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94 – xxⅳ권 제2호 통권 제94호 2011년 여름호

문학과사회 편집 동인 엮음
발행일: 2011-05-23
사양: 규격외 변형판, 438쪽
ISBN: 1227-285X
정가: 13,000원

“저 빛나는 사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 「광장」의 서두에 짤막하게 붙여진 작가 소감은 소설의 서문이 본문 전체만큼, 아니 본문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는 희귀한 사례에 속할 것이다(이에 버금가는 것으로는 이상의 「날개」 서두에 놓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가 있다. 이것은 서문이기보다 에피그램에 가까울 테지만, 아무튼 1936년 발표 당시 이 문장들은 본문과 구별되는 글상자 안에 씌어 있었다). 「광장」이 발표된 1960년 11월, 그러니까 그 4월로부터 여섯 달이 경과한 시점에서 작가 최인훈이 느꼈던 새 시대와 새 공화국의 보람은, 또 그로부터 여섯 달 뒤에 닥쳐온 5·16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염두에 둔다면, 역사의 아이러니 운운하는 상투적인 단상을 포함해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너무 자명해서 종종 잊히곤 하지만, 「광장」은 4·19가 있던 1960년으로부터 10여 년 전쯤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1947년부터 1954년까지이다. 그사이에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고 남북연석회의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끝에 남북한 단독 정부가 들어서 분단이 고착화되었으며, 전쟁이 있었고 휴전이 있었고 제3국행으로의 포로 송환이 있었다. 「광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던 민족혁명, 곧 포스트콜로니얼의 민족국가 건설nation-building이라는 역사적 과업이 한반도에서 끝내 실패로 귀착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월북한 이명준이 수시로 혁명의 청신한 흥분이 어디 있단 말이냐, 이건 혁명이 아니고 혁명의 흉내일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할 때, 그 혁명이란 북한에서 인민민주주의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일련의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물론, 4·19가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위해 싸운 시민혁명의 모델로만 조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점차 통일운동으로 이어져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기는 했지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4월의 흥분 속에서 분단 체제를 문제 삼은 작가 최인훈의 역사인식에는 어딘가 특별한 데가 있다.

