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봄호를 엮으며
중동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의 바람을 ‘카이로의 봄’이라 일컫는 것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까닭은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험과의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대규모 군중 시위와 대통령의 하야, 군부에 의한 권력 재정비 과정의 수순은 4·19혁명, 제3공화국의 몰락과 ‘서울의 봄’, 그리고 1987년의 6월 항쟁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저 ‘봄’이라는 수식어에 내포된 이중적 함의의 격차는 예사롭지 않다. 김수영의 표현을 빌리면, “푸른 하늘”의 열림이 가져올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과 더불어, “혁명이란/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불쌍한 백성들아/불쌍한 것은 그대들뿐이다/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뿐이다”(「육법전서와 혁명」)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계시적 경고가 암시하듯, 반혁명의 위험뿐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의 실현이 또 다른 형태의―아니, 더 나쁘게는 자신들의 손으로 무너뜨린 그 정치권력과 닮은꼴의―권력의 독점화를, 그리고 시민권의 행사와 법적 제도, 그것의 실질적 이행 사이에 발생하게 될 괴리를, 우리는 저 ‘봄’이라는 수사에서 함께 읽게 된다.
그런데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의 향방보다 더 숙고한 문제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혁명이 자유의 얼굴을 ‘금이 간’ 찰나의 형태로 보여줄 때, 그 얼굴의 드러남은 언제나 긍정적 결과를 낳는가 하는 점이다. 가령 이렇다. 자유의 실행이 일순 가능해질 때, 닫혀 있던 기억은 열리고, 말 없는(/못한) 자들은 말을 하고, 억압된 것들은 귀환한다. 그것들은 비로소 자기 언어를 획득한다. 우리는 자유가 낳는 이러한 효과를 대개 순기능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불현듯 떠오른 김춘수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다른 문제를 환기한다. 이 시는 초고를 크게 개작한 것인데, 시인이 삭제해버린 부분이야말로 주목을 요한다. 자유화 혁명에 자극받아 씌었음 직한 삭제분의 내용은, 놀랍게도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한 직접 고백이다. 시인은 한 인간으로서의 명예가 바닥으로 추락한 영어(囹圄) 체험을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상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발화되도록 둔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그렇게 말이 되어 터진 것을 시인 자신이 서둘러 지워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겠지만, 짐작 가능한 하나는 혁명을 목격하고 그에 자극받아 튀어나왔음 직한 것, 그 ‘억압된 것’의 갑작스런 귀환을 시인 스스로가 거부했다는 점이다. 자유의 개시(開始)가 그것을 본 자에게 원치 않는 어떤 불편을 초래한 셈이다. (이 부분은 훗날 「처용단장」과 자전적 소설에서 비로소 의미화된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해지기까지 김춘수에게도 시간은 필요했다.)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것이 의식의 층위로 떠오를 때 신경증은 치유될 가능성을 얻는다고 프로이드는 말했지만, ‘억압된 것’의 정체를 마주하길 환자가 거부할 때 정신분석은 끝이 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한다. 그러니까 사정은, 기억이 환기된 주체가 왜 ‘억압된 것’의 상징계로의 진입을 거부하는지, 바로 그 거부의 맥락이 무엇인지를 묻는 데 집중될 필요가 있다.
