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부는 정치 열풍은 더욱 거세다. ‘정치 엔터테인먼트’로 불리는 나꼼수 신드롬의 한 측면도 그렇다. 즐거움(快)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감정과 관련된 영역이다. 즐거움 혹은 감정이라는 요소를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일찍이 이광수가 정(情)을 기를 것을 강조했던 것만 상기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이광수는 이미 백여 년 전에 지식(知)이나 도덕(意)보다 감정이 중요함을 설파한 바 있다. 자율적인 자아 ‘나’를 길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근거가 바로 감정이다. 이광수의 감정론을 언급한 이유는 그가 감정을 문학의 본질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문학 또한 당연히 엔터테인먼트이다. “문학은 감정의 만족을 목적으로 삼는다”라고 말할 때, 여기서 강조점은 ‘감정의 만족’ 이전에 ‘나’(의 감정의 만족)에 놓인다. 문학을 통해, 또 감정의 해방과 계발을 통해 ‘나’의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더욱 놓아버릴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가 아닐까 싶다.
이번 호 〈특집〉은 “문학의 현재와 전사(前史), 그 관계”라는 제하에 네 분의 글을 실어 최근의 시와 소설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질 혹은 주제의 맥락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가깝게는 1980, 1990년대부터 멀게는 근대문학 전반을 시야에 두면서, 최근의 경향을 조망하거나 현재의 전사를 재구성하는 기회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이되 ‘진정성의 엔터테인먼트’인 문학의 위상을 검토할 것이다. 최현식은 2000년대 시에 돌연변이처럼 출몰한 ‘여장남자 시코쿠’ ‘고슴도치 아가씨’ ‘모니터 킨트’ ‘비둘기 페트라’의 가까운 전사를 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송종원은 박상순과 이기성의 시를 통해 최근 시의 변화를 기술하는 과정에서의 은폐된 기억을 불러내 흔히 말하는 미래파 이후의 시가 아니라, 이전의 시를 상기함으로써 다시 변형 가능한 미래의 계기를 포착하려 한다. 이수형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소설에 드러난 백수 혹은 실업의 문제를 통해 과학적 인식과 연대의 감각이라는 근대적인 관점과, 잉여와 모험의 윤리로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최근의 소설과 관련시켜 그 의미를 살핀다. 서희원은 1980년대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정치적 폭력이 2000년 이후 정치 이하의 폭력이나 정치 상위의 폭력으로 전환되는 장면에 주목하면서 최인석, 최진영, 백가흠의 소설을 통해 폭력의 ‘의미’와 ‘미래’를 확인하고 있다.
〈사유의 발견〉은 ‘비판·비평’ 개념을 키워드로 삼는다. 하선규는 더 이상 사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없게 되어 비판의 몰락을 눈앞에 둔 자본주의 대중사회에서 비판의 가능성의 중심을 찾아 칸트, 하만, 키르케고르, 벤야민의 계보를 그린다. 정의진은 보편적 규범성이라는 기준 아래 전개되었던, 비평의 존재론을 둘러싼 논쟁이 19세기 이후 그 양상이 현저히 변화되는 과정을 프랑스 문학사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이 작가〉의 주인공은 최근 시집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을 출간한 하재연과 소설집 『여름』의 출간을 앞둔 김유진이다. 박슬기, 차미령의 작가론과 두 작가의 산문은 서로 묘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하재연과 박슬기의 글은 무심함(혹은 무연함)으로 이어지고, 김유진과 차미령의 글은 애매함으로 이어지며, 다시 박슬기와 차미령의 글은 관계라는 키워드로 이어진다.
〈징후들〉에서는 2012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내기의 목적」의 김솔, 「거리의 마술사」의 김종옥,「신지토귀설」의 박송아의 솔직한 심경과 문학에 대한 태도를 들어본다.
〈시 창작〉란은 김광규, 조용미, 서정학, 이경임, 진은영, 신영배, 정한아, 유희경, 송승언의 작품들로, 〈소설 창작〉란은 정영문, 이신조, 백가흠, 황정은, 이갑수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한유주는 이번 호를 통해 다섯 계절 동안의 장편 연재를 마친다.
