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시 삼백수

스님들의 붓끝이 들려주는 청담淸談을 읽는다

정민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1월 5일 | ISBN 9788932029634

사양 변형판 140x200 · 627쪽 | 가격 23,000원

책소개

“행간을 훑자 그 속에 그 사람이 있다”

 

정민 교수가 엄선해 소개하는 스님들의 시 삼백수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스님들이 툭 던진 말씀들
스님들이 들려주는 담백한 언어의 매력을
정민 교수의 아름다운 번역으로 만나다

먼지 쌓인 옛 문헌들을 탐구하여 그 속에서 깊은 통찰을 길어 올려 소개해온 인문학자 정민 교수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한시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에 이어, 이번에는 스님들의 시 삼백수를 소개한다. 고려 중기의 승려 우세 의천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까지 서른한 명의 스님들이 무심한 듯 던지는 다섯 자, 일곱 자의 말. 비슷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문득 다른 세계가 보인다. 소순기蔬筍氣, 즉 채소와 죽순만 먹고 살아 기름기가 쫙 빠진 담백한 언어의 매력을 정민 교수의 아름다운 해석으로 만날 수 있다.
담박한 문장 속에서 내솟는 선승들의 형형한 정신
빈자리에서 문득 들여다보이는 생의 진면목

산속 절의 적막한 풍경, 늙어감의 덧없음, 생의 회한, 무無 자 화두, 무생無生, 깨달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선시는 언뜻 보면 다 그게 그거 같다. 화두처럼 던져져 그 속뜻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정민 교수는 옛 문헌이 익숙지 않거나 불교 용어가 낯선 독자들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선시禪詩 원문을 우리말로 풀이하고 어휘 풀이와 간결한 비평을 덧붙인다. 그는 깊은 사유를 담은 농축된 말에 평을 덧붙이는 것이 오히려 군소리가 될 여지가 있다며 자신의 비평을 하나의 독법으로만 참고할 것을 권한다. 스님들의 정제된 언어는 우리가 생각할 공간을 한껏 넓혀놓는다. 선승들의 말씀을 가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생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언외言外(324쪽)

삼만 축의 시서에도 들어 있지 아니하고
오천 함의 경전과도 아무 관계없다네.
말하기 전 담긴 뜻이 이미 새어 나오니
문자로 수고롭게 다시 가리키리오.

不在詩書三萬軸 非關經論五千凾
부재시서삼만축 비관경론오천함
言前已洩靈潜意 文字何勞更指南
언전이설영잠의 문자하로갱지남
—중관 해안(中觀 海眼), 「지수 영잠에게 답장으로 주다(智水靈潜贈答)」
종소리(416쪽)

다시 오매 옛 알던 이 아무도 없고 보니
사미승이 반절하며 어디서 왔나 묻는구나.
그래도 옛 다락의 찬 종소리 들려오니
맑은 소리 변함없이 나 오기만 기다렸네.

再到無人舊顏開 沙彌半揖問何來
재도무인구안개 사미반읍문하래
猶聞古樓寒鐘在 不改淸音待我廻
유문고루한종재 불개청음대아회
—함월 해원(涵月 海源), 「다시 용추사에 와서(再到龍湫寺)」

범속한 현실에 짓눌려 살아가는 우리의 왜소한 마음에 선승들의 담담한 말씀은 미세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눈앞의 현실만 생각하던 데서 한 발 떨어져 나와 흩어졌던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해볼 수 있게 만든다. 마음을 가누기 힘들 때마다 틈을 내 한 수 두 수 정리했다는 정민 교수를 따라, 독자들도 하루에 한 수씩 음미해보면 좋을 것이다. 막막한 삶의 문제들을 풀어갈 실마리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문 속으로

 

아침 내내(380~381쪽)

아침 내내 밥 먹어도 무슨 밥을 먹으며
밤새도록 잠잤어도 잠잔 것이 아니로다.
고개 숙여 못 아래 그림자만 보느라
밝은 달이 하늘 위에 있는 줄을 모른다네.

終朝喫飯何曾飯 竟夜沉眠未是眠
종조끽반하증반 경야침면미시면
低首只看潭底影 不知明月在靑天
저수지간담저영 부지명월재청천
—동계 경일(東溪 敬一), 「우연히 읊다(偶吟)」

밥을 계속 먹었는데 배는 하나도 안 부르고, 밤새 쿨쿨 잤는데도 여전히 졸린다. 웬일일까? 무슨 일일까? 먹어도 그냥 먹고 자도 그저 자서 그렇다. 밝은 달은 푸른 하늘 위에 저토록 환하건만 어리석은 중생이 고개를 숙인 채 연못 위 달그림자만 쳐다보고 있구나. 달 보라고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데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어이 손가락 끝만 보는고.
구름 속(520~521쪽)

꾀죄죄 흰머리 늙은 노인이
처마 밑서 땔나무 장작을 팬다.
지팡이 멈추고 앞길 물으니
손을 들어 구름 속 가리키누나.