카메라를 향해 자신들의 울분과 마침내 혁명의 성공을 자축하며 기쁨을 토해내던 이집트인들의 그 무수한 말들은 말할 수 없던 것이 비로소 언어화되기 시작한 순간일 터이다. 그러나 그 말들을 그들 스스로 다시 감추고, 삭제하고, 통어하여 침묵 속으로 가라앉히는 일이 그들에게도 닥칠 것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원칙의 공고함이 넓고 클수록, 억압이 지속된 역사가 길면 길수록 말이다. 자유의 열림이 가져올 의식의 불편을 넘어설 수 있기까지, 그렇게 혁명의 완성은 요원하다. 김수영의 말처럼 혁명은 “육법전서”에 있지 않다! 그러니, 질문은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말 없는(/못한) 자들이 자기 안의 억압된 것들을 대면하길 거부하고 ‘말 없음’의 편리를 택하도록 하지는 않는가? 마치 신경증 환자가 정신적 외상을 마주하기보다 입을 다물고 자신의 고통으로 도피함으로써 의식의 편안함을 고집하듯, 그렇게 자기의 환부를 은폐하고 감추어 위장된 자유를 향락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 모든 주저와 머뭇거림과 자기방어를 해제시킬 만큼 완성에 달한 것인가? 문학의 여전한 가치는 이 ‘말 없음’에 물꼬를 내어 말해야 할 것을 억압 없이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역사의 변화가 극적인 때일수록 소설은 더욱더 흥한다고 종종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 말은 거꾸로 역사가 변화 없이 밋밋하면 소설은 쇠락을 면하기 힘들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과연 그래서인지,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이 선언되던 순간, ‘근대문학의 종언’(가라타니)―이때 근대문학이 근대소설을 가리킨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밝힌 바이다―까지 선포되었고, 장편 서사의 힘은 내용 면에서든, 형식 면에서든 작가들에게조차 의구심의 대상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한국문학은 역사적 격변의 순간순간마다 굵직한 장편소설들을 선보여왔다. 멀리는 염상섭의 『삼대』와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그렇고, 가까이는 최인훈의 『광장』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그렇다. 하지만 시민혁명의 극적인 역사성이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한국 사회가 포스트모던 사회로 점차 탈바꿈하면서 소설은 리얼리즘 미학에 기초한 장편화의 양식에서 이탈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한 미학적 진화의 내용은 정치적, 사회적 맥락뿐만 아니라 정신사적 맥락이 모두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필연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장편소설 대망론’이 항간에 대두되는 현상은 어딘가 기이한 데가 있다. 거칠게 말하면, 자연발생적 요구에서 빚어지는 미학적 양식에 대한 고려와 선택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특정 양식이 출판 시장의 여건과 출판 자본의 필요에 의해 키워지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이번 호 특집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의 성격을 띤다. ‘21세기 장편소설의 현주소’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장편소설이라는 개념의 유효성과 미적 가치를 현시점에서 비판적으로 재고하면서 장편소설의 흥망에 향후 한국문학의 미래를 거는 일이 적합한지, 그것이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진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장편소설의 현황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함께 비교한다.
그런데 ‘장편소설’이라는 특정의 양식을 특화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을 네 편의 글은 동일하게 적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현황을 살펴본 글에서 이러한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형중 씨는 현재 한국문학 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장편의 르네상스”란 작품 면면을 놓고 볼 때 “그 기대를 배반하는 르네상스”라고 비판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발표된 장편소설이 양적으로 풍성할지는 모르나 질적인 면에서 창조적 변화의 조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든다. “장편소설은 아직 가능한가? 한국 사회는 장편소설을 필요로 하는가? [……] 가능하다면 어떤 형태의 장편이 가능한가?” 등의 발본적 질문이 없는 장편소설 르네상스란 결국 “의도하지 않은 형태”일 수밖에 없음을 문제 삼는다. 또한 그런 연유로 “새로운 장편소설들이 탄생할 만한 조건으로서의 감수성의 변화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가를 찾는 것이 우선”임을 지적한다. 임경규 씨의 글은 21세기 미국소설이 ‘역사의 종말’이라는 시간대 속에서 생성된 ‘파국’의 내러티브임을 전제한 뒤, ‘역사의 종언’이 극적으로 선언된 뒤 “고통받는 자들의 몸, 억압된 지시대상체의 회귀”라는 형태로, ‘역사의 종언’ 자체를 내러티브로 삼는 소설이 등장하고 있음을 필립 로스, 돈 드릴로, 코맥 맥카시의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역사의 종언은 소설의 종언을 의미하는가”라는 말미의 물음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이에 대한 그의 답, “소설이 역사에 대해서 빚을 지고 있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자신이 속한 역사적 시대의 ‘경험에 중심적인 문제들을 도식화하고 설명해줄 수 있었던 탁월한 능력’이다. 이것은 소설이 그 자체로서 역사의 일부임과 동시에 역사를 자신의 방식대로 구성해갈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역사의 종언, 보다 정확히 말해서, 변증법의 종언은 가능하지만 소설의 종언은 불가능하다”는 답은 경청할 대목이다.
