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

―존재의 변증법 5

정과리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8월 31일 | ISBN 9788932028910

사양 신국판 152x225mm · 555쪽 | 가격 27,000원

수상/추천: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책소개

()국면 위에 놓인 한국 문학

비평가 정과리가 제시하는 새로운 길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학교 국문과)가 새 연구서 『뫼비우스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존재의 변증법 5』(문학과지성사, 2016)를 출간했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프랑스 문학 이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국 문학 연구를 이어온 그는 이번 책에 20여 년에 걸쳐 씌어진 원고를 묶었다. 특히 등단 이후 쭉 이어온 ‘존재의 변증법’이라는 주제 아래 출간된 다섯번째 책으로서 그의 비평 활동의 맥을 잇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책으로는 『문학, 존재의 변증법』(문학과지성사, 1985), 『존재의 변증법 2』(청하, 1986), 『스밈과 짜임―존재의 변증법 3』(문학과지성사, 1988),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존재의 변증법 4』(역락, 2005)가 있다.]

0(「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때마다 위기는 달랐다」)의 논의를 통해 저자는 근대 이후의 ‘위기’는 재앙이 아니라 “근대인들의 의지”, 자신의 삶을 결정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기획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 양식을 결정해나가야만 함을 역설하며, 앞으로 이어지는 관점을 제시한다. 정보화 사회의 도래 이후 지구상의 생명은 개인이면서 동시에 집단에 속해 있고, 자율성과 상관성이 조밀하게 얽혀 있는, 한마디로 안과 밖이 유통하는 무한한 세계를 맞이했다. 이를 두고 정과리는 잠정적으로 “뫼비우스 국면”이라 부른다. 뫼비우스의 국면, 새로운 분면 위에 놓인 지구상의 존재와 한국 문학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 책은 전에 없던 상황에 직면한 한국 문학의 위기 상황을 짚고, 돌파구를 제시함으로써 그간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평론가로서의 고유한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도래한 새 분면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는 이 위기에 맞는 존재 양식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디지털 문명의 도래, 그 폭발적인 변화의 힘

문학의 죽음이라 불리는 시대를 고찰하다

 

1에서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 이후 20여 년의 시간 동안 벌어진 놀라운 변화와 그로 인해 달라진 국면에 대해 탐구한다. 게임, 싸이월드, 현재 가장 팽창하고 있는 페이스북 · 트위터 등의 SNS에 이르기까지 각종 디지털 세상에서의 놀이가 출현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디지털 문명의 공통적이고 근본적인 성질을 제시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변화와 위기의 상황을 짚어내고, 이 변화가 초래한 사회의 상황을 분석한다.

유령 시대에서 정과리는 디지털 공간의 세계관이 가지는 핵심 항목으로 실시간, 양방향성, 가상 현실을 꼽는다. 시공간의 제한을 넘어서 주체와 객체 간의 자유로운 상호 교류는 인간을 환경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더불어 가상 현실은 삶의 새로운 모습을 무수히 만들고 쪼개고, 덧대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사실상 “장밋빛 환상”처럼 보이는 정보화 사회의 이상적인 국면이 펼쳐진 셈이다. 모든 것이 가능해질 것만 같은 세계의 출현으로 인해, 폐쇄적이고 독해가 어려울 뿐더러 시공간의 제약까지 받는 ‘문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렇다면 문학은 저의 죽음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에 앞서, ‘문학은 정말 죽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정과리는 단호하게 문학은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기/호기의 변증법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기임을 지적한다. 그에 대한 이유로 저자는 문학이 항상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자기반성’ 장치 덕분이라고 말한다.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 자기 삶의 본원적인 뜻을 찾아가는 과정은 문학이 가진 핵심적인 힘이자 성질이다. 외면적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줄 것만 같았던 디지털 문명은 불행히도 이 자기반성 장치를 갖추지 못했고, 필연적으로 또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갱신해가는 문학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에 참여할 수 있는 힘, 현상의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내재하고 있는 한 문학은 죽지 않는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

세계로 가는 매개, 번역의 중요성

 

이어지는 논의에서 정과리는 본래의 연구 분야인 한국 문학으로 논의를 좁힌다. 지구상의 존재가 대면하게 된 문제는 실상 한국 문학이 겪게 된 위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문학이 갖는 특수성을 논의의 주제로 삼고, 그럼에도 어떻게 이 현상을 넘어설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해본다.

