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 고혜선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8월 5일 | ISBN 9788932028866

사양 변형판 136x206 · 732쪽 | 가격 22,000원

책소개

“나는 인간이 사랑과 투쟁으로 만들어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시대의 증언자를 넘어 역사의 증언자로!
중남미의 자연, 인물, 역사를 총망라한 대서사시

 
사랑의 시인, 저항의 시인,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중남미 민초들을 대변한 칠레의 외교관 ·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작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네루다는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칠레를 위시한 중남미의 역사, 정치적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소박한 일상에 대한 반추 등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이다. 한국에서도 네루다가 등장하는 소설과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 시가 인기를 끌며 네루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나, 그의 대표작인 『모두의 노래』는 완역되지 못했었다.
작품의 방대함과 난해함, 중남미의 역사와 자연을 모르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역의 특수성 등이 번역, 출간의 장애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중남미의 자연과 역사, 문화에 정통한 옮긴이 고혜선은 주석을 꼼꼼히 달아 이해를 도왔다.
네루다가 자신의 최고 역작이라고 꼽은 『모두의 노래』는 총 15부 252편으로 엮인 대서사시로 네루다 특유의 역사의식과 만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표 시집이다. 대부분의 역사서가 아메리카에 대해 언급할 때, 마야 · 아스테카 · 잉카 문화를 간략히 언급하고 유럽인의 진출 이후부터 상세히 기술한다면, 네루다는 아메리카의 시원에서부터 역사서가 기술하지 못한 1950년대의 현대사까지 ‘노래’한다.

 

 

시대의 증언자를 넘어 역사의 증언자로!

 

나는 그대들의 죽은 입을 대신해서 말하리니
침묵을, 물을, 희망을 다오!

『모두의 노래』는 초기의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에서 보여준 주관적 시 세계, 그리고 초현실주의적인 『지상의 거처』에서 보여준 감상의 시 세계를 넘어, 칠레인, 아메리카인으로서의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고 인류의 정의 구현을 염원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상을 보여준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 당시 영사로 근무했던 네루다가 공개적으로 공화파를 지지하다 해임되어 귀국한 1938년부터, 파리의 난민 담당 영사를 거쳐 멕시코 총영사로 근무하고 돌아와 정치가로 활동하다 정권의 박해를 피해 1949년 망명하기까지의 시를 모아 1950년에 펴낸 것이다.
앞선 작품들에서 내면세계의 감정, 고뇌, 갈등을 표출했던 네루다가 시의 방향을 전환한 이유는 스페인 내전 때문이었다. 민중의 삶의 질을 좀더 높이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과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세력의 충돌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네루다는 시인의 역할이, 자신의 역할이 시대의 충실한 증언자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모국 칠레의 현실을 증언하려 했으나, 멕시코 총영사를 마친 뒤 귀국 길에 들른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그의 소명은 중남미 전체, 카리브 해 그리고 미국, 유럽의 그리스, 소련까지 공간적 범위를 넓힌다. 또한 잉카 시대의 유적을 보면서, 현재 시점부터 유적지를 건설한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 그 이전 시대, 아메리카에 인류가 살기 시작했던 시원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네루다는 시대의 증언자를 넘어 역사의 증언자가 되었다.
사회적 약자, 가난한 노동자, 평범한 민초들을 대변했던 시인 네루다는 중남미 원주민의 문화를 내적으로 소화하여 당대의 민중의 삶과 접합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그 역사를 말하려고 나 여기 있다.”
_착취와 수탈로 얼룩진 아메리카의 역사를 고발한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 소수의 사람들만이 감지하는 세계에 익숙한 귀를 가진 독특한 이 시인에게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네루다는 철학보다는 죽음, 지성보다는 고통, 잉크보다는 피에 근접한 시인이다.” _가르시아 로르카(스페인 시인, 극작가)

