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서사학

40가지 테마로 읽는 이솝 우화

김태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11월 16일 | ISBN 9788932029245

사양 변형판 125x200 · 25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나태한 매미, 자만에 빠진 토끼, 욕심 많은 나무꾼, 어리석은 사슴……
조롱당하고 부정당했던 우화 속 인물들을 좀더 진지하게 이해해볼 수 없을까?
이솝 우화가 명백한 의미를 전달하는 교훈담이라는 상식을 깨고
반-지혜와 반-교훈의 관점으로 읽는 새롭고도 낯선 독법!

 

무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이솝 우화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고전 중 하나다. 이솝 우화는 어린아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짤막한 이야기 형태로 삶의 지혜와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애호되어왔다. 특히 여우, 학, 늑대 등 각종 동물과 태양, 구름, 신 등을 주인공으로 하여 약육강식의 논리로 얼룩진 인간사를 풍자하며, 인간의 욕심과 자만, 나태 등을 경고하는 동시에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텍스트로도 널리 선호되어왔다. 그런데 이솝 우화를 단순하고 직설적인 교훈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나의 우화가 하나의 교훈으로 환원되는 것은 정당한가? 문학평론가 김태환 교수(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는 『우화의 서사학: 40가지 테마로 읽는 이솝 우화』를 통해 이러한 일반적 관념을 반박하고, 이솝 우화는 복잡하게 꼬여 있는 역설의 구조물로서 늘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인간 존재와 삶의 복합성을 포착하게 하는 이솝 우화 깊이 읽기

 

『우화의 서사학』은 일반적인 이솝 우화 읽기를 넘어선다. 이 책은 이솝 우화의 단순한 외관 속에 숨겨져 있는 복잡하고 풍부한 서사적 긴장을 펼쳐 보임으로써 익숙하게 알고 있던 우화를 비틀어 읽게 하며, 그레마스, 프로프 등이 제시한 서사학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이야기 담론을 이해하는 한편 ‘해석’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반-지혜와 반-교훈의 관점에서 우화 속 인물들을 한층 진지하게 조망해본다. 나태한 매미, 자만에 빠진 토끼, 어리석은 사슴 등 우화 속에서 교훈의 반대편에 선 자들, 그리하여 조롱거리가 되고 부정당하는 자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잘 알려진 교훈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고 인간 존재와 삶의 복합성을 포착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텍스트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왜 해와 바람은 외투 벗기기로 힘을 겨루었나?
왜 사슴은 왕을 시켜준다는 여우에게 두 번이나 속았을까?
매미는 이듬해 여름에 다시 노래를 불렀을까?

 

이 책은 수백 편의 이솝 우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40편을 선별해 ‘욕망과 능력’ ‘의지와 능력’ ‘강자의 논리’ ‘자기목적적 싸움’ ‘쾌락과 생존’ 등의 각기 다른 테마로써 읽어낸다. 목구멍에 뼈가 걸린 늑대는 학이 뼈를 빼주고 약속한 보상금을 요구하자 도리어 화를 내며 말한다. “배은망덕한 것 같으니.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무얼 더 달라는 거냐! 늑대의 입속에 대가리를 집어넣고 살아남은 녀석이 어디 또 있다더냐?” 이솝 우화의 세계에서 계약 위반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계약 위반으로 인해 단죄를 받는 일도 별로 없다. 정당한 계약의 질서가 파괴된 세계에서 생존하는 법은 함부로 계약하지 않는 것이며, 상대방의 의도를 지혜롭게 간파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 걸음 나아가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성찰해낸다. 강자는 약자에게서 정당한 보수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마저 갈취한다. 이처럼 지배는 물리적 힘의 차원과 정신적 차원에서 동시에 관철된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의 역설, 민중과 지배자의 ‘약속과 권력’의 교환이 가진 기묘한 역설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진다.