과거 한국 문학은 말 그대로 ‘한국어로 된’ ‘한국인의 정서’로 씌어진 문학을 일컬었다. 해방 직후 한국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게 된 이래 한국 문학은 한국어와 함께 받아들여졌고, 자국어의 보호 아래 발달해왔다. 이것은 과거에는 축복 같은 일이었지만, 이제와서는 한국 문학의 걸림돌이 되었다. 한국이라는 공간적, 정서적 울타리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에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과리는 세계어, 세계문학의 출현과 한국어, 한국문학의 생존에서 그 길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번역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한국 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알리는 일에 지속적으로 앞장섰던 평론가로서 정과리는 단연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설가 최윤과 번역가 파트릭 모뤼스를 들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나가는 길에 ‘번역’이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필수적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한국 사회의 독자적이면서 자율적인 측면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인들 내부에서 통용되는 문학의 맥락은 사실 ‘번역’이라는 매개가 없이는 이해가 불가함을 인정하고, 이에 집중함으로써 무한한 소통의 지평을 넓혀야 함을 역설한다. 이 외에도 3부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자리에서 발표한 글들로 채워졌다. 한국 문학의 고립된 위치를 넘어서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가 매개자를 자처하며 쓴 글들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정과리는 번역의 문제와 더불어 한국 문학 자체의 내실화에도 주목해야 함을 말한다. 매력적인 글들이 많을수록 번역을 위한 모든 노력도 빛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제2부와 제4부에서는 이러한 정과리의 논지를 위해 한국 문학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글들이 다수 실렸다. 저자는 한국 문학에 대한 뼈아픈 비판도 과감히 수행하며, 한국 문학 스스로의 갱신과 발전 가능성을 마련해야 함을 지적한다. 2에서는 한국의 소설과 시가 외부적인 요소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특히 한국 문학이 지난 세월 동안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이데올로기가 물러난 자리를 채우는 개인들의 ‘욕망’이라는 기제를 지적한다. 즉 현재의 문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삶의 근본성에 대한 물음의 실종’이라는 상황에 주목한다. 4는 문학과지성사 창사 30주년을 위해 씌어진 글 「『문학과지성』에서 『문학과사회』까지」를 시작으로 계간지 활동의 역사와 문학 비평의 현실을 되짚는다. 저자가 『문학과사회』 동인(1988~2004)이었음을 고려한다면, 계간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학 비평에 대한 그의 성찰의 지점은 되새길 만하다.

 

 

■ 책머리에

시사적이고 이론적인 성격의 글들을 모아 묶는다. 지난 25년 동안의 생각의 진땀이 굳어 밤톨이 된 것들이다. 왜 진땀인가?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비판적 감정들이 먹구름처럼 깔려 있다. 시와 소설을 읽을 때의 즐거움은 한발에 처했고 사회.문화 현상으로서의 문학과 문화를 공격하는 방아의 피댓줄을 돌리느라고 경황이 없다.[……]

 

