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 이재영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5월 25일 | ISBN 9788932028699

사양 변형판 125x200 · 130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오늘날 우리는 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부정성을 제거한 ‘매끄러움’의 미는

굳어져 죽은 것, 좀비가 된다!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날의 미를 구출해내

진정한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날카로운 권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독창적 시각으로 읽고 분석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며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병철 교수의 최신작 『아름다움의 구원』(이재영 옮김)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아름다움’을 화두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파헤친다. 한병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되는 ‘아름다움’은 모든 부정성과 낯섦을 제거하고 긍정성과 자기 동일성만이 부유하는 ‘매끄러움’의 미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구원해내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독일의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한병철을 ‘문화 비판의 혁신자’라고 칭했듯, 이번 책에서도 그는 오늘날 미의 기준에 대한 관찰에서 신자유주의적 특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이어지는, 혁신적 문화 비평을 선보인다. 더욱이 이 책은 국내 소개되는 한병철의 첫번째 예술론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짧고 강렬한 문장에 깊은 사유를 응축해 담는 한병철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가 빛을 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 브라질리언 왁싱, 터치스크린, 포르노그래피……

오늘날 긍정사회의 아름다움은 매끄러움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균형 잡히고 조화롭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어떤 것, 현실의 부정성에서 벗어난 긍정적 유토피아, 이것이 오늘날 통용되는 아름다움이다. 오늘날의 긍정사회에서는 나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고통을 주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진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병철은 제프 쿤스로 대표되는 현대 예술과 스마트폰, 브라질리언 왁싱, 위생 강박, 셀카 등을 하나의 현상으로 묶는다. 아름다움은 이제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채 매끄럽게 다듬어져 나에게 만족을 주는 대상, 향락적인 향유 대상으로 축소되어버렸다. 이로써 미적인 것은 모조리 주체의 자기긍정에만 기여할 뿐, 주체를 진정 뒤흔들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 된다. 심지어 추함 또한 매끄러워진다. 악마적인 것, 섬뜩한 것, 끔찍한 것 역시 공포와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성을 상실한 채 소비와 향유의 공식에 맞춰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하지만 털을 제거한 몸이나 DS 자동차,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등 매끄러운 표면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현대 미의 기준은 한병철의 눈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는 진정 아름다운 것, 진정한 예술작품이란 폭로될 수 없는 비밀, 은폐된 것, 은유, 부정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본다. 부정성을 가진 것이 아름답다는 한병철의 주장은 “미는 병이다”라는 데로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한병철은 “히스테리적인 살아남기의 모습을 띠게 된 단순하고 건강한 삶은 죽은 것, 좀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모든 제작물들과 환경이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맞게 개조되어가는 ‘미의 통치’의 시대가 되었지만, 오로지 긍정성의 미학에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병철은 우리 시대를 오히려 ‘미가 철폐되어가는 시대’로 간주한다. 그는 블랑쇼, 보들레르, 릴케, 아도르노, 벤야민, 바르트 등을 ‘부정성의 미학’의 증인들로 소환한다. 또한 칸트와 헤겔의 미학에서 소비와 도구화에 대한 저항, 타자에 대한 존중 등의 요소를 찾아낸다. 이런 부정성의 미학에 기초하여 한병철은 나르시시즘적인 경향,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피상적인 긍정성에 집착하는 소통 양상 등 현대의 현상들을 두루 비판한다. 여러 사상가의 이론을 간명하게 짚어내 연결하는 이 책은 독자들을 흥미롭고도 깊은 사유로 점점 나아가게 해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

 

오늘날의 미에서는 아주 많은 자극들이 생산된다. 바로 이러한 자극과 흥분의 홍수 속에서 미가 사라진다. 대상에 대한 관조적 거리가 불가능해지고, 대상은 소비에 내맡겨진다. 미용산업은 몸을 성적 대상으로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몸을 착취한다. 소비문화는 미를 점점 더 자극과 흥분의 도식에 종속시킨다. 훌륭한 예술작품의 기준도 우리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 되고 그 판매 가격이 그 작품의 가치로 환산된다. 그러나 진정한 미는 소비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와 미는 서로를 배척한다. 미는 향유하라고, 소유하라고 유혹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는 관조적인 머무르기로 초대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이 한병철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소비사회 혹은 디지털 시대의 미학에 관한 사유

