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대 (무선)

이청준 전집 31

이청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10월 12일 | ISBN 9788932021119

사양 변형판 140x210 · 368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삶의 비의로 이어가는 공동체의 신화,

우리 삶정치를 변화시키는 문학의 가능성

 

이청준이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 『신화의 시대』가 《이청준 전집》 31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의 1부는 『본질과 현상』 2006년 겨울부터 2007년 가을에 걸쳐 연재되었고(1장 「선바위골 사람들」, 2장 「역마살 가계」, 3장 「외동댁과 약산댁」으로 구성), 이듬해 다시 이 부분만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물레, 2008)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문학과지성사 판에는 여기에 이어지는 이야기로서 미발표 원고인 「두 청년 이야기」(2부 1장)가 처음으로 함께 수록되었다.

 

우선 작품의 제목 ‘신화의 시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청준의 작품 세계를 자신의 뿌리 찾아 헤매기에 근거한 ‘작가적 정체성의 서사화’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구체성을 밝히고 현실과의 복잡하고 역설적인 관계를 사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밑그림으로서, 태생적 고향과 민중의 삶과 의식의 개입, 다시 말해 신화의 제의적 측면과 민중설화의 이야기성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실제로 그는 만년에 한 인터뷰를 통해 “역사가 지양해야 할 것이 무언이지 알게 해준다면 신화는 그 반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그의 장편소설 『춤추는 사제』에서 “기록과 유적들로 보존된 역사가 양지의 역사라면 전설과 민담의 그것은 음지의 역사일 수 있었다. 양지의 역사가 스스로의 진실을 위한 왜곡을 감행할 때 음지의 역사 또한 스스로의 진실을 위한 비상한 왜곡을 감행했을 수 있었다”라고도 적고 있다.

 

“이청준은 국권상실 이후의 비극적 역사에다 신화의 색채를 부여하고, 정치와의 근원적인 얽힘이자 내적인 싸움터인 신화의 세계를 창조한다. 이 미완의 작업에서 이청준이 꿈꾼 것은, 아기장수 설화가 그렇듯, 역사적 과거가 “일단 비극으로 완성”된 뒤 “그것을 다시 만인의 삶으로 함께 완성시켜나가는 이야기의 과정”(『비화밀교』)으로서의 신화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씻김과 치유의 소망인 동시에, 정치와 동일화되지 않으면서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관련을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진(문학평론가)

 

물론 어떤 가치든 맹목화되는 경우에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던 이청준이었던 만큼, 특히나 현실의 갈등을 규합하고 지배 권력과의 긴장 속에서 야기될 수 있는 신화의 위험성과 기만은 물론 그 역설의 가능성까지도 작품들 곳곳에서 함께 드러내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신화가 정치적 대립과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치유하는 화합의 가능성이기 전에, 자기 안에 새겨진 상반된 욕망들이 각축을 벌이는 장으로 우선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1980~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선 이청준 만년의 작품들에는 이러한 천착의 과정이 역력하다(중단편집 『이어도』 『비화밀교』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이상한 선물』에 묶인 다수의 중단편소설들과 장편소설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등).

 

이청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신화의 시대』는 유독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지배적으로 쓰인 소설이다. 그 만큼 배경이 되는 공간, 인물들의 이름, 가족 관계 등이 사실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한 축에는 기이한 출생담에서부터 신화적인 영웅 이야기의 성격을 띤 인물 ‘태산’이 결국엔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길로 나아가며 역사의 예견된 실패를 사는 모습이, 다른 한 축에는 이청준 자신의 작가적 자의식과 예술관이 투영돼 있을 ‘종운’의 성장과 예술가-되기의 과정, 그리고 ‘방랑자 신화’의 한계에 부닥친 그가 또 다른 신화를 찾기 위해 벌이는 내적 투쟁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가 남긴 육필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뿌리를 파헤쳐간 자전적 소설로 작가가 10년에 걸쳐 완성하려고 기획한 필생의 역작이 바로 이 『신화의 시대』이다.

 

1부는 작가의 고향 마을 선바위골에 흘러들어온 떠돌이 광녀 자두리를 비롯한 선바위골 사람들-양부 장굴 씨와 양모 약산댁네의 이야기(1장), 작가의 조부가 모델인 이인영을 중심으로 종운의 집안 내력(이인영의 장남인 남돌 씨와 외동댁네)과 정착의 과정(2장), 작가의 어머니에 해당되는 외동댁의 이웃 약산댁 아들 태산의 신비한 출생과 성장, 출향담으로 구성된다(1장, 3장). 태산은 미완성인 2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갈 신화적 인물이다. 이청준은 생전에 2부 얼개를 다 짜놓았지만, 그중 1장(「두 청년 이야기」)만 끝낼 수 있었다. 2부 1장 「두 청년 이야기」에서는 태산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종운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메모에 따르면 이청준은 2부에서 태산과 외동댁의 아들 종운을 두 축으로, 정치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양상을 그려나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3부는 종운의 아우인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그릴 예정이었는데, 주인공은 작가 자신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소설가의 삶은 2부의 태산과 종운의 삶을 발전적으로 지양하고, 지향하는 새로운 ‘베끼기’로 해석될 수 있겠다.

 

“정치와의 대결과 길항 속에서 부단히 자기 문학의 정체성을 탐색해온 작가 이청준이 맺지 못한 이야기를 우리는 여전히 이어서 쓰고 있다. 이를테면, 종운의 기질과 감수성을 물려받은 그는 태산이 나아간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길이나, 예술과 정치를 곧바로 동일화화는 방식 같은 것을 받아들였을 리 없다고. 그럼에도 그는 아마도, 낭만적인 예술가로서의 자기 세계를 지키려는 종운의 관점 또한 넘어서서, 정치사회적 현실과 격렬하게 접촉하는 문학의 길을 모색했으리라고. 우리는 거듭 되묻고, 다른 대답들을 이어나간다. 재현적 현실에 종속되거나 정치 그 자체로 치환되지 않으면서 더 깊은 차원에서 현실과 관련을 맺고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문학의 가능성은, 지금 우리에게도 언제나 진행 중인 모색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_박진, 해설 「신화로 쓰는 두 청년의 성장 이야기」에서

목차

1부
선바위골 사람들
역마살 가계
외동댁과 약산댁

2부
두 청년 이야기

해설_신화로 쓰는 두 청년의 성장 이야기_박진
자료_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_이윤옥

작가 소개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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