유럽인의 진출 이후 아메리카의 역사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수탈과 착취의 역사였다. 네루다는 고대부터 당시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고, 다시 현재 자신의 입장을 돌아본다. 유럽인에게 발견되기 전 아메리카는 마야 · 아스테카 · 잉카 · 칩차 · 아라우카 · 과라니 · 카리브 같은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이베리아 반도 해양강국들이 진출하면서, 아메리카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 대신 스페인어 · 포르투갈어를 배워야했고, 태양신 · 산신 · 케찰코아틀 대신에 하느님을 섬겨야 했다. 어제까지 주인이었던 자신들의 땅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살아야했다.
하지만 독립이 된 후에도 여전히 민중은 백인들로 이루어진 지배층에게 수탈과 멸시를 당했고, 사회 지배층 간의 암투는 그 옛날 정복 시대처럼 처절했다. 권력쟁탈전에 군대까지 동원하면서 쿠데타가 난무하고, 이 현상은 20세기 중반까지 이 지역의 정치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 경제적 자주권 역시 여전히 종속적이었다. 독립 후 스페인 왕실의 간섭을 벗어났지만, 자본을 앞세운 유럽 열강들, 특히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2차대전의 종말과 함께 냉전체제가 고착화하면서 미국을 등에 업은 중남미 독재자들은 더욱 더 강압적인 수단으로 통치했으며 그 강압의 주요 대상은 정적, 체제에 반대하는 지식인 및 일반 노동자, 농민이었다.
『모두의 노래』가 읊는 역사는 20세기 중반에 끝난다. 중남미 전역의 역사를 담은 이 시집은 아메리카 모든 나라에서 역사, 특히 역사의 이면을 공부하기 위한 필독서가 되었다.
현대의 『일리아드』, 모두의 ‘노래’

 

나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러 오지 않았다.

네가 나와 함께 노래하도록
노래하러 왔다.
(IX. 나무꾼이 잠에서 깨기를 _482쪽)

시인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시인에게 자신을 둘러싼 외적 현실은 부조리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주변 현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감시하고 반추하며, 이들을 이미지화해서 자신이 보는 관점의 세상을 시로 재창조해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시인은 시대의 충실한 증언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쓴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일리아드』, 중세 시대에 영웅을 기린 무훈시인 독일의 『니벨룽겐의 노래』, 프랑스의 『롤랑의 노래』, 스페인의 『시드의 노래』 역시 시인이 시대의 증언자 역할을 했던 좋은 예다. 네루다가 자신의 시집에 ‘노래 (canto)’를 제목으로 붙였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대서사시의 맥을 잇는 의미로 시를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하기 위해 자유시 형식으로, 악곡과 대중가요까지 삽입했고, 역사적 일화를 증언하기 위해서 ‘이야기하듯’ 노래했다.
네루다는 자신의 모국인 칠레, 이베리아 반도의 식민지라는 공통의 역사 유산을 가진 중남미,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 땅의 기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상황에 대해 방대하게 증언해, 이 책은 마치 중남미 저항사의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침략자와 외세에 대항하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또한 지배자에 굴하지 않는 민중의 저항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 책은 마치 온전한 민중의 독립국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20세기까지 이어져온 저항의 역사를 담은, 아메리카 대륙의 창건 서사시와 같다.

 

 

■ 『모두의 노래』 구성

「지상의 등불」 「마추픽추 산정에서」 「정복자들」 「해방자들」 「배신의 모래」 「그 땅 이름은 후안이라네」 「나무꾼이 잠에서 깨기를」은 객관적 ·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둔 서사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메리카, 나는 너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는다」 「칠레를 위한 모두의 노래」 「도망자」 「푸니타키의 꽃」 「노래하는 강들」 「어둠에 묻힌 조국을 위한 신년의 합창곡」 「나는」은 시인의 궤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역사적 사실이다.
『모두의 노래』 전체가 사회적, 역사적 증언만은 아니다. 네루다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 동식물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이들을 주제로 시를 썼다. 「위대한 대양」은 아메리카 대륙의 대양과 관련된 동식물, 조개, 해양도시,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I. 지상의 등불
아메리카의 동 ․ 식물, 강, 광물, 그리고 아메리카에 둥지를 튼 모든 부족들을 그려낸 연작시.