타자를 복원하고 우리를 열린 성찰로 이끄는 아름다움의 힘

 

“지금은 대화 능력, 타자를 향하는 능력, 나아가 경청하는 능력이 모든 차원에서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의 나르시시즘적인 주체는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만 지각한다. 그는 타자를 볼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한병철이 말하는 아름다움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근대 미학에서 분리된 미와 숭고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것, 인식적인 것까지 아름다움 속에 재통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움에는 감각적 만족을 넘어서서 우리를 대상과 자아에 대한, 결말을 알 수 없는 열린 성찰로 이끄는 힘이 있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관찰자를 타격하여 쓰러뜨리는 것’ ‘나를 뒤흔들고 파헤치고, 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너는 네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대상을 자기확인과 만족, 향유의 도구로 삼기를 그만두고, 자신에게 충격과 전율과 불안과 고통을 안겨주며 상처를 입히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주체는 타자의 타자성을 인식하고 타자를 향해 자신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된다. 결국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의 구원’은 곧 ‘타자의 구원’이다. 한병철의 글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조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문제를 적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아름다운’ 한병철의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성찰의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병철 교수의 책들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그리스 등 15개국 이상에 소개된 데 이어, 최근 스페인 등지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5년에는 그의 에세이 「무리 속에서」가 프랑스 브리스톨 데 뤼미에르 상(외국 에세이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 주요 언론 매체의 서평

 

과감한 주장들을 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이 책은 우리의 미적 시각뿐만 아니라 인문학까지 구원해낸다. 열정적이며 진정한 성공작! 『디 타게스포스트』

 

왜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이토록 이상하게 낯선 것이 되어버렸는지 [……]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책. 『슈피겔』

 

한병철의 최신작인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권장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미가 드높은 경배 대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소비를 위한 생산물로 전락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의 세속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은 이제는 잊힌, 비학문적이라고 잘못 알려진 전통을 되살린다. 새로운 것을 사유하는 데 백 페이지도 요구하지 않는 전통 말이다. 『필로조피셰 마가친』

 

 

책 속으로

 

매끄러운 조형물들 앞에 서면 그것을 만지고 싶다는 “촉각 강박”이 생겨나고, 심지어 그것을 핥고 싶은 욕망까지 일어난다. 그의 예술에는 거리를 두게 하는 부정성이 빠져 있다. 오로지 매끄러움의 긍정성만이 촉각 강제를 불러일으킨다. 이 긍정성은 관찰자를 거리 없애기로, 터치로 이끈다. 그러나 미적 판단은 관조적인 거리를 필요로 한다. 매끄러움의 예술은 이 거리를 없앤다. (「매끄러움」, 12쪽)

 

내면의 공허를 덮기 위해 셀카의 주체는 자신을 생산하려고 헛되이 애쓴다. 셀카는 공허한 형태의 자아다. 셀카는 공허를 재생산한다. 나르시시즘적인 자기애나 허영심이 아니라 내면의 공허가 셀카 중독을 낳는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안정된 나르시시즘적 자아가 없다. 오히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부정적 나르시시즘이다. (「매끄러운 몸」, 26쪽)

 

미도 숭고도 주체의 타자가 아니다. 거꾸로 그것들은 주체의 내면성에 흡수된다. 자기애적인 주체성 바깥의 공간이 허용될 때만 다른 미가, 나아가 타자의 미가 다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미 전체를 소비문화의 싹으로 보고 의심하거나, 포스트모던의 방식에 따라 숭고를 미와 대립시키는 시도는 별로 도움이 못 된다. 미와 숭고는 근원이 같다. 그러므로 숭고를 미에 대립시키는 대신 해야 할 일은 내면화할 수 없는, 탈주체적인 숭고를 다시 미에 반환하고, 미와 숭고의 분리를 철회하는 것이다. (「매끄러움의 미학」, 38~39쪽)