일본문학 내에서의 소설의 위상과 그를 둘러싼 최근의 담론을 검토한 안천 씨의 글 또한 “역사의 종언이 소설의 종언을 내포”했던 상황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임경규 씨의 글과 전제를 같이한다. 일본 내 주요 비평가들의 각기 다른 행보,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역사 부재’를 비판하거나 그와 정반대로 ‘역사 부재’ 자체를 고평하는 등의 상반된 시각이 공존함을 지적하면서, ‘라이트 노벨’ ‘캐릭터 소설’ ‘게임적 리얼리즘’ 등등 새로운 개념에 의해 작금의 일본소설이 특징 지워지고 있다는 설명은 장편소설의 미학이 일본문학 내에서 어떻게 해체되어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문학의 종언’에 대한 담론이 일본으로부터 직수입되었던 우리의 상황을 떠올릴 때, 일본소설의 현재를 조망해준 안천 씨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사점이 크다는 점에선 송병선 씨의 글도 빠뜨릴 수 없다. 장편소설의 붐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정작 라틴 지역 내부에서 강하게 거부되고 있으며, 20세기 말 라틴소설의 특징은 오히려 “마술적 리얼리즘의 죽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진단은 매우 흥미롭다. ‘포스트 붐’ 세대의 작가들에겐 문학적 전통의 계승보다 “새로운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은 새로운 관점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점이 더 중시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소설의 새로운 형태와 패러다임을 창안하는 일에 작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김형중 씨가 언급했던 것처럼 “어떤 새로운 글쓰기 양식의 등장, 혹은 어떤 장르의 탄생이나 단절적 진화는 최종 심급에서는 주체들이 경험하는 지각 방식의 변화나 감수성의 변화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얼마 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를 추모하는 문학평론가 김치수의 글을 싣는다. 한국인의 삶을 폭넓은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첨예한 동시대적 문제로 펼쳐 보인 빼어난 이야기꾼으로, 중산층의 속물화된 일상과 극단적 물신 숭배를 신랄하게 꼬집어온 매서운 고발자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 안은 품 넓은 공감자로, 박완서 문학이 그러안은 다채로운 세계를 더는 볼 수 없게 된 독자들로서는 그의 타계가 애석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한 심정을 담아 김치수 씨는 작가의 생전을 회상하면서, “박완서 씨는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상처뿐만 아니라 말 못할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 드러냄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고자 한 뛰어난 작가”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그가 일생 동안 겪었던 온갖 험한 꼴을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전체의 삶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 기쁨과 즐거움을 이야기해준 상세한 보고서”였다고 고인의 문학 세계를 기리고 있다.
이번 호 창작란은 한국문학의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신작을 두루 싣는다는 점에서 더욱 풍성하다. 최수철, 김경욱, 박성원, 이유, 윤해서의 소설은 한국소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한다. 아울러 언어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소설의 미학을 새롭게 개척해가고 있는 작가 한유주의 첫 장편소설이 이번 호부터 연재됨을 기쁜 마음으로 알린다. 기존의 성장소설과 달리, 어린 소녀 미아가 맞닥뜨린 삶의 이상하고 낯선 풍경과 혹독하면서 아름답게 소용돌이치는 내면 세계의 형상이 어떤 “불가능한 동화”를 선보일지 기대가 크다. 그리고 김형영, 장석남, 이수명, 조연호, 김선재, 김현, 황혜경의 시는 한국시의 현주소를 밝히는 생생한 실례로서 부족함이 없다.
‘선택, 젊은 소설’에는 손보미의 「담요」(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를 택하였다. 한 남자의 거듭된 불행을 감정적 과장 없이 담담히 표백시켜 서술함으로써, 역으로 불가항력의 심연처럼 산재하는 불행의 편재성을 환기시키는 이 신인 작가의 가능성에 대해, 이수형 씨는 “간결하고 건조하다”는 점을 작품의 미덕으로 꼽으면서, 그것이 문장 차원에 그치지 않고 내면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목한다. “남의 삶을 멋대로 비웃고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온건한 자제와 겸손한 시선이 큰 장점으로 여겨지는 이 작가의 개성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그릴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 작가’란은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 출간을 앞둔 소설가 편혜영 편으로 꾸며진다. 투명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빛과 그늘을 선하고 맑은 시선으로 응시하는 신용목 시인이 문명 세계의 생생한 지옥도를 그려 보임으로써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소설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다. 한데 어울릴 수 없을 듯한 전혀 다른 개성의 시인과 소설가가 서로에게 조응하며 때로 탐색하듯 주밀하게 서로의 내면을 읽어가는 인터뷰 과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작가론을 맡은 손정수 씨는 ‘아오이가든’의 그로테스크함과 섬뜩함으로 오랫동안 규정돼온 편혜영의 작품 세계를 다시 ‘아오이가든’ 이전과 이후로 재편하여 읽기를 시도한다. 3권의 전작들과 갓 연재를 마친 장편, 그리고 출간을 눈앞에 둔 세번째 소설집을 포함해서, 작가가 등단 직후 발표했으나 작품집에 묶이지 않은 단편들까지 두루 살피는 필자는, 주제 의식과 서술 기법 측면에서 “상징과 상상과 실재가 보로매우스의 매듭처럼 얽혀 있는 인간 삶의 근본적 조건”을 추상성과 보편성의 적절한 배합으로 밀도 높게 형상화해가는 편혜영 소설의 지난 10년과 다가올 미래까지 면밀한 분석으로 통찰하고 있다. ‘문학 공간’에서는 권혁웅, 이기성, 김행숙, 이준규, 이제니의 신작 시집과 은희경, 강영숙, 윤성희, 서준환, 박민규, 김사과 소설의 최근 성과를 살핀다. 각각 김종훈, 오은, 장은석, 김나영, 강동호, 서희원, 양윤의, 조연정, 김남혁, 이도연, 허윤진 씨가 리뷰를 맡아주었다.