白首龍鍾老 簷前柝火松
백수용종로 첨전탁화송
植杖問前路 擧手點雲中
식장문전로 거수점운중
—월하 계오(月荷 戒悟), 「석문 노인(石門老人)」

“여보, 노인장! 절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흐트러진 머리로 처마 밑에서 소나무 장작을 도끼로 패던 노인이 허리를 펴더니 말없이 앞산 구름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손가락 끝 따라가던 눈길이 그만 망연해진다. “스님! 잊어버리고 한참 더 가세요. 아직 멀었어요.” 찾는 것은 늘 구름 속에 있었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목차

들어가며

세월 앞_우세 의천
헛수고_우세 의천
봄꿈_우세 의천
차 달이는 향기_무의 혜심
소림 소식_무의 혜심
흰머리_무의 혜심
차향_무의 혜심
탁족濯足_무의 혜심
고향_무의 혜심
연못_무의 혜심
적막_무의 혜심
뜬 인생_원감 충지
날마다_원감 충지
기쁨_원감 충지
고사리_원감 충지
폭설_원감 충지
바다 보물_원감 충지
분명分明_원감 충지
새해_원감 충지
솔바람_원감 충지
가을_원감 충지
갈까마귀_원감 충지
동행_원감 충지
득실_원감 충지
한바탕 꿈_원감 충지
죽 한 사발_원감 충지
차 석 잔_원감 충지
코뚜레_원감 충지
우레 비_원감 충지
나는야_원감 충지
아무 일도_원감 충지
꾀꼬리_원감 충지
하루_원감 충지
그제야_원감 충지
불법佛法_원감 충지
적막_원감 충지
흥_원감 충지
봄 깊어_원감 충지
백운_태고 보우
여섯 창문_벽송 지엄
막야검_벽송 지엄
원통圓通_벽송 지엄
도 배움_벽송 지엄
진면목_벽송 지엄
옷 한 벌_벽송 지엄
소리와 빛깔_벽송 지엄
낙화풍_벽송 지엄
달마_벽송 지엄
멍청이_벽송 지엄
고사리_허응 보우
오십_허응 보우
지견知見_허응 보우
도톨밤_허응 보우
머루_허응 보우
고한高閑_허응 보우
피라미_허응 보우
종소리_허응 보우
염려_허응 보우
도리어_허응 보우
구도_허응 보우
웃노라_허응 보우
산 채로 잡다_허응 보우
귀머거리_허응 보우
허깨비_허응 보우
피리 소리_청허 휴정
공중의 새_청허 휴정
이름_청허 휴정
빈 산속_청허 휴정
산 깊어_정관 일선
값없는 보물_정관 일선
각각각각_정관 일선
아침 해_정관 일선
본래_정관 일선
낙엽_정관 일선
치악산_정관 일선
일곱 근 장삼_정관 일선
구슬_정관 일선
일없는 사내_정관 일선
나비 꿈_정관 일선
서쪽에서 온 뜻_정관 일선
솔방울_정관 일선
용천검_정관 일선
칼끝_정관 일선
자각_정관 일선
통쾌_정관 일선
꾀꼬리_제월 경헌
작별_제월 경헌
그저_제월 경헌
둥근 등불_제월 경헌
탁발_제월 경헌
빈 절에서_제월 경헌
적막_제월 경헌
약속_제월 경헌
행각_제월 경헌
평생_제월 경헌
대장부_제월 경헌
장부의 뜻_제월 경헌
천진불_제월 경헌
쯧쯧_제월 경헌
어인 일_제월 경헌
뜬구름_부휴 선수
눈앞의 꽃_부휴 선수
텅 빈 물건_부휴 선수
무심_부휴 선수
발분發憤_부휴 선수
묵좌_부휴 선수
무생無生_부휴 선수
푸른 눈_부휴 선수
옛 가르침_부휴 선수
웃음거리_부휴 선수
한바탕 웃음_부휴 선수
종소리_부휴 선수
꿈속 신세_부휴 선수
소식_부휴 선수
봄 산_부휴 선수
간파_부휴 선수
뜬 목숨_부휴 선수
경세_부휴 선수
단좌端坐_부휴 선수
탈각_부휴 선수
버들_송운 유정
입조심_송운 유정
염화_송운 유정
뒤집힌 배_송운 유정
절벽_송운 유정
의심덩어리_송운 유정
한 방_송운 유정
면벽_송운 유정
도강渡江_송운 유정
참선_송운 유정
깨달음_청매 인오
생각_청매 인오
앎_청매 인오
가석타_청매 인오
면벽_청매 인오
봄잠_청매 인오
가을_청매 인오
어부_청매 인오
그리움_청매 인오
나무하고 물 긷기_청매 인오
붉은 잎_청매 인오
분별심_청매 인오
몸에게_기암 법견
거울 속_기암 법견
단풍_기암 법견
잡초_기암 법견
냇물 소리_기암 법견
마음껏_기암 법견
쇠피리_기암 법견
빗소리_기암 법견
흰 구름_기암 법견
염불 소리_기암 법견
뜰 앞의 잣나무_기암 법견
걱정_진묵 일옥
곡조_중관 해안
장안 길_중관 해안
언외言外_중관 해안
이름_중관 해안
새해_중관 해안
마음 밖_중관 해안
한번 웃고_중관 해안
토끼 뿔_중관 해안
진공_월봉 무주
나를 찾아서_월봉 무주
