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484

문충성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6년 5월 16일 | ISBN 9788932028637

사양 변형판 125x205 · 139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사랑과 낭만을 꿈꾸는 서정 시인

그의 멈추지 않는 사랑 노래가 시작된다

 

문충성의 스물한번째 시집 『마지막 사랑 노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1977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대략 천여 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을 이어왔다. 그가 때때로 절필 선언을 하곤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절필 선언은 오히려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느껴진다. 이번 시집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 역시 “사랑 노래”를 멈추지 않겠다는, 계속해서 부르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면 무리일까.

제목에서 느껴지듯, 문충성은 그의 시집을 사랑에 관한 시편들로 채웠다. 아내와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의 고향인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동시에 그에 상반된 날카로운 현실 비판 인식을 드러내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랑과 낭만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한평생 찌르레기로” 살았지만, “똥소레기로 날아오를 날”(「찌르레기로 살다가」)을 꿈꾸는 여기, 한 시인의 노래는 현재 진행 중이다.

 

 

낭만적 이상이 숨 쉬는 공간으로의 도약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갈망

 

한국 문단의 대표 서정 시인답게 문충성은 바다, 무지개, 바람, 달빛과 같은 따뜻하고 친근한 시어들을 그리움이란 감정에 엮어 그가 끝내 채우지 못한 결핍과 갈망의 정서를 풀어놓는다. 특히 하늘, 허공, 무지개 등의 자연적 물상은 시인이 바라는 이상적 모습을 상징하는 시어로 기능하면서 이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목메도록 애타는 심정을 보여준다.

 

그대에게도 날아가나니 괴로움이여!

그대도 내게로 날아오라 그리움이여!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이여!

 

[……]

 

눈 되어 눈으로 만날까

물 되어 물로나 만날까

그대 그리움이여! 아아!

흙이 될 나의 꿈

 

마지막 나의 노래 아무도 몰래

하늘 한 녘에 묻고 가나니 푸르르르

-「마지막 사랑 노래」 부분

 

하늘이라는 높디높은 곳을 향하는 그의 마음은 괴로움이자 그리움이다. 하늘에 끝내 도달하지 못한 채 지상으로 떨어지는 화자의 마음은 때론 눈으로 때론 물로, 마침내 흙으로 곤두박질친다. 시인은 도달하지 못한 마음을 “아무도 몰래” “하늘 한 녘”에 묻을 수밖에 없다. 그대와 함께 도달하고픈 공간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들이고, 이에 대한 절망은 오히려 사랑과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킨다.

 

거짓말쟁이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뒤섞어놓는다고 그런가

잘나고 형편 있는 녀석들

꼽아보며 아부 잘하고 비슷비슷한 끼리끼리 만들어

힘 기른 자들 오늘도

좌지우지하는 세상

-「절룩 절룩 밥 세상」 부분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김진하(문학평론가)는 “낭만적 지향이 강렬한 만큼 이를 가로막은 현실의 타락은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끼리끼리 뭉쳐 아부하고 서로 힘자랑하는 이들이 판치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목소리는 항상 낭만을 품고 사는 시인의 손에서 씌어졌기에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다. 실제로 문충성은 그의 산문을 통해 “산업화 시대에 나는 서서히 아웃사이더가 되어갔”고 “1980년대 접어들어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는 문장으로 돈이 최우선이 되는 현실을 겉도는 자신을 고백하곤 했다. “거짓말쟁이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울려 해도 울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싸구려”(「요즘 귓속에서」)라는 단어 속에 가둠으로써 스스로의 아픔을 드러낸다.

 

 

마음에 따스한 빛이 되어주는 존재들

그들과 함께 나아가는 시인의 삶

 

그럼에도 시인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이 ‘한 편의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다짐처럼 완성된 하나의 이상적 낭만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그가 꿈꾸는 이상은 무엇일까. 그의 존재의 뿌리가 되는 지향점, 이상향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두 가지로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유일한 안식이 되어주는 모성의 존재들이다.

 

올라간다 미끄러지며

이 하늘 저 하늘로

 

찢어진 구름 타고

오늘도

 

엄마가 사는

하늘로

-「승천(승천) 연습」 부분

 

그간 그의 시집에서 그는 외할머니, 아내, 딸, 손녀, 며느리 등 그의 주변에 머무는 여성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엄마”라는 존재를 직접적으로 호명하면서 이상적 존재의 모습을 좀더 명확히 제시한다. “엄마가 사는/하늘”이라는 시구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그가 다양한 물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이상적 공간에는 “엄마”가 살고 있고,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지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시집에서 호명되는 ‘엄마’는 시인이 그동안 구원의 처소로 의탁하였던 모든 여성적 존재들의 시원에 있는 근원적 모성으로서, 그리고 모태의 소리로서”(김진하) 그가 모색하는 낭만적 심상에 모성으로 대표되는 사랑의 충만함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문득 옛 생각

내 유년의 가오리연

빈 감나무 가지에 걸려

아직도 울고 있을까

제주도 제주읍 남문배꼇

빈 길 된

초가

-「산수유 가지에 걸려 우는 가오리연」 부분

 