이번 호 ‘사유의 발견’은 ‘평화’를 키워드로 삼는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을 바라보며 전쟁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던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전쟁과 평화라는 두 항은 현실 정치의 문제로써 간과될 수 없는 주요 사안이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피상적이고, 그에 대한 논의는 상식을 벗어나지 못할 만큼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평화’가 인류의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조건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면, 그에 대한 인식은 그것이 깨어질 때가 아니라 온전히 유지될 때 공고해질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홍원표 씨가 ‘평화’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필요함을 촉구하면서 칸트, 야스퍼스, 아렌트, 조소앙으로 이어지는 ‘평화’의 개념과 이념적 지향을 세밀하게 검토해주었다. 또한 ‘서평 공간’란에는 장 벨맹-노엘의 『충격과 교감』, 오생근의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장-뤽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를 다룬다. 이에 대한 리뷰를 각각 정과리, 조윤경, 최정우 씨가 맡아 수고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알릴 소식이 있다. 그간 계간 『문학과사회』의 편집을 맡아온 김동식, 김태환, 우찬제, 이광호 씨가 이번 봄호부터 동인에서 물러나게 되었음을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담아, 그리고 그동안 수고해주신 데 대해 더 큰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한다. 새 편집동인은 그간 편집위원으로 활동해온 강계숙, 김형중, 이수형 씨가 맡게 될 것이며, 새로 동인을 맡은 세 사람은 『문학과사회』의 고유한 문학적 이념과 전통을 지키면서 한국문학의 의의와 가치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주인으로서 성실하게 본연의 자리를 이어갈 것을 약속드린다. _문학과사회
_풍부한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김숨의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가 2월에 출간되었다. 이질적인 재료들이 충돌하면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한 편의 콜라주를 보는 듯했던 전작들에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방편이 아닌 현실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을 실감나게 드러내기 위해 기괴한 환상들을 교차했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시선을 현실로 옮겨간다. 죽음과도 같은 삶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필사의 안간힘을 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일상의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쓸개즙처럼 쓰디쓴 현실의 고통만이 남는다. 여기에 김숨 특유의 차분하고 정제된 문체가 더해져 삶의 어두운 풍경들은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작가상 수상으로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 편혜영이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로 독자들과 만난다. 이번 책은 전작들에 이어 비유나 수사를 허용하지 않는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문장은 여전하나,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자연에서 낯익은 도시 문명으로 그 무대를 옮겨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악취에 매몰된 습지를 뒤로하고 안온한 일상의 복판에 서 있는 작중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연의 혼돈을 수습하여 자신들이 이룩한 문명의 질서가 ‘동일성의 지옥’으로 반복되며 인간 의식을 지배하는 오늘의 사태를 주시한다. 평론가 김형중은 “야만에 맞서 건설한 문명의 끝이 야만이며, 자연에 대한 계몽 이성의 지배가 최종적으로는 야만 상태로의 회귀로 귀결된다는 아도르노의 예언이 이번 편혜영 소설에서 확증”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염승숙 소설집, 김종호 장편소설, 김도언 장편소설, 현길언 소설집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_이준규 시집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김영남 시집 『가을 파로호』, 함성호 시집 『키르티무카』가 11월과 2월 사이에 출간되었다.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은 첫 시집 『흑백』을 통해 파격적이고도 아름다운 언어를 선보인 시인 이준규의 두번째 시집이다. 