생로병사_월봉 무주
무생無生_월봉 무주
철벽_월봉 무주
바다_월봉 무주
회광반조_월봉 무주
마음 부처_월봉 무주
돌돌돌_월봉 무주
천진_월봉 무주
깔깔_월봉 무주
참투參透_월봉 무주
공염불_월봉 무주
헛일_월봉 무주
배회_한계 현일
심우尋牛_한계 현일
태허太虛_동계 경일
아침 해_동계 경일
맑은 바람_동계 경일
달 구슬_동계 경일
활안活眼_동계 경일
무념_동계 경일
아침 내내_동계 경일
우습다_동계 경일
꼭두각시놀음_풍계 명찰
봄꽃_함월 해원
깨달음_함월 해원
이 속에_함월 해원
꾀꼬리 노래_함월 해원
안빈_함월 해원
종용從容_함월 해원
천년_함월 해원
육근六根_함월 해원
지족知足_함월 해원
표주박_함월 해원
심법_함월 해원
하산_함월 해원
활안活眼_함월 해원
허깨비_함월 해원
적막_함월 해원
종소리_함월 해원
허깨비 꿈_월파 태율
목마르면_월파 태율
두견새_월파 태율
활계活計_월파 태율
솔바람_월파 태율
분명_괄허 취여
마음 바다_괄허 취여
심법_괄허 취여
빈주賓主_괄허 취여
비방_괄허 취여
성색聲色_괄허 취여
본래의 몸_괄허 취여
달빛 긷기_괄허 취여
소춘풍笑春風_괄허 취여
일출_괄허 취여
이름_괄허 취여
때때로_괄허 취여
완급_괄허 취여
으뜸 사람_괄허 취여
새벽달_괄허 취여
갈림길_괄허 취여
소리마다_괄허 취여
내 이름_괄허 취여
꿈속_괄허 취여
부싯돌_괄허 취여
눈 감고_연담 유일
아직도_연담 유일
취미_연담 유일
표범_연담 유일
흰 쥐 한 쌍_연담 유일
달빛_연담 유일
술_연담 유일
일촌광음_연담 유일
낚시_연담 유일
잊음_연담 유일
잔월_연담 유일
공空_연담 유일
개 가죽_경암 응윤
정면_경암 응윤
말과 침묵_경암 응윤
극락의 봄_경암 응윤
새벽종_아암 혜장
주렴 가득_아암 혜장
목어_아암 혜장
주역 공부_아암 혜장
서쪽 하늘_아암 혜장
목련_아암 혜장
반나절 잠_아암 혜장
애증_월하 계오
마음 간수_월하 계오
종_월하 계오
구름 속_월하 계오
한때_월하 계오
마음_월하 계오
달빛_월하 계오
꿈_월하 계오
물새_월하 계오
낙화암_월하 계오
봄소식_월하 계오
청산_철선 혜즙
능엄경_철선 혜즙
보슬비_철선 혜즙
거미줄_철선 혜즙
산비둘기_철선 혜즙
고드름_철선 혜즙
나비_철선 혜즙
자적自適_철선 혜즙
국화_철선 혜즙
파초_철선 혜즙
물아物我_철선 혜즙
금강산_철선 혜즙
사나이_화담 법린
안팎_화담 법린
관음보살_화담 법린
불과佛果_화담 법린
염려_화담 법린
방초 언덕_해담 치익
목동 일_해담 치익
바보_해담 치익
염불_해담 치익
천추만고_해담 치익
옛길_해담 치익
새벽_해담 치익
입조심_해담 치익
분수_해담 치익
여색_해담 치익
믿음_해담 치익
뿌린 대로_해담 치익
자업자득_해담 치익
초가을_석전 영호
비바람_석전 영호
소식_석전 영호
마음속 달빛_석전 영호
벚꽃_용운 만해
앵무새_용운 만해
파초_용운 만해
적막_용운 만해

작자 소개

작가 소개

정민 엮음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 교수.

먼지 쌓인 옛 문헌들을 탐구하여 그 속에서 깊은 통찰을 길어 올려 우리에게 소개해왔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한시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5언절구 편』에 이어, 이번에는 스님들의 시 삼백수를 소개한다. 무심한 듯 던지는 다섯 자, 일곱 자의 말. 비슷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문득 다른 세계가 보인다. 소순기蔬筍氣, 즉 채소와 죽순만 먹고 살아 기름기가 쫙 빠진 담박한 언어의 매력을 저자의 아름다운 해석으로 만날 수 있다.

지은 책으로 『한시 미학 산책』 『비슷한 것은 가짜다』 『미쳐야 미친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다산의 재발견』 『일침』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책벌레와 메모광』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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