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 문학사

호쇼 마사오 외 지음
발행일: 1998-03-02
사양: 신국판, 386쪽, 양장
ISBN: 89-320-0975-9 93830
정가: 18,000원

일본의 쇼가쿠칸(昭學館)에서 간행된 ‘쇼와 문학 전집’ 전 35권의 별권인 『쇼와 문학사』를 번역한 책. 다이쇼 문학에서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일본 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머리말]

남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커피물을 끓인다. 연구실이 조금 따스해지는 것 같다. 창밖을 내려다본다. 거리에는 자동차마저 드물다. 고층 빌딩에서 흩어지는 불빛을 가지에 얹고 겨울 나무들이 떨고 있다. 마치 1970년 11월 25일 미시마 유키오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부르짖으며 자위대 본부에서 할복 자살했을 때, 주먹만한 활자로 이 소식을 전하는 신문을 떨리는 마음으로 어깨너머로 보았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의 내면처럼…… 그러나 이런 의문은 일본어로 은밀하게 속삭이던 어른들을 의아하게 쳐다보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싹텄는지 모른다.

어른들은 왜 일본말을 쓰는 것일까? 남들이 알면 욕이라도 하지 않을까? 남모르게 초조했던 소년의 의문은, 가난하고 쓸쓸했던 196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이, 엎드려서 만화를 열심히 보고 있던 어느 날 등짝을 후려갈기는 음성으로 들이닥쳤다. “나쁜 친구. 이건 완전히 『미야모토 무사시』가 아닌가. 이렇게 베껴먹다니!” 언제 오셨을까? 아버지가 등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깜짝 놀라 일어났을 때 아버지는 어느새 문밖을 나서고 있었다. 그 후 아버지는 골안개가 자욱이 낀 어느 날 고달픈 삶의 문을 스스로 닫고 말았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가 자살했다.

일본에 대한 의문과 감정의 혼란은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은비늘처럼 쏟아지고 있던 마당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습을 당했던 그날의 현기증처럼, 아니 미시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냉탕과 온탕에 연거푸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당혹스러웠던 얼얼하고 기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돌연한 죽음은 가해자와 피해자, 일본과 한국이라는 대립항을 넘어 눈부신 유혹으로 내 삶을 지배했다. 그리고 이 유혹의 정체를 밝혀보지 못하는 한 끝내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예감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일본 문학은 월북 작가들의 문학과 함께 낡은 칠판 뒤의 그늘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일본 유학생 중심의 문학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내 지식인들의 문학과 사상을 표나게 강조한 책을 간행했던 것은 이렇게 은폐된 부분을 밝혀보고 싶었던 심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편협한 관심에서 벗어나 한국 현대 문학사를 좀더 냉정하게 살펴보려고 했을 때, 나는 아직도 그 의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월북 작가들의 문학은 해금되었지만 일본 문학은 여전히 어른들이 은밀하게 사용하던 식민지 시대의 말처럼 어둠 너머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초조했다. 그리고 일본 문학사를 모르는 한 나는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기원과 생성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다시 사로잡혔다. 더구나 일본의 소장 연구자들이 ‘일본’의 ‘근대’와 ‘문학’ 그리고 ‘기원’을 살펴보기 위하여 우리 문학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았기에 그 강박관념은 더욱 커졌다. 한국 문학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1991년부터 일본 문학과 관련된 일련의 작업에 몰두했던 것은 이런 사정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다시 한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쇼가쿠칸에서 ‘쇼와 문학 전집’ 전 35권의 별권으로 냈던 『쇼와 문학사』(1990)를 번역한다. 이 책이 간행되기까지의 경위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일본이 본격적인 근·현대 문학사를 가지게 되었던 것은 1955년 이후의 일이다. 물론 이보다 앞서 사토 하루오의 『근대 일본 문학의 전망』, 이토 세이의 『일본 문단사』, 다카미 준의 『쇼와 문학 성쇠사』 등이 나왔지만, 전후 비평가들이 지쿠마서방에서 간행된 ‘현대 일본 문학 전집’의 별권으로 나온 ‘현대 일본 문학사’를 집필하면서 참다운 의미의 문학사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히라노 겐의 『쇼와 문학사』, 나카무라 미쓰오의 『메이지 문학사』, 혼다 슈고의 『이야기 전후 문학사』 등은 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문학사는 주관주의를 배제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였으며 ‘문학의 근대화’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여 기존의 문학사에서 한 단계 나아간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새롭고 유력한 비평가들이 등장하면 기존의 문학사는 변경을 감수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쇼와 문학사』는 지금까지 나온 일본 현대 문학사에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도전적인 관점을 간직한 문학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쇼와 문학 전집’은 이노우에 야스시, 야마모토 겐키치, 나카무라 미쓰오 등의 원로와 요시유키 준노스케, 이소다 고이치, 다카하시 히데오 등의 중견을 편집위원으로 하여 전체 기획을 세웠다. 그러나 실질적인 작업은 문학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던 이소다 고이치가 담당했고, 그는 자신이 집필한 문학사와 오다기리 스스무의 ‘쇼와 문학 대연표’를 별권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가 1987년 2월 5일 심근경색증으로 돌연 사망하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 결과 이 책은 이소다가 생전에 발표했던 「쇼와 문학사론」과 호쇼 마사오, 소네 히로요시, 가와니시 마사아키, 스즈키 사다미, 구리쓰보 요시키 등 일본 학자들과 평론가들이 분담 집필한 「쇼와 문학사」, 그리고 오다기리 스스무의 연표를 합친 새로운 체제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 현대 문학사』(상·하)는 정확하게 말한다면 『쇼와 문학사』 가운데 호쇼 마사오 등이 집필한 부분을 번역한 것에 다름아니다.