「광장」으로 얘기를 꺼낸 직접적인 이유는 이번 호 특집의 주제가 ‘혁명의 귀환’이기 때문이고, 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박은홍 씨의 「제3세계, ‘자유의 왕국’을 향한 영구혁명─민족혁명을 넘어 시민혁명을 넘어」의 서두가 “프랑스 대혁명은 민족혁명이자 시민혁명이었다”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박한 생각이지만, 이 시대에 혁명이 가능한가라는 회의를 떨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2011년 벽두를 장식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랍 지역의 민주화운동은 ‘뒤늦게’ 찾아온 ‘뜻밖의’ 사건이었다. 민족혁명과 시민혁명이 함께 수행되었던 프랑스 대혁명과 달리, 식민지에서 해방된 제3세계는 혁명의 비동시성을 겪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측면에서 “제3세계를 휩쓸었던 민족혁명의 물결이 시민혁명의 물결에 의해 도전을 받거나 부정되는 맥락과, 이 과정에서 제3세계 혁명의 대안적 실험으로 얘기될 수 있는 사례에 대한 탐색”이 시도되는 박은홍 씨의 글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 비동시성이 실은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광장」을 잠시 언급해보자. 4·19의 환호 속에서 민족국가 건설의 문제로 눈을 돌렸다는 것은 시민혁명보다 민족혁명을 더 본질적인 과제로 간주했다는 뜻일까? 작가가 민족국가 건설의 실패와 주인공의 자살을 못내 애통해 했다는 사실은 『화두』가 발표될 때까지 20여 년 동안 마지막 장편소설로 남아 있던 『태풍』이 주인공을 살려내고 민족국가 건설을 성공시키는 소원 성취의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민혁명보다 민족혁명이 더 본질적인 문제로 간주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혁명의 가치 모두가 소중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광장」을 읽다 보면 주인공 이명준의 태도가 쉽게 납득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예컨대, 이명준은 보람이 없다고, 정열을 불태울 데가 없다고, 연애도 맘대로 할 수 없다고, 궁극적으로 자유가 없다고 불평한다. 민족혁명의 대의 앞에서 일개인의 불만은 잠시 접어도 되지 않을까? 보람된 삶을 살지 못한다는 식의 불만이 정치적 의미에서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면, 이런 태도는 단지 주인공의 미성숙이나 관념성 같은 성격상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김수영은 말한다.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이 고립된 단독의 자신이 되는 자유에 도달할 수 있는 간극이나 구멍을 사회기구 속에 남겨놓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더 나쁜 일이다.” 이런 간극이나 구멍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혁명의 길인 것은 아닐까? 「광장」이 민족혁명을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자유에 목숨 거는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해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의 민족혁명과 시민혁명의 전개 과정을 거시적으로 다룬 총론에 이어지는 글은 황병하 씨의 「 ‘아랍의 봄’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와 맹정현 씨의 「혁명의 불투명한 원인」이다. 황병하 씨의 「 ‘아랍의 봄’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는 유럽에 의해 근동으로 명명된, 그러나 우리에게는 유럽보다 더 먼 곳으로 인식되는 중동 아랍 지역의 민주화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코드로 아랍·이슬람으로부터 SNS에 이르는, 포괄적인 동시에 구체적인 문화적 요소들을 분석해주고 있다. 맹정현 씨의 「혁명의 불투명한 원인」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추정할 수 있을 만큼 명증한 정치경제학적 원인과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써의 혁명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극”이라는, 혁명의 본질적인 속성을 해명하기 위해 아랍 세계의 정치 체계 특징과 아랍 혁명의 불을 당긴 최초의 사건인 한 청년의 분신이라는 행위에 대한 정신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호의 비평·논문란에는 안천 씨의 「 ‘운동’에서 ‘풍경’으로─하루키의 「반딧불이」와 『상실의 시대』」가 실린다. 결국은 실패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의 부재’ 주변을 배회하는 원운동을, 곧 시간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반딧불이」와 달리 그 운동을 정지된 풍경으로 바꾸고 있는 『상실의 시대』가 예술적 후퇴를 노정하고 있으며, 그것이 1980년대 일본의 컨텍스트 안에서 사회적 갈등의 결여와 배제로 귀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천 씨의 글은 하루키 소설에 대한 비평적 이해의 영역을 심화·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호 창작란은 변함없이 풍성하다. 편혜영, 박형서, 이은선, 김엄지 씨 등, 이미 문학적 성가를 인정받은 작가들에서 작년에 갓 등단한 젊은 작가들로 이어지는 소설 목록은 우리를 배부르게 한다. 황동규, 정현종, 황인숙, 이영광, 이영주, 장석원, 최하연, 서효인 씨 등 40여 년을 격한 시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유주 씨의 장편 연재 역시, 작가의 색깔이 잘 녹아든 흥미로운 첫 장편소설을 이어가며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킨다.

이번 호부터 ‘선택, 젊은 소설’을 대신해 ‘징후들’이라는 코너를 신설한다. 여전히 젊은 소설을 대상으로 하되 재수록 대신 작가 인터뷰라는 형식을 취한다. 처음으로 선택한 징후들은 윤해서와 박지영 씨의 작품들로 김형중 씨가 함께했다. 난해하고 좋은 혹은 재미있고 좋은 소설을 쓰는/쓸 작가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번 호에는 젊은 시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획 좌담도 수록된다. 유희경, 이이체, 이우성, 박성준, 김승일 씨의 글과 말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묘한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가’에는 『흑백』과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의 시인 이준규 씨가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요즘 나는 무슨 시를 쓰고 있는지, 왜 그런 걸 쓰는지 말해보자.”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쓰기로 한 어떤 시인이다. 흥미롭지 아니한가. 이 시인이 앞으로 무엇을 써댈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발표할지, 그 속내가 무엇인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준규 씨의 작가론을 조강석 씨가 맡아주었다. “ 「문」을 통해 현대 시의 오관들을 헤쳐 나오고 ‘처용’마저 수용한 그는 부정형의 사고 실험 대신 이제 생성변형문법 본연의 생산적 효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준규의 최근 작품의 방향을 진단한다.