여러 매체와 자신의 블로그Blog를 통해 발표한, 「문」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등 13편의 시들로 꾸려져 있다. ‘불안’이라는 마음의 질서를 숨기지 않은 채 언어의 본질로 접근해가는 이 시편들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변용하는 시어들, 고정되지 않는 ‘나’와 ‘타인’의 차이 속에서 그가 얼마나 내밀한 질서로 시를 써내려가는지 잘 보여준다. 시를 써내려가는 고통과 극복해내려는 치열한 고민과 탐색의 과정은 시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한 국면을 잘 보여줄 것이다. 1997년 등단 이래 시적 탐구의 여정을 꾸준히 이어온 시인 김영남의 네번째 시집 『가을 파로호』는 ‘서정성’과 ‘지적 변용’이라는 양극을 한자리에 충돌·융합·조화시켜 독특하고 위트 넘치는 시세계를 펼쳐낸다. 시인은 ‘달’ ‘여자’ ‘향기’ 등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이성에 대한 사랑, 원초적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이러니와 풍자로 강한 긴장과 함축을 담은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키르티무카』는 함성호 시인이 10년 만에 발표하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불멸의 언어를 꿈꾸며, 함께 불멸의 존재가 되려는 시인의 열망과 이에서 기인하는 절망의 불꽃이 일렁이는 이번 시집은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내달리는 시간의 악보인 동시에 신화이고 또 시집이다. 광활한 우주의 한 점에서 꿈꾸는 함성호만의 이미지들은 웅숭깊은 공명을 타고 우주의 저 끝까지 날아가 끝내 나의 뒷모습을 다시 만나는, 황홀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후 이경임, 이재무, 조용미, 김광규, 김이듬, 이수명 시집 등이 가까운 봄에 출간될 예정이다.
_‘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두샨 코바체비치의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김상헌 옮김)와 노벨상 수상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이윤희 옮김)가 12월에 출간되었다.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는 1995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언더그라운드」의 원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보스니아 내전까지, 구(舊)유고슬라비아의 슬픈 역사를 해학적으로 구성한 놀라운 상상력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삶을 버리고 새 인물을 창조해 새로운 삶을 사는 마티아 파스칼의 이야기이다. 그는 바로 인간의 존재 의미가 확립되지 않은, 상실과 소외의 현대 문명에 직면해 참된 자아를 모색하려는 우리 자신의 몸부림을 대변한다. 이로써 통권 100권의 위업을 달성한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중국의 서정적인 인도주의자 왕정치의 『따니아오 호수 이야기』(박정원 옮김)와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시인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문턱 너머 저편』(한지희 옮김) 등을 나란히 101권, 102권으로 하여 새로운 표지로 독자에게 선뵐 예정이다.
_‘문학 이론 연구서’로 신형기 『분열의 기록─주변부 모더니즘 소설을 다시 읽다』와 오생근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이 12월에 출간되었다. 『분열의 기록』은 1930년대 조선에서 씌어진 이른바 모더니즘 소설을 통해 모더니티 확산의 주변부에 위치한 식민지에서의 근대성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상, 박태원, 최명익, 허준, 유항림, 현덕에 대한 개별 논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서로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구성적 독서가 가능하다.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은 30년 넘게 초현실주의 문학을 연구해온 서울대 불문과 교수 오생근의 연구 성과를 한데 묶은 책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아직 소개된 바 없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문학에 대한 논의들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정리·성찰해낸 연구서이기에 프랑스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뿐만 아니라 낯설고 어렵게 느끼는 이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_외국 문학 단행본으로 2002년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생존하는 현대 프랑스 문학사의 거목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 시리즈 2권 『옛날에 대하여』(송의경 옮김)와 3권 『심연들』(류재화 옮김)이 12월에 출간되었다. 『옛날에 대하여』는 근원의 문제에 강박적일 정도로 천착하는 키냐르가 작심하고 본격적으로 옛날에 대한 정의(定議)를 시도한 담론으로, 키냐르 세계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심연들』은 표준화되고, 세계화되고, 획일화된 집단 모델을 강요하는 오늘날의 사회에 강한 불만을 가진 키냐르가 전하는, 뿌리 없이 표류하는 현실에 대한 은밀하나 폭로적인 계시를 담고 있다.
