 계승되었다.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희곡 또한 식민지 민중의 지독한 궁핍과 피폐한 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둘째 아들이 풍랑을 만나 주검으로 돌아오며 비극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족들이 보여주는 비장함, 광기, 초탈, 자각 등의 반응에서 「토막」과 유사한 시대인식도 엿볼 수 있다.

 

해방기와 전후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오영진, 차범석

194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오영진은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하였으나 해방 이후 희곡으로 당대 사회상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1949)를 통해 해방을 맞아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재빠르게 변신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회주의자 반민족행위 부역자들의 탐욕성을 풍자하고 조롱했다. 이후 1950년대 중후반 대표적인 전후 신세대 극작가로 꼽을 수 있는 차범석은 「불모지」(1957)를 통해 전후 사회의 병리 현상을 흥미롭게 극화하였다. 그는 전후 현실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비판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노동과 학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경운·경재를 허황된 망상에 빠져 파별한 경수·경애와 대비시키며 도래할 사회의 희망과 전망을 제시하였다.

 

현대적 우화극을 통한 현실 비판: 이근삼, 이강백

1960년대는 근대 사실주의극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비사실주의극이 등장하는 전환기적 의미를 가진 시기다. 당시 연극계는 이른바 동인제 극단들에 의해 부조리극, 서사극, 전위극 등 다양한 형태의 탈사실주의극이 시도된 실험과 도전의 시대였다. 그러한 시대 변화의 맏형 격 역할을 한 극작가가 이근삼이다. 그의 대표작 「국물 있사옵니다」(1966)는 서사극 양식을 근간으로 하며, 주인공이 관객 앞으로 나서 해설자의 역할을 맡는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거나 극중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토로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사실성, 비사실성의 추구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실험이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우화적 기법을 본격화한 극작가로서 이근삼의 계보를 잇는 작가가 이강백이다. 「봄날」(1984)은 우화 대신에 전래의 「동녀(童女)설화」에서 우의적 상황을 끌어와서 모든 것을 가진 탐욕스런 아버지와 거기에 불만을 갖고 대응하는 7명의 아들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설화라는 우화적 설정의 토대 위에 동화 속 인물처럼 묘사된 아버지와 자식들이라는 우화적 인물 설정, 그리고 시, 그림, 영상, 연주, 속요, 산문, 약전, 편지 등을 각 장에 배치하여 서사극적 효과를 불러일으킨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전통의 재창조와 실험 사이에서: 최인훈, 이현화

1970년대 한국 연극의 키워드는 전통과 실험이었다. 한국 연극이란 무엇이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강렬하게 제기되었던 시기로, 이는 주로 전통의 현대적 재창조 작업을 통해 나타났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1976)는 최인훈의 희곡 가운데 한국적 비극 세계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작품으로,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민중 영웅인 아기장수가 민중(자기 아버지) 스스로의 손에 의해 제거된다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한 아기장수가 어머니를 용마에 태우고 아버지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결말에서 화해와 용서라는 한국적 비극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이후 1970~80년대 한국 연극계에서 전위적 연극 실험 작업에 가장 앞장선 극작가로 이현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극단적인 부조리성과 의사소통의 불가능성, 세계의 무자비한 폭력성 등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의 연극실험은 파격적이었고, 난해했으며, 당시 연극계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카덴자」(1978) 역시 세조의 왕위 찬탈과 그에 대한 사육신의 항거를 기본서사로 설정했으나, 관객으로 설정된 여성을 연극에 끌어들이는 방식을 통해 관객에게 오늘날의 정치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

 