 

‘문학 공간’에서는 김광규, 허수경, 함성호, 조연호, 김성대의 신작 시집과 김숨, 천운영, 윤이형, 염승숙, 최제훈의 소설집 혹은 장편소설, 그리고 김영찬의 평론집을 리뷰로 다룬다. 각각 박형준, 권온, 송승환, 이찬, 이성혁, 김대산, 박인성, 백지은, 정주아, 조효원, 김형중 씨가 리뷰를 위해 수고해주었다. ‘서평 공간’의 대상은 김찬호의 『돈의 인문학』,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문자라는 증서』이다. 이에 대한 리뷰는 이종현, 이성민, 이택광 씨가 맡아주었다. 글이 짧다고 심신의 고생마저 짧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기에 리뷰 원고를 보내준 필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제1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의 시, 소설 부문 수상자로 임승유(「계속 웃어라」 외 4편), 이갑수 씨(「편협의 완성」)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갑수 씨는 “내가 받을 줄 알았다. 당연한 결과다. 왜 이렇게 시작하는 수상소감은 없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라는 재치 있는 말로 수상 소감의 서두를 뗀다. 우리는 심사 소감을 이렇게 돌려주고 싶다. “당신들이 받을 줄 알았다. 당연한 결과다”라고. _문학과사회

 

 