모든 현상들은 서로에 대해 참조적이라는 점에서 동류다. 다시 말해 그게 생물이든 제도이든 모든 ‘있는 것’들에서는 (심지어 없는 것들에서조차도) 자율성과 상관성이 동시적으로 활성화된다. 이런 다중적 삶을 잘 살아내려면 안으로 조밀해지면서 동시에 밖으로 열려 나가는(희박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보자면, 파문을 일으키듯) 존재 양식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구상의 지적 생명은 전반적으로 그런 국면에 다다른 것이다. 나는 잠정적으로 이를 뫼비우스 국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새 운명이다. 한국문학은 위상기하학적으로는 세계문학의 구도 내에 위치하는 독자적 단위로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실용통계학상에서는 세계문학의 변방에 외따로 표류하는 알쏭달쏭한 오리 새끼 신세로 살아가고 있다. 이 두 모습 모두가 오늘의 한국문학의 ‘진실’이다. 그리고 이 진실은 그 양태 자체가 모순으로서 한국문학의 돌연변이를 위한 동인으로 기능해야 할 요동적 환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문학이 뫼비우스 국면에 돌입했다고 말하는 소이다. 이 시간적 단위를 공간화하면 한국문학의 새로운 출항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막 세계문학이라는 우주의 제1분면으로 진입하는 한국문학의 셔틀들을 상상해보자. 지금은 그렇게 단편들의 유영으로 나타나지만 언젠가는 한국문학의 함선이 통째로 문학 우주의 도킹 스테이션에 정박하고 마침내는 그 스스로 선회하는 하나의 항성으로 정착하여 공전하는 행성들에 세계의 문인과 독자 들이 쉼 없이 방문하고 이동하는 때가 와야 할 것이다. 그제는 한국문학의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전화하고, 한국문학의 지역적 담론이 일반 이론의 한 자율적 유파로서 쟁명할 것이다. 이 인공 생명의 자연 생명으로의 우주적 진화에 한 줌의 힘을 보태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목차

제0장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때마다 위기는 달랐다
―위기 담론의 근원, 변화, 한국적 양태

제1장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학의 생존
벌거숭이 지식인―한국 지식인의 위상: 어제와 오늘
프리암의 비상구
유령 시대―디지털의 점령
문학 언어와 멀티미디어
문학 언어의 미래, 문자와 비트 사이―이성복, 최윤, 송경아, 김설을 중심으로
정보 자본주의와 한국인의 행복
사생활의 보호를 넘어 디지털 문명의 자주관리로
트위터문학과 짧은 정형문학―SNS 시대의 문학의 존재 이유

제2장 이데올로기를 씹어야 할 때
이제 한국문학은 이데올로기를 씹어야 한다
한국시는 언제고 파괴를 살게 되려나리라
―존재 양식으로서의 파괴가 한국시의 장기(臟器)로 생성되기 위한 사적 조건
현재 탐닉의 문화에 저항하기 위해, 끊임없는 토란(土卵) 한 덩이를
신생의 사건으로서의 시
전쟁을 어떻게 넘어, 마주할 평화는 어떤 것인가?
―진화를 진화시켜야 할 까닭에 대한 성찰

제3장 세계문학의 은하에서 한국문학 창발하다
세계어, 세계문학의 출현과 한국어, 한국문학의 생존
한불문학수교의 어제와 오늘
1987년의 시점에서 본 한국문학의 역사와 내일
한국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문제
한국의 현대시를 이해하고 느끼기 위하여
순수 개인들의 탄생―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
마르크스주의와 한국 사회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세계문학과 번역의 맥락 속에서 살펴본 한국문학의 오늘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의 은하에 여하히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

제4장 문학의 더듬이는 굽이도누나
『문학과지성』에서 『문학과사회』까지―계간지 활동의 이념과 지향
계간지의 행로를 생각한다
한국문학비평의 딥 임팩트를 위하여
―벨맹-노엘의 『충격과 교감』이라는 혜성으로부터 퍼져온 전파의 반향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의 방식―연동 작용과 반영 관계에 대해
문화연구 추세를 돌이켜보고 앞날을 가늠하기
모든 인류 상호 간의 ‘속 깊은 환대’를 위하여

작가 소개

정과리

1958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조세희론」으로 입선하며 평단에 나왔다. 저서로 『문학, 존재의 변증법』(1985),『존재의 변증법 2』(1986),『스밈과 짜임』(1988),『문명의 배꼽』(1998), 『무덤 속의 마젤란』(1999),『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존재의 변증법 4 』(2005),『문신공방 하나』(2005),『네안데르탈인의 귀환─소설의 문법』(2008), 『네안데르탈인의 귀향─내가 사랑한 시인들·처음』(2008) ,『글숨의 광합성─한국 소설의 내밀한 충동들』(2009) 등이 있으며,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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