이 책은 이처럼 최근에 나온 무게 있는 일본 현대 문학사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검토하고 분담 집필한 문학사답게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며, 필자들이 대부분 집필 당시 40대 중반이어서 도전적인 관점과 신선한 문체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소다 고이치의 유지를 받들어 기존의 실증적이고 문단사적인 문학사와 달리 문화사적이고 정신사적인 문학사를 지향하고 있으며, 나아가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문학 앨범처럼 독특하게 편집되어 있다. 물론 내용이 중복되거나 일관된 서술의 흐름이 끊기고 있는 등 분담 집필에 따른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일본 문학사의 전모를 알지 못하고 작품으로만 부분적으로 접한 독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책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번역하면서 유의하려고 했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명 및 지명 등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읽었다. 특히 작가의 원명과 생몰 연대를 밝혀놓았고, 까다로운 경우에 한정해서 원제목을 달았다. 둘째, 작가나 저서 및 기타 사진을 배치하여 내용을 보다 실감 있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원래 200장 정도 실려 있던 사진이 무려 600여 장으로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 일본 현대 문학사 연표를 새로 작성하였다. 넷째, 인명 색인의 경우 중요한 대목이 나오는 페이지 숫자는 고딕으로 표시하여 참조하기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다섯째, 일본 인명을 읽는 데 불편을 느끼는 독자들을 위하여 한자식 일본 인명 색인을 붙였다.

- 1998년 2월, 고재석

제4부 쇼와 문학의 성숙: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제1장 '쇼와 문학'의 총합적 발전
제2장 소설 표현의 전환
제3장 전통과 현대
제4장 55년 체제의 균열과 새로운 모색의 시작

제5부 현대 문학의 현상: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에서 헤이세이까지
제1장 쇼와 말기의 시대와 엇갈림
제2장 언어 공간의 변모와 그 주제
제3장 세기말 문학에 대한 전망

부록
일본 현대 문학사 연보 1919∼1989
인명 색인
한자식 일본 인명 색인
사항 색인

옮긴이 후기

가와니시 마사아키 川西政明

1941년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1965년 주오 대학 상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평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로 『오에 겐자부로론: 이루어지지 않은 꿈』 『하나의 운명: 하라 다미키론』 『평전 다카하시 가즈미』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고재석

일반저자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79년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한국 근대 문학 지성사』, 편저로 『일본 문학, 사상 명저 사전』, 역서로 『근대 일본인의 발상의 형식』 『사상사의 방법과 대상』 『일본 현대 문학사』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구리쓰보 요시키 栗坪良樹

일반저자

1940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났으며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아오야마 학원 여자 단과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나를 말하라, 하지만 말하지 말라』 『요코미쓰 리이치론』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소네 히로요시 曾根博義

평론가, 일반저자

1940년 시즈오카에서 태어났으며 1963년 도쿄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니혼 대학 문리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 「쇼와 10년 전후의 현대 소설」 「이토 세이의 12월 8일: 그 행동과 심정」 「전시하의 이토 세이의 평론: 사소설관의 변천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스즈키 사다미 鈴木貞美

일반저자

1947년 야마구치에서 태어났으며 1972년 도쿄 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했다. 현재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가지이 모토지로 ‘쇼와 문학’을 위해서』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호쇼 마사오 保昌正夫

일반저자

1925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42년 와세다 대학 문학부 국문과를 졸업했다. 현재 릿쇼 대학 문학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요코미쓰 리이치초』 『근대 일본 문학 수처수고』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