놀이적 연극을 위하여: 오태석, 이윤택

20세기 말 한국 연극은 오태석과 이윤택이 주도하는 놀이적 연극이 풍미하는 시대였다. 그들의 연극 역시 근본적으로는 전통과 실험의 접목을 주조로 삼고 있어 최인훈, 이현화의 희곡과 맥락을 공유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오태석과 이윤택의 희곡에는 비극성 대신 전통 연희의 근간이 되는 놀이성과 신명의 정신이 내재되었다, 이윤택의 「오구―죽음의 형식」(1989)은 오구굿과 장례의식이라는 전통적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전통 양식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해체, 재구성하는 방식은 매우 기발하고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산오구굿, 노모의 죽음, 상례, 초상집, 저승사자 등장으로 이어지는 극의 서사가 죽음이라는 인생의 가장 비극적 장면을 극단적으로 희화화하여 즐겁고 신명나는 놀이의 현장으로 치환시킨다. 한편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0)는 고전소설 「심청전」 서사를 놀이적 상상력으로 흥미롭게 패러디 하면서 세기말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고전에서 심청이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인당수에 뛰어들었다면, 이 극에서 심청이는 난폭한 사회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폭력, 방화, 살인 등 위악적 폭력은 몸에서 핏빛 분수를 뿜어내는 인간 타깃 놀이, 거대한 어항으로 표현되는 용궁 세계, 장난감 자동차로 표현되는 소방차의 출동, 종이박스들로 만들어진 새우잡이 배 등 기발한 놀이적 상상력으로 형상화된다.

 

■ 작가 소개

 

유치진은 1905년 경남 거제군에서 태어났다. 1931년 신극단체 ‘극예술연구회’의 창립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데뷔작 「토막(土幕)」을 비롯해 「빈민가」 「버드나무 선 동리풍경」 「소」 「자명고」 「원술랑」 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 전신)와 서울연극학교(서울예술대학 전신)를 설립하였고, 1974년 사망하였다.

함세덕은 191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36년 『조선문학』에 「산허구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연이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해연(海燕)」이 당선되었다. 「동승」 「무의도기행」 「낙화암」 「고목」 등의 희곡을 발표했으며, 해방직후 조선연극동맹에 참가하여 활동했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 사망했다.

오영진은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맹진사댁 경사」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해녀 뭍에 오르다」 「한네의 승천」 등을 발표했고, 시나리오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 최우수희극상을 수상했다. 1952년 월간 『문학예술』 주간을 역임했으며, 1974년 사망했다.

차범석은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밀주」로 가작 입선하고, 이듬해 같은 지면 신춘문예에 「귀향」이 당선되었다. 「불모지」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 「산불」 「꿈하늘」 등을 발표했다. 2006년 사망했다.

이근삼은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원고지」 「국물 있사옵니다」 「유랑극단」 「30일간의 야유회」 「일요일의 불청객」 「막차 탄 동기동창」 등을 발표했고, 『오닐 단막집』 『인지 희곡선』 등도 번역 출간하였다. 민중극장 대표로 활동했으며, 2003년 사망했다.

최인훈은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다. 1959년 『자유문학』에 「GREY 구락부 전말기」 「라울전」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소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등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서울극평가그룹상 등을 수상했다.

이현화는 1943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요한을 찾습니다」가 당선되었다. 「누구세요?」 「카덴자」 「0.917」 「산씻김」 「불가불가」 등을 발표했고, 서울극평가그룹상, 현대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이강백은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개뿔」 「파수꾼」 「봄날」 「칠산리」 「동지섣달 꽃본듯이」 「영월행 일기」 등을 발표했다.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시민K」 「오구―죽음의 형식」 「문제적 인간 연산」 「어머니」 「시골선비 조남명」 「백석우화」 등을 발표했고,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를 역임했다.

오태석은 1940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었다. 「초분」 「태」 「춘풍의 처」 「자전거」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도라지」 등을 발표했으며, 동아연극상 대상, 백상예술대상, 대산문학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목화레퍼터리극단 대표를 역임했다.

목차

일러두기
토막_유치진
산허구리_함세덕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_오영진
불모지_차범석
국물 있사옵니다_이근삼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_최인훈
카덴자_이현화
봄날_이강백
오구―죽음의 형식_이윤택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_오태석

작품 해설
한국 현대희곡의 계보를 찾아서/이상우
작가 연보 및 주요 작품 연보
참고 문헌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이상우 책임편집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극평론가이자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유치진 연구』 『근대극의 풍경』 『식민지 극장의 연기된 모더니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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