한편 「개미와 비둘기」 「쥐와 사자」 「독수리와 여우」 등 은혜 혹은 원수를 갚는 응보담에 관한 분석도 흥미롭다. 응보담의 논리는 교환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은혜를 베풀면 보답을 받고, 악행을 저지르면 보복을 당한다. 이러한 응보담이 제시하는 교훈은 ‘베풀면서 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훈을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 순간, 우화의 독자는 응보담 속 모범적 인물과는 멀어지게 된다. 응보담의 모순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선행을 장려하기 위해 보답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또한 「해와 바람」에서 힘을 측정하는 척도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장악한 해가 이중의 승리를 차지한 것이라는 분석이나 「토끼와 거북」에서 기존의 전형적 해석과는 달리 토끼에 대해 승리가 확실히 보장된 게임을 일부러 위험에 빠뜨리고 더욱 어려운 도전을 감수한, 즉 자기목적적 싸움의 논리를 충실히 따른 인물이라는 분석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남다르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기

 

이처럼 『우화의 서사학』은 간략하고 짧은 이야기의 심층을 파고들어 낯설게 읽기를 시도하며 다각도로 독해하고 우리 현실 사회에도 밀접하게 적용시켜본다. 동시에 서사 구조를 도식화하거나 논리 구조를 추출해내 우화 모델과 동화 모델의 차이를 밝히는 등 구조주의적 서사학, 기호학, 소설 이론들도 접할 수 있게 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간단하고 뻔한 의미를 지닌 우화가 터무니없을 만큼 진지하고 복잡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 책 『우화의 서사학』은 이야기 창작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야기의 얼개와 구성에 관한 힌트를 주고, 논술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는 어떻게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이 되어주며,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차원에서 읽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고전 텍스트 읽기가 가져다주는 지혜는 무한하다.

 

 

책 속으로

이솝 우화의 매우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 등장인물의 말로 끝난다는 점이다. 그러한 형식은 이후 우화 장르의 중요한 전통이 되었고, 그 영향은 카프카의 짧은 우화적 텍스트에까지 나타난다. 우화에서 이야기를 종결짓는 인물의 최종적 말을 종사라고 명명해보자. 종사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것은 「여우와 신 포도」에서처럼 반어적 문맥 속에 놓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인물의 어리석음, 뻔뻔함, 사악함, 비겁함 등과 같은 성격적 특징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결론적 논평으로 기능하는 종사일 것이다. 이 경우 종사는 우화 자체의 메시지, 즉 교훈을 대신한다. (2. 「말과 말지기: 우화의 수사학」, 17~18쪽)

 

주인과 사냥개 사이의 논쟁 구도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를 하게 하려는 사람과 그것을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사람 사이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너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안 하려고 하느냐? 나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걸 난들 어쩌란 말이냐. 실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러한 논쟁은 주인과 늙은 사냥개의 우화에서와는 달리 대부분 잘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의지와 능력은 객관적 관찰이 어려운 인간의 내적 상태에 관한 것이라서 무엇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의지 때문이냐 능력 때문이냐는 결국 주관적 해석의 문제로 귀착하고 만다. (12. 「늙은 사냥개: 의지와 능력」, 72쪽)

 

욕망이 이성의 작용을 방해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욕망은 실제로 충족되고자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오직 정확한 인식뿐이기 때문이다. 까마귀 이야기에서처럼 욕망은 이성과 조화를 이루며 협력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욕망은 흔히 이성과 갈등 관계에 빠지고, 터무니없는 환상을 낳고, 비둘기의 경우에서 보듯이 주체를 자기 파멸의 길로 몰아가기까지 한다. 비둘기는 결국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신세까지 완전히 망쳐버린다. 욕망은 왜 욕망의 충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환상을 지어내는 것일까? (18. 「목마른 새 이야기: 욕망과 이성」, 107쪽)

 

모방자는 무엇이 동일한 것인지,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한다. 동일성과 차이는 눈에 직접 보이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볼 수 있어야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있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만 의미 있는 모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설화나 우화 속의 모방자들이 보지 못한 것은 바로 주인공의 친절한 마음, 연민, 정직성 등이다.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상황의 동일성과 차이를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고 결국 서투른 모방, 즉 과다 모방과 과소 모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25. 「헤르메스와 나무꾼: 모방자와 심판자」, 152~53쪽)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지식의 체계와 모순되는 사태나 현상에 직면했을 때 호기심을 느낀다. 수수께끼가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수께끼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상식과 충돌한다. 수수께끼는 우리의 안정적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상식의 체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시급히 해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수께끼를 푼다는 것은 수수께끼와 상식을 화해시킨다는 것, 양자를 양립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27. 「데모스테네스와 당나귀: 호기심에 대하여」, 162쪽)