〈비평 논문〉란에는 김주연, 강계숙 두 분의 글을 싣는다. 김주연은 정영문의 소설 전반을 착종된 자아를 주인공으로 삼은 무의미의 투어로 의미화하고, 강계숙은 작년 말에 출간된 김혜순의 『슬픔치약 거울크림』을 우울(이되 싱싱한 우유 빛깔의 우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문학 공간〉과 〈서평 공간〉 역시 풍요롭다. 이준규, 송승환, 최정진, 최정례, 강정, 이이체의 신작 시집은 조연정, 김나영, 박성준, 김종훈, 김영희, 권온에 의해, 김경욱, 강영숙, 한강, 임수현, 정용준, 박형서의 신작 소설집은 이경재, 백지은, 소영현, 이소연, 김남혁, 조효원에 의해 비평적 조명을 받는다.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와 오생근의 『위기와 희망』은 김소연과 윤경희에 의해 의미의 한 겹이 드러난다. 피터 브룩스의 『플롯 찾아 읽기』, 최재천 외 『다윈의 대답』 시리즈, 김수환의 『사유하는 구조』, 정문길의 『독일 이데올로기의 문헌학적 연구』는 김형중, 이명현, 이덕형, 이승우 네 분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침을 건네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태용의 「머리 없이 허리 없이」와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으로 정설아의 「황금 깃털」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한다. 시상식은 신인문학상 수상자와 함께 5월에 있을 예정이다._문학과사회
『문학과사회』 봄호를 엮으며
특집 문학의 현재와 전사(前史), 그 관계
최현식_ ‘텍스트-침묵’, ‘현실-발화’와 불화하다
송종원_ 미래가 되지 않은 것들
이수형_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라―백수, 잉여와 모험의 윤리
서희원_ 폭력의 미래 혹은 문학의 진화
시 김광규_ 돌사자 옆에서 외 2편
조용미_ 저수지는 왜 다른 물빛이 되었나 외 2편
서정학_ 결혼기념일 기념식 불참자 명단 외 2편
이경임_ 은밀한 궤변 외 2편
진은영_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외 2편
신영배_ 물속의 점심식사 외 2편
정한아_ 표적 외 2편
유희경_ 겨울나무 두엇 놓인 뜰의 풍경 외 2편
송승언_ 기원 외 2편
소설 정영문_ 어떤 불능 상태
이신조_ 벽돌여자 우물남자
백가흠_ 제2회 시(詩) 창작교실
황정은_ 上行
이갑수_ 외계 문학 걸작선
한유주_ 불가능한 동화 (장편 연재 최종회)
징후들 김종옥 ․ 김솔 ․ 박송아 / 김형중 나는 작가다 (작가 인터뷰)
이 작가 하재연_ 사이, 들
박슬기_ 춤추는 클리나멘, 무연함의 공동체
김유진_ 멀어지는 것, 남아 있는 것
차미령_ 인상파의 복화술
사유의 발견 (비판․비평의 개념)
하선규_ 철학적 비판의 추동력과 맹점들—칸트, 하만, 키르케고르, 벤야 민을 돌이켜보며
정의진_ 문학비평의 끊임없는 역사적 기원
연재비평 김주연_ 古今共存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⑥
‘미니멀’ 투어―이야기 만들기_정영문론
비평논문 강계숙_ 우울아 놀자!—김혜순『슬픔치약 거울크림』에 부쳐
문학공간 시 이준규 시집 『삼척』 조연정
송승환 시집 『클로로포름』 김나영
최정진 시집 『동경』 박성준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김종훈
강 정 시집 『활』 김영희
이이체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 권온
소설 김경욱 소설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이경재
강영숙 소설집 『아령 하는 밤』 백지은
임수현 소설집 『이빨을 뽑으면 결혼하겠다고 말하세요』 이소연
한 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소영현
정용준 소설집 『가나』 김남혁
박형서 소설집 『핸드메이드 픽션』 조효원
평론 오생근 비평집 『위기와 희망』 윤경희
에세이 이광호 에세이 『사랑의 미래』 김소연
서평공간 이승우_ 정문길 『독일 이데올로기의 문헌학적 연구』
김형중_ 피터 브룩스『플롯 찾아 읽기』
이덕형_ 김수환 『사유하는 구조』
이명현_ 최재천․피터 싱어 『다윈의 대답』
제2회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웹진문지문학상 수상 소감 김태용, 「머리 없이 허리 없이」
발표
제8회 심사 경위 및 심사평
마해송문학상 수상 소감 정설아, 「황금 깃털」
발표
색인 『문학과사회』87~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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