_염승숙 소설집 『노웨어맨』과 김도언 장편소설 『꺼져라, 비둘기』가 각각 3월과 4월에 출간되었다. 『노웨어맨』은 200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 염승숙의 두번째 단편집이다. 전작 『채플린, 채플린』을 통해 비일상적 인물들과 염승숙표 소설 언어로 낯선 환상의 세계를 이야기했던 작가는 이번 책에서, 현실과 환상, 진짜와 가짜, 승자와 패자라는 지루하고 고단한 이분법 세계 속의 진실을 캐묻는다. 낡은 건물이나 전봇대에 나붙은 전단지 속 ‘파산, 회생, 상담, 도움, 구제’ 같은 단어들로, 매일매일 아픈 상처를 목구멍으로 되삼키는 지금 여기의 우리들에게 염승숙의 소설들은 허무맹랑한 환상의 세계와 지독히도 끔찍하고 비루한 현실 사이에 과연 큰 차이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렇게 염승숙 소설은 사소하고 불안한 것들, 우리가 속한 세계의 모든 루저와 노웨어맨 들에게 위로의 손과 어깨, 윙크를 건넨다. 『꺼져라, 비둘기』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욕망을 추적해온 중견 소설가 김도언의 새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선악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사적 견해’라는 부제를 제시하고 선과 악의 분명한 대결 구도와 함께 이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선보인다. 보편적 견해에 ‘다른’ 질서를 부여하고, 인간 의지의 산물로서가 아니라, 의식화되고 주입된 관념으로서의 선/악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자 쓰인 이 ‘쉽고, 재밌고, 또 새로운’ 소설은, 해체된 서사의 시대에 돌연히 다시, 나타난 이야기로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할 것이다. 이어서 현길언 소설집, 김종호 장편소설, 최수철 장편소설, 안성호 소설집, 김선재 소설집, 김성중 소설집, 백가흠 소설집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_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호흡과 언어를 발굴하고 이를 웹진의 문학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정한 <웹진문지문학상>. 그 소중한 첫 결실이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이름으로 5월 말에 출간된다. <웹진문지>의 편집위원과 신진 비평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은 지난 1년간 등단 7년차 이하의 젊은 작가가 발표한 중단편 중에서 그 계절의 개성적이고 문제적인 작품을 ‘이달의 소설’로 선정하여 매월 1일에 발표해왔으며, 지난 3월 이장욱의 「곡란」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수상작인 「곡란」을 포함해 총 11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웹진문지>의 지난 1년의 성취 가운데 가장 빛나는 이름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문학의 최전선의 에너지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뜨거운 현장으로 자리매김한 <웹진문지문학상>의 제1회 시상식은 6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_이재무 시집 『경쾌한 유랑』, 김광규 시집 『하루 또 하루』, 김이듬 시집 『말할 수 없는 애인』이 3월과 4월 사이에 출간되었다. 이재무 시집 『경쾌한 유랑』은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윤동주상 문학 대상을 수상하며 시적 기량을 펼쳐온 시인 이재무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이재무의 시는 그동안 이향(離鄕)에 따른 근원 회귀의 열망, 현실 천착과 생태적 사유의 결합을 지나, 실존적 반성과 자기 탐색의 흐름을 면면히 이어왔다. 이번 시집은 이러한 흐름을 완만하게 이으면서도 ‘스스로 흔들리며 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것이라는 투명한 전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오랜 격정의 시간과 들끓던 내면의 열망을 충분히 가라앉히면서, 중년 이후 삶의 형식을 깊이 묻고 사유하는 반성적 성찰의 기록이 바로 이번 시집이다. 『하루 또 하루』는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이래, 생활 세계 속의 현실 체험을 바탕으로 ‘일상 시’의 영역을 꾸준히 개척해온 김광규의 열번째 시집이다. 시인이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노년의 깊은 깨달음을 담은 이번 시집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인상, 이제껏 사람들과 맺어온 관계에 대한 반성,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고, 여행지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별세한 지인들에게 보내는 추모의 내용 등 서정의 정신과 시적 언어의 자유로움을 이어 가장 진실하고 투명한 시 예순일곱 편이 담겼다. 철저하게 개별화된 시적 담론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시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인 김이듬의 세번째 시집 『말할 수 없는 애인』은 ‘말’이 아니라 ‘몸짓’을 통해 다가온다. 이번 시집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몸짓(마임)’으로 시연하는 시인은 “타고난 발성 우리의 언어”를 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며 구렁텅이 삶조차 구원일 수 있다고 열연하고 있다. 입을 막거나 목청을 제거하면 그만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불충분하고 불안정한 “타고난 발성”을 위해, 시인은 ‘온몸’을 언어이자 입으로 사용하며 ‘온몸’의 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박정대, 조용미, 유희경, 박형준, 이수명, 이경임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_‘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왕정치의 『따니아오 호수 이야기』(박정원 옮김)와 사(詞) 작가이자 연구자인 주조모가 엮은 『송사삼백수』(이동향 옮김), 에이드리언 리치의 『문턱 너머 저편』(한지희 옮김)이 2월에서 5월 사이에 출간되었다. 『따니아오 호수 이야기』는 중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이자 서정적 인도주의자로 인정받는 왕정치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단편 선집이다. 왕정치는 문학이 정치의 도구로 강요받던 시기에 풍물과 풍속을 발굴해 민족문화를 새롭게 조명했으며, 민간의 삶의 아름다움과 건강한 인성을 묘사하는 글을 썼다. 『송사삼백수』는 송대의 노래 가사인 사 중에 문학성이 높은 작품만을 모은 사선집(詞選集)이다. 이 책을 통해 신분과 상관없이 널리 유행했던 송사의 전반적인 풍격과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문턱 너머 저편』은 페미니스트 시인으로서 여성의 아픔을 진단하고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적 본질을 드러내며, 여성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하는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대표작 114편을 수록한 시 모음집이다.