II. 마추픽추 산정에서
1943년 네루다가 멕시코 총영사직을 마친 뒤 귀국하던 중 페루 마추픽추를 방문했을 때의 감흥을 담은 연작시. 네루다는 마추픽추의 철자를 Machu Picchu가 아닌 Macchu Picchu로 알았고, 열두 개의 철자에 맞춰 총 열두 편의 시를 썼는데, 이 연작시 「마추픽추 산정에서」는 시적 이미지, 은유, 음악성 면에서 『모두의 노래』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시인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마추픽추를 건설한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그들과의 일체감을 확인한다.

III. 정복자들
15세기 말부터 황금을 찾아 떠났던 스페인 사람들 중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정복한 사람들의 악행과 원주민을 옹호했던 이들의 선행을 반추한 연작시.

IV. 해방자들
16세기부터 시작된 식민통치는 19세기 초까지 이어진다. 원주민을 위시한 수많은 이들이 스페인의 압제에 저항했으며, 독립으로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독립 후의 지배 세력 역시 식민지 지배 세력과 유사하다. 네루다는 지배 세력의 부당함에 맞선 영웅들의 활약상을 노래하며 추억한다.

V. 배신의 모래
식민지 지배 세력이 떠난 뒤 그 공백을 메운 아메리카 지배 세력이, 예전보다 더 교묘한 방법으로 민중을 수탈한 사건과 이 만행의 주축 인물들을 그렸다. I. 독립 후 권력을 잡은 각국의 독재자들. II. 20세기에도 이어지는 독재와 추종 세력 및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고발. III. 1946년 칠레 민중봉기. IV. 1948년 당시의 각국의 모습. V. 네루다를 박해했던 칠레의 독재자에 대한 고발.

VI. 아메리카, 나는 너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는다
조국 칠레를 넘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했다.

VII. 칠레를 위한 모두의 노래
조국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던 네루다는 칠레의 자연, 도시들, 동식물, 공예품,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친구들, 강, 식물 등에 대한 시를 써서 묶었다. 칠레의 모든 것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VIII. 그 땅 이름은 후안이라네
‘후안Juan’은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이다. 이 연작시에서 네루다는 일용직 노동자, 농민운동가, 어부와 같이 박해받는 보통 사람들, 민중을 기린다.

IX. 나무꾼이 잠에서 깨기를
20세기 중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냉전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각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을 비교하고, 점증하는 미국의 정치적 · 경제적 · 군사적 간섭을 고발하면서 ‘나무꾼’으로 표현한 노동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X. 도망자
곤살레스 비델라 정권에 의해 체포령이 떨어지자 네루다는 고국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발디비아, 발파라이소, 푸트로노 같은 지역으로 도망 다닌다.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연작시.

XI. 푸니타키의 꽃
1943년부터 정치에 몸을 담은 시인은 1945년 칠레 북부 타라파카 안토파가스타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된다. ‘푸니타키의 꽃’은 칠레 북부 지방에서의 추억, 가뭄으로 고통받는 농촌 주민들의 애환, 수탈자들, 칠레 중북부에 있는 푸니타키 광산촌의 열악한 환경, 파업 등을 담고 있다.

XII. 노래하는 강들
민중을 위해,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거나 투쟁하다 죽은 스페인,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시인 · 음악가 친구들을 기리는 노래들이다.