이어서 오늘날 네덜란드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게브란트 바커의 『그곳은 평화롭겠지』가 3월에, 『새로운 인생』의 작가 잉고 슐체의 단편 모음집 『핸드폰』(노선정 옮김)이 4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_‘파라디그마’ 시리즈로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문자라는 증서─라캉을 읽는 한 가지 방법』(김석 옮김)이 1월에 출간되었다. 라캉의 텍스트 「무의식 속에서 문자의 심급 혹은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을 분석한 이 책은, 부제가 선명하게 지시하듯 라캉에 대한 “단 하나의 독해, 그리고 단 하나의 텍스트에 대한 독해”로 라캉의 이론화 작업에 대해 철학자의 시각에서 그 의의와 특이성을 연구하고 평가한 논쟁적 문헌이다. 이어서 크리스티앙 메츠의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소론』(전2권, 이수진 옮김)이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_‘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마르틴 브로샤트의 『히틀러 국가』(가제, 김학이 옮김)가 출간될 예정이다. ‘히틀러 없는 나치 국가’ ‘나치 이데올로기 없는 나치 국가’를 그려내며 나치즘에 대한 전체주의적 시각을 뒤흔들고 있는 이 책은, 독일에서 나온 나치즘 연구의 최고 걸작이자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어서 정문길의 『독일 이데올로기의 편찬과 신MEGA』와 이윤영 편역의 『사유 속의 영화─영화이론선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_인문 단행본으로 김찬호의 『돈의 인문학─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가 1월에 출간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인문학자’인 김찬호 교수가 펴낸 『돈의 인문학』은 ‘인류가 만들어낸 희한한 발명품’인 돈을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적실한 실례들을 들어가며 돈과 삶의 관계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철학적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어서 서우석의 『시와 리듬』(개정판), 안치운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연구』, 양운덕의 『구체성의 모험─문학과 철학의 만남』이 새봄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_‘문지푸른책’의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강미 장편소설 『밤바다 건너기』와 김혜정 장편소설 『독립명랑소녀』가 각각 1, 2월에 출간되었다. 『밤바다 건너기』는 성격이 너무나 다른 고3 쌍둥이 남매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각자의 앞에 펼쳐진 인생이라는 밤바다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이란 그렇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엄중하고 냉혹”할지 모르지만,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밤바다를 건널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해 주변의 소중한 이들 덕분임을 은은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독립명랑소녀』는 불우한 환경과 사건에 처한 소녀가 옆방 할머니와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원숭이 등과 부대끼며, 일종의 우정을 맺고 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우수저작·출판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책은 “착상이 흥미롭고 언어 구사가 힘차고 행동 묘사가 박진하”며 “삶에 대한 뜨거운 호기심과 환경의 제약을 스스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당찬 의지를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서 문지 성장시선집 『첫사랑 두근두근』(가제, 이광호·김선우 엮음)과 배봉기, 구병모, 김나정의 성장소설 들이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허병두의 즐거운 글쓰기 교실 3』이 ‘밝은눈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다.
_‘문지아이들’에서는 『알라딘과 마법 램프─천일 야화』(헬가 게베르트 글·그림/박종대 옮김)가 12월에 출간됐다. 여러 지역의 민중 구비문학을 집결한 세계 최대 기서 중의 하나로, 인류가 낳은 최고의 이야기 문학으로 손꼽히는 『천일 야화』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작가는 주요 다섯 편을 골라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친 후, 상상력을 더해 내용을 풍성하게 하였고,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치밀한 구성으로 ‘어린이를 위한 천일 야화’를 내놓았다. 천일 야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이미 다른 책을 통해 『천일 야화』를 만나본 어른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어서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그림책 『암탉은 왜 길을 건넜을까?』(김서정 옮김), 모카의 『토마와 아멜리』(메트 이베르 그림/안의진 옮김), 안데르센의 『안데르센 메르헨』(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김서정 옮김)이 나올 예정이다. _문학과지성사
『문학과사회』 봄호를 엮으며
특집
21세기 장편소설의 현주소
김형중 장편소설의 적─최근 장편소설에 관한 단상들
임경규 역사의 종언 그리고 지시대상체의 귀환─21세기 미국소설과 파국의 내러티브
안천 ‘소설의 종언’ 이후의 일본소설론─하스미, 오쓰카, 아즈마
송병선 21세기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패러다임을 찾아서─『2666』 『염소의 축제』와 『섬망』을 중심으로
시
김형영 날마다 새롭게 외 2편
장석남 망명 외 2편
이수명 좌판 외 2편
조연호 풍등처럼 날다 외 2편
김선재 얼룩의 탄생 외 2편
김현 폴로네즈Polonaise 외 2편
황혜경 나는 시인들이다 외 2편
소설
최수철 망각의 대가들
김경욱 지구공정(地球工程)
박성원 볼링의 힘
이유 빨간 눈
윤해서 테 포케레케레
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장편 연재 1회]
선택, 젊은 소설
손보미 담요
이수형 간결하고 건조한─손보미, 「담요」
이 작가