이어서 ‘20세기 가치들의 몰락을 그린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맬컴 라우리의 『화산 아래서』(권수미 옮김)와 통찰력과 혜안으로 대만의 근대사를 해부하는 천잉전의 소설집 『충효공원』(주재희 옮김)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_‘문학 비평집’으로 조재룡의 『번역의 유령들』과 최현식의 『시는 매일매일』이 각각 3월과 4월에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이고 번역가이기도 한 조재룡 교수(고려대 불문과)의 첫 문학평론집인 『번역의 유령들』은 낯선 타자를 읽어내고 관계 지형을 그려가는 번역이란 이름의 문학 혹은 비평의 역할을 묻고 있다. 언어예술로서의 시와 문학, 번역과 비평의 접점을 추적해가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잠재태로서의 문학텍스트를 깨우는 구체적인 모색에 ‘번역’의 존재이유가 있고, 일상의 모든 습관과 관성에 도전하는 문학 혹은 시 정신을 바로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곧 ‘비평’의 소임임을 역설한다. 왕성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평론가 최현식의 한국문학 비평서 『시는 매일매일』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현대시의 명맥을 거시적으로 조망한 전반부와 시인 하나하나의 시론을 분석한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비평집에서 저자는 시의 오늘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포착하며, 이 단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애정 어린 목소리로 읽어낸다. 이 쉽고도 명쾌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시의 내일에 대한 청사진을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_외국문학 단행본으로 영국, 독일 등 10개국에서 출간되어 사랑받는 네덜란드 소설, 헤르브란트 바커르의 『그곳은 평화롭겠지』(신석순 옮김)와 통독 이후 동독 3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잉고 슐체의 소설집 『핸드폰』(노선정 옮김)이 4월과 5월에 출간되었다. 『그곳은 평화롭겠지』는 전통적 네덜란드 농가를 배경으로 죽은 쌍둥이 동생을 대신해 농장을 지키는 한 남자의 초상을 담고 있다. 자신이 뜻하지 않은 삶을 산 한 남자의 삶을, 미지에 대한 동경을,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절제된 부드러움과 함축적 유머로 표현했다. 『핸드폰』은 통신 기술의 발전 및 독일 통일 등, 급격하게 변하는 ‘핸드폰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에 대한 예리한 탐색이 돋보이는 작품집이다. 스스로를 핸드폰 시대 이전 옛 사람이자 구 동독인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마주 대하는 자신의, 사람들의 면면을 포착하여 보여준다.

스위스 출생의 저널리스트이자 독일어권 문학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소설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첫 소설 『파절란트』(김진혜 옮김)가 여름에 출간될 예정이다.

 

_‘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이윤영이 엮고 옮긴 『사유 속의 영화─영화 이론 선집』이 4월에 출간되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발터 벤야민, 모리스 메를로-퐁티, 앙드레 바쟁, 질 들뢰즈와 같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지성들이 영화에 대해, 영화를 통해 치밀한 사유를 전개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모두 열네 편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영화 이론의 고전을 묶은 앤솔러지이자 인문학적 사유에 깊이를 더해주는 풍요로움의 기록이다. 이어서 마르틴 브로샤트의 『히틀러 국가』(김학이 옮김), 정문길의 『독일 이데올로기의 편찬과 신MEGA』, 이영희의 『과학기술과 민주주의』가 근간 출간될 예정이다.

 

_인문 단행본으로 서우석의 『시와 리듬』(개정판), 안치운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독백과 운문의 귀향』이 각각 4월과 5월에 출간되었다. 『시와 리듬』은 1981년 처음 출간되어 우리 시 운율 연구에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본문의 많은 곳이 수정된 이번 개정판은 초판에 이어 시조부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의 운율과 리듬을 분석한 독보적인 연구서이다.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는 현대 연극의 전령이자 신화로 자리매김한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희곡을 분석한 독창적인 연구서이며, 그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헌사이기도 하다. 연극의 근원은 물론 모든 생의 근원과도 맞닿아 있는 콜테스 희곡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어서 양운덕의 『구체성의 모험─문학과 철학의 만남』(가제)이 근간 출간될 예정이다.