XIII. 어둠에 묻힌 조국을 위한 신년의 합창곡
독재 정권의 박해로 망명을 강요당한 시인이 조국을 그리워하며 신년인사를 건네는 노래. 시인은 국내에서 투쟁하는 이들, 투쟁하다 죽은 이들을 기리고, 독재자 곤살레스 비델라와 하수인들의 행태를 증언하면서 동지들의 투쟁을 독려하고, 이들을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굳은 다짐을 보여준다.

XIV. 위대한 대양
이스터 섬의 유적, 섬 원주민 후예들의 삶, 기타 남극에 가까운 지역 바다를 생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원주민 부족들, 남극의 모습, 바다 동물들의 삶, 파도, 캘리포니아에서 태평양 연안을 따라 형성된 해안 도시들, 대양을 오가는 선박들, 소라고둥, 바닷새 등에 대한 단상이다.

XV. 나는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 유언을 담은 연작시. 소년 시절, 집, 산티아고, 사랑, 외교관으로 살았던 동남아시아, 시인이 목도한 스페인 내란, 멕시코, 귀향, 1945년부터 정치에 매진하면서 맺게 된 노동자, 특히 광부들과의 인연에 대한 단상, 당원 동지들에게 보내는 당부를 담았다.

 

 

■ 본문 속으로

그 역사를 말하려고 나 여기 있다.
버펄로의 평화부터
지구 끝, 영겁의 남극 빛 거품 속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낸 모래까지,
그리고 그늘진 평화가 깃든 베네수엘라의
깎아지른 곳에 난 굴에서까지
그대를 찾았다. 조상이시여,
검은 구릿빛의 젊은 무사여, [……] (I. 지상의 등불_22쪽)
투쟁하며 죽었던 이들을 당신들에게 인도하는 날,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삭은 땅에 주어진 하나의 밀알에서 태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은 밀처럼 뿌리를 모으고,
이삭을 모아,
고통에서 해방되어
세상의 밝은 곳을 향해 올라갈 것입니다.(IV. 해방자들_260쪽)
아메리카, 나는 너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는다.
마음에 칼을 매달고
영혼에 떨어지는 방울을 참고,
창문으로 새로운 너의 날이 내게 밀려올 때,
나는 존재한다.
나는 나를 만들어낸 빛 속에 있고
나를 규정하는 그림자 안에서 산다.
포도처럼 달콤하나 끔찍하고,
설탕을 만드나 체벌이 기다리는 너,
너와 같은 종류의 정액에 젖어,
네 유산의 피를 마시면서,
너의 본질적 여명 속에서 자고 깬다.
(IV. 아메리카, 나는 너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는다._374~75쪽)
내 병든 심장은 여기 있네, 내 몸의
피멍을 보게나, 얼마나 살게 될지 나도 모르겠네.
그러나 그대에게 다른 건 요구하지 않겠네, 그저
그 못된 인간이 민중에게 하는 짓을 말하게.
우리처럼 고산지대로 끌려간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서
그자는 하이에나처럼 웃고 있다네. 동지,
그대는 이걸 말하게, 말해야 하네. 투쟁이 길어지니,
내 죽음은, 우리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네.
그러나 이 고난은 알려져야 한다네.
동지, 이 고난은 알려져야 하고, 잊혀서도 안 되네. (VIII. 그 땅 이름은 후안이라네_425쪽)
“자, 이제 나가서 대통령께 자유를 달라고 해라.
그 양반이 네게 이 선물을 보낸 거거든”이라고 하더군.
몽둥이찜질을 당했지. 이 갈비뼈 그때 부러진 거야.
그런데 내 속은 옛날 그대로야, 동지.
죽이지 않고는 부러뜨릴 수 없는 게 우리지. (VIII. 그 땅 이름은 후안이라네 442~43)
나는 일개 시인이다. 나는 그대들 모두를 사랑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세계로 떠돌아다닌다.
내 나라에서는 광부들을 가두고
군인들이 판사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작은 추운 나라의
뿌리까지도 사랑한다.
죽어야 한다면, 천 번이라도
고국에서 죽고 싶다.
다시 태어난다면, 천 번이라도
고국에서 태어나고 싶다.
[……]
광부, 어린 여자아이,
변호사, 어부,
인형 만드는 사람이 내게로 와서
함께 영화관에 들어가고
가장 맛있는 포도주를 마시러 가기를.