 

디지털 미는 비동일성의 모든 부정성을 추방한다. 그리고 오로지 소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차이들만을 허용한다. 비동일성은 잡다함으로 대체된다. 디지털화된 세계는 말하자면 인간이 자신의 망막으로 뒤덮은 세계다. 인간이 펼쳐놓은 막에 에워싸인 세계는 영구적인 자기 반사로 이끈다. 막이 더 촘촘해질수록 세계는 타자로부터, 바깥으로부터 더 철저하게 단절된다. (「디지털 미」, 44쪽)

 

오늘날의 긍정사회는 갈수록 더욱더 상처의 부정성을 축소시킨다. 이는 사랑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초래할 수 있는 큰 도박은 전부 회피된다. 성적 충동의 에너지는 파산을 막기 위해 자본 투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산 투자된다. 지각 또한 부정성을 점점 더 회피한다. 좋아요가 지각을 지배한다. [……] 상처를 피하고자 한다면 다르게 볼 수도 없다. 본다는 것은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동일한 것이 반복될 뿐이다. (「상처의 미학」, 54쪽)

 

파괴적인 것을 증오하는 자는 삶 또한 증오해야 한다. 오로지 죽은 것만이 왜곡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의 비유다. 건강함과 매끄러움을 절대화하는 오늘날의 미의 통치가 바로 미를 철폐한다. 그리고 오늘날 히스테리적인 살아남기의 모습을 띠게 된 단순하고 건강한 삶은 죽은 것으로, 좀비로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살기에는 너무 죽어 있고, 죽기에는 너무 살아 있다. (「재앙의 미학」, 70쪽)

 

미는 어떠한 외적 목적에도, 어떠한 외적 사용관계에도 복종하지 않는다. 미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는 자신 안에 머무른다. 헤겔은 어떤 실용품도, 어떤 소비의 대상도, 어떤 상품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들에는 미를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적 독립성과 자유가 없다. (「진리로서의 미」, 84쪽)

 

오늘날의 미적 경험은 측면성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적인 중심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리고 소비주의에 빠진다. 소비의 대상에 대해 우리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소비주의적인 태도는 타자의 타자성을 파괴한다. 우리는 타자를 위해 옆으로 물러나거나 후퇴하지 않는다. 소비주의적인 태도는 타자의 타자성을, 비동일성을 파괴한다. (「미의 정치」, 93쪽)

 

이제는 사회 전체가 휘발성을 지니게 되었다. 불변하고 지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근원적인 우연성에 직면하여 우리는 일상성을 넘어선 구속성을 향한 갈망을 느끼게 된다. 미는 만족의 대상으로, 좋아요의 대상으로, 임의적이고 편안한 것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의 구원은 구속성의 구원이다. (「아름다움 속에서의 산출」, 116~17쪽)

목차

매끄러움
매끄러운 몸
매끄러움의 미학
디지털 미
은폐의 미학
상처의 미학
재앙의 미학
미의 이상
진리로서의 미
미의 정치
포르노그래피 연극
아름다움에 머무르기
회상으로서의 미
아름다움 속에서의 산출

미주
옮긴이 후기

작가 소개

한병철 지음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1994년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에는 스위스 바젤 대학에서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독일과 스위스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로사회』(2010), 『투명사회』(2012) 등의 저작이 독일에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다. 특히 『피로사회』는 2012년 한국에 소개되면서 주요 언론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 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 밖에도 『권력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향기』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아름다움의 구원』 『죽음과 타자성』 『폭력의 위상학』 『하이데거 입문』 『헤겔과 권력』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이재영 옮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성신여대, 이화여대, 서울대 등에서 강의했고, 창비 신인평론상과 시몬느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민자들』 『빌헬름 텔』 『토성의 고리』 『철학의 탄생』 『빛이 사라지는 시간』 『아름다움의 구원』 『노래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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