 

_‘문지푸른책’의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문학과지성 성장시선집 『첫사랑 두근두근』(이광호·김선우 엮음)이 근간 독자 여러분을 찾는다. 『첫사랑 두근두근』은 ‘순간을 봉인하는 언어 양식’인 시가 때때로 하나의 시 안에서 성장의 계기와 성장의 결과를 모두 보여주는 이야기로 응축되는 순간들을 오롯이 새기고 있다. 1920~30년대의 시로부터 최근의 시편들에 이르기까지, 86명의 시인들이 쓴 97편의 ‘성장시’들은 ‘극적인 성장의 이미지’와 ‘어떤 생의 절제된 이야기’, 그리고 ‘시적 도약의 순간’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청소년을 위한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가 독특하고도 또렷한 또 하나의 장르를 품게 되었다. 이어서 배봉기, 구병모의 성장소설 들이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허병두의 즐거운 글쓰기 교실 3』이 ‘밝은눈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다.

 

_‘문지아이들’에서는 『암탉은 왜 길을 건넜을까?』(데이비드 맥컬레이 글·그림/김서정 옮김)가 4월에 출간됐다. 어느 날 암탉 한 마리가 길을 건너면서 시작되는 엉뚱한 사건들은 절묘한 타이밍 속에서 속사포같이 연결되고, 도미노처럼 쉬지 않고 이어진다. 칼데콧 상 수상 작가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암탉과 절도범 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서로 영향을 끼치는 원인과 결과의 과정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인과관계에 의해 연결되는 복잡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재치와 엉뚱함으로 풀어내 읽는 내내 웃음을 선사한다. 이어서 김영주의 『빨간수염 연대기』(홍선주 그림), 모카의 『토마와 아멜리』(메트 이베르 그림/안의진 옮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안데르센 메르헨』(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김서정 옮김)이 나올 예정이다. _문학과지성사

『문학과사회』 여름호를 엮으며

 

특집| 혁명의 귀환

박은홍 제3세계, ‘자유의 왕국’을 향한 영구혁명─민족혁명을 넘어, 시민혁명을 넘어

황병하 ‘아랍의 봄’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

맹정현 혁명의 불투명한 원인

 

 

황동규 살구꽃과 한때 외 2편

정현종 황금태 외 2편

황인숙 슬픈 家長 외 2편

이영광 가나안 외 2편

이영주 잠 외 2편

장석원 유쾌한 언니, 언니 외 2편

최하연 전방십자인대 외 2편

서효인 여의도 외 2편

 

 

소설

편혜영 야행(夜行)

박형서 아르판

이은선 발치카 no. 9

김엄지 기도와 식도

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장편 연재 2회]

 

 

징후들

박지영·윤해서 / 김형중 말과 글 [작가 인터뷰]

 

이작가

이준규 무한한 사실

조강석 생성변형문법으로부터 시계 세공으로─이준규론

 

 

기획 좌담| 젊은 시인들에게 묻다

Q&A 이제, 그들의 시작하는 말

좌 담 그리고……, 그들의 후일담─유희경·이이체·이우성·박성준·김승일 / 강계숙

 

비평논문

안천 ‘운동’에서 ‘풍경’으로─하루키의 「반딧불이」와 『상실의 시대』

 

문학공간

김광규 시집, 『하루 또 하루』 박형준

허수경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권 온

함성호 시집, 『키르티무카』 송승환

조연호 시집, 『농경시』 이 찬

김성대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이성혁

 

소설

김 숨 소설집, 『간과 쓸개』 김대산

천운영 장편소설, 『생강』 박인성

윤이형 소설집, 『큰 늑대 파랑』 백지은

염승숙 소설집, 『노웨어맨』 정주아

최제훈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조효원

 

평론

김영찬 비평집, 『비평의 우울』 김형중

 

이종현 김찬호, 『돈의 인문학』

이성민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이택광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문자라는 증서』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시 부문 당선작 임승유 「계속 웃어라」 외 4편

소설 부문 당선작 이갑수 「편협의 완성」

 

색인 『문학과사회』 8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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