 

이솝 우화의 세계는 속임수와 배신과 악덕이 만연해 있는 세계다. 악한의 계략은 도처에서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악한은 언제나 선의를 가장하고 주인공에게 접근한다. 악덕은 숨겨져 있다. 악덕이 표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의 긴장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긴장이 해소되는 것은, [……] 악덕이 악덕으로서 폭로될 때다. [……] 이솝 우화의 목표는 세계의 진상에 대한 인식이고, 그것은 미화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현실, 즉 이기심과 탐욕, 어리석음, 약육강식의 논리로 얼룩진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온다. (33. 「늑대, 엄마 염소, 새끼 염소: 언어와 현실, 또는 우화와 동화 (2)」, 203~204쪽)

 

신화적 세계 속에서 신탁은 신의 게임이었고, 인간은 그 속에서 놀아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협잡꾼」 우화에서는 인간이 신에게 게임을 제안하고, 게임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우려한 신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형국이 된다. 주석가들은 이 우화에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협잡꾼을 나무라는 듯한 교훈을 붙였지만, 바로 이 우화야말로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승인하며, 신탁을 패러디하고 있는 것이다. (37. 「협잡꾼: 패러디로서의 우화 (2)」, 226~27쪽)

목차

들어가는 말

1. 개미와 매미: 이야기와 비가역적 시간
2. 말과 말지기: 우화의 수사학
3. 늑대와 학: 강자의 논리
4. 우물에 빠진 여우와 염소: 사기꾼의 조롱
5. 매와 비둘기: 약속과 권력
6. 궁수와 사자: 꾀 많은 영웅 혹은 사부아르-페르
7. 해와 바람: 힘과 척도
8. 여인과 살찐 암탉: 심술에 관하여
9. 여우와 신 포도: 이중의 실패담
10. 아이와 늑대: 자기목적적 싸움
11. 「여우와 신 포도」에 대한 보론: 욕망과 능력
12. 늙은 사냥개: 의지와 능력
13. 「늙은 사냥개」에 대한 보론: 바보와 영웅
14. 토끼와 거북: 두 도전
15. 병든 사자와 사슴: 욕망과 믿음
16. 아기 사슴과 엄마: 공포와 용기
17. 파리들: 쾌락과 생존
18. 목마른 새 이야기: 욕망과 이성
19. 고기를 물고 다리를 건너는 개: 욕망의 회의주의
20. 돌을 낚은 어부들: 기쁨과 즐거움
21. 여우와 사자: 두려움과 오만
22. 잡초와 채소: 자연 선택과 인간 선택
23. 늑대와 개의 싸움: 개는 왜 다양한가?
24. 목자와 늑대: 길들이기에 대하여
25. 헤르메스와 나무꾼: 모방자와 심판자
26. 양치기의 장난: 알림과 거짓말
27. 데모스테네스와 당나귀: 호기심에 대하여
28. 농부와 아들들: 일과 놀이
29. 사람과 사튀로스: 비유의 탄생
30. 손버릇 나쁜 의사: 무의식적 코드와 해석
31. 배부른 여우: 의미의 전이
32. 늑대, 엄마 염소, 새끼 염소: 언어와 현실, 또는 우화와 동화 (1)
33. 늑대, 엄마 염소, 새끼 염소: 언어와 현실, 또는 우화와 동화 (2)
34. 시골쥐와 서울쥐: 의미의 의미
35. 「시골쥐와 서울쥐」에 대한 보론: 가치 대상과 가치 체계
36. 헤르메스와 테이레시아스: 패러디로서의 우화 (1)
37. 협잡꾼: 패러디로서의 우화 (2)
38. 여주인과 하녀들: 인과 관계와 목적론적 관계
39. 나그네와 도끼: 응보담의 문법 혹은 불연속성의 연속성
40. 날개 잘린 독수리와 여우: 교훈의 해체

참고 도서
에필로그

작가 소개

김태환 지음

1967년 소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푸른 장미를 찾아서』 『문학의 질서』 『미로의 구조』 등이, 옮긴 책으로 페터 V. 지마의 『모던/포스트모던』, 한병철의 『피로사회』 『시간의 향기』 『투명사회』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삶과 나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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