나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러 오지 않았다.

네가 나와 함께 노래하도록
노래하러 왔다. (IX. 나무꾼이 잠에서 깨기를_481~82쪽)
나는 내 민중이 제공한 층계를 통해,
내 민중이 숨겨주는 동굴에서,
내 조국과 비둘기 날개 위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네 국경을 쳐부순다. (X. 도망자_505쪽)
지상의 어둠에서
밤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지 않다.
나는 민초, 셀 수도 없는 민초이다.
내 노래는 침묵을 통과할
순수한 힘을 가졌고
어둠 속에서도 배태된다. (X. 도망자_508쪽)
나는 다른 책들이 나를 가두도록 글을 쓰지 않고,
백합을 열심히 배우는 이들을 위해 글을 쓰지도 않는다.
대신 물과 달, 바꿀 수 없는 질서의 요소들,
학교, 빵과 포도주, 기타와 연장이 필요한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 쓴다.

민중을 위해 글을 쓴다. 비록 그들이
투박한 눈으로 내 시를 읽지 못한다 해도.

단 한 줄이, 내 인생을 뒤흔든 대기가
그들의 귀에 닿을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면 농부는 눈을 들 것이고
광부는 돌을 부수면서 미소 지을 것이고,
공장 직공은 이마를 훔칠 것이고,
어부는 파닥대면서 그의 손을 태울
물고기의 반짝임을 더 잘 볼 것이고,
갓 씻어 깨끗해진 정비공은 비누 향기 풍기면서
나의 시를 볼 것이고.
어쩌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는 동지였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왕관이다. (XV. 나는_위대한 기쁨_685~87)

목차

I. 지상의 등불
II. 마추픽추 산정에서
III. 정복자들
IV. 해방자들
V. 배신의 모래
VI. 아메리카, 나는 너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는다
VII. 칠레를 위한 모두의 노래
VIII. 그 땅 이름은 후안이라네
IX. 나무꾼이 잠에서 깨기를
X. 도망자
XI. 푸니타키의 꽃
XII. 노래하는 강들
XIII. 어둠에 묻힌 조국을 위한 신년의 합창곡
XIV. 위대한 대양
XV. 나는

옮긴이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파블로 네루다 지음

칠레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Neftalí Ricardo Reyes Basoalto. 파블로 네루다라는 필명을 사용했으며, 이 이름으로 일생을 살았다.

열아홉 살에 첫 시집 『황혼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이듬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출간하며 스페인어권 전역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1927년부터 5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영사로 재직하며 시작(詩作) 활동을 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스페인, 멕시코에서 영사로 재직했으며, 스페인 내전 때는 난민의 칠레 망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칠레 공산당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었으나 아옌데가 인민연합의 단일 후보가 되도록 스스로 사퇴했다.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칠레를 위시한 중남미의 역사, 정치적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일상의 소박한 것에 대한 반추 등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세계롤 구축한 네루다는 20세기 세계 시단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문인이다. 프랑스 주재 칠레 대사로 재직 중이던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73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직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 시집으로 『지상의 거처 Ⅰ· Ⅱ · Ⅲ』 『모두의 노래』 『대장의 노래』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등이 있다.

고혜선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카로 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동서양 문학에 나타난 거울의 이미지』(스페인어 출판), 『메스티소의 나라들』 등이, 옮긴 책으로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멕시코의 어제와 오늘』 『마야인의 성서 포폴 부』 등이 있다. 또한 『서편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칼의 노래』『간추린 한국사』(엮고옮김) 등의 우리 책을 스페인어권에 번역․소개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7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2012년 대산문학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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