두번째 그의 근원의 공간은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50여 년의 세월을 보낸 시인의 실제 고향이자 시시때때로 돌아다보게 되는 회귀의 장소이다. 각주 없이 달린 중간중간의 제주도 방언(도체비 고장, 고치밤부리, 대죽낭 등)은 제주에서 태어나 마음속에 평생 고향을 품고 살아온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시집 『허물어버린 집』(문학과지성사, 2011)에서 4.3 사건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의 기억을 그렸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지나치게 상권에 침식당해 이전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는 현재의 제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그럼에도 차마 놓을 수 없는 애착을 드러낸다. “삶이 고달프면 바닷가로 나오라”는 시인의 권유처럼 시인에게 제주도와 제주바다는 “불타는 가슴/어루만져줄”(「바닷바람」) 치유의 공간으로 작용하며, 시인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 시집 속으로

 

님이여! 내 꿈으로 지은

꽃신 신고

가라 만 리 밖

서천 꽃밭

그리움이 사는 나라로

 

님이여! 나도 가리

내 눈물로 지은

바지저고리 입고

텅 빈 그

서천 꽃밭

무지개 속으로

 

하염없이

그대 찾아

-「님에게」 전문

 

■ 뒤표지 글

제주를 떠나 3년째 경기도 고양에 살고 있다. 나는 아프다.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내 아내는 나보다 더 아프다. 낯선 곳에 살다 보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 고향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내가 나고 자란 곳 제주가 내 고향이라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고향 같지 않다. 제주는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요즘엔 외국인들이 땅 투기나 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 섬은 있는데 이 섬에 있어왔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과연 고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한 편의 시’ 쓰기를 위해 애써왔다. 이 ‘한 편의 시’는 내 혼 속에서 응얼응얼 운율을 지으며 자라왔다. 그러나 40년이 넘도록 내 언어의 옷을 입고 나타나지 않는다. 말라르메의 ‘절대의 책’ 쓰기를 생각한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이 ‘한 편의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꿈은 무엇인가? 이 ‘ 한 편의 시’ 쓰기가 나의 꿈일까?

 

■ 시인의 말

 

문지에서만 열한번째 시집을 펴낸다.

모두 스물한 권이 된다.

부지런히 시를 써왔지만 한 점 부끄러움을 다시 만난다.

 

간간이 씌어진 제주어에는 별도의 각주를 달지 않았다.

 

꿈을 잃지 맙시다.

새해 첫날

황동규 시인이 일러준 이 말을 되새기며

사위어드는 꿈의 불씨를 되살린다.

 

2016년 5월

하얗게 제비꽃 피는 날에

문충성

목차

하늘에 있을 때 나는 /한때 /제주의 새봄 /요즘 귓속에서 /곤파스 태풍 불 때 /절룩 절룩 밥 세상 /찌르레기로 살다가 /정치예술가들 /탐라계곡(耽羅溪谷) /변함없이 /다시 당신을 만나다 /그림자 지우고 /아직도 시를 쓰고 계십니까 /고치밤부리 쫑쫑쫑 /승천(昇天) 연습 /내비 아가씨 /바람뿐 /그렇게 /추수 끝난 뒤 /별꽃 난닝구 /겨울빛 /소원 /멍텅구리의 한나절 /땅속에서 꽃 피우는 꽃도 /님에게 /권태 /굴렁쇠가 굴러가는 동안 /1960년대 나의 서울 /꽈리 /청진동(淸進洞)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 불타부렁 /9월 /느티나무 /두 팔 벌린 허수아비 /풀메뚜기 /부엉 부엉 아침을 일으켜 세우며 /들국화 /꿈속에서 모기를 /홍시 /나 죽어 /사라져가는 것들은 /오른발, 왼발 /조반(朝飯) /슬픔 구워 먹기 /헌 자전거를 타고 /귀 하나만 /시냇물 /가만히 /뭐가 보이니? /오늘도 이름 모르는 새가 날아왕 울당 가곡 /어떤 오두막 풍경 /만추(晩秋) /게 꿈 /고래상어 ‘해랑이’는 어느 바다를 떠돌고 있을까 /제주 까치 /바닷바람 /나직이 /신갈나무 아래에서 /그대로 /시대와 꿈 /후생(後生)의 노래 /산수유 가지에 걸려 우는 가오리연 /우체통 /쌀 씻기 /7월에 내리는 비 /우리 동네 세탁소 한 아줌마 /옥잠화 /그곳 /마지막 사랑 노래

해설 | 존재의 시원에서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김진하

작가 소개

문충성 지음

시인 문충성은 1938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제주바다』 『섬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 『내 손금에서 자라나는 무지개』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방아깨비의 꿈』 『설문대할망』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 』 『허공』 『백 년 동안 내리는 눈』 『허물어버린 집』 등이 있고, 연구서로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와 한국의 현대시』가, 번역서로 『보들레르를 찾아서』가 있다. 『제주신문』 문화부장·편집부국장·논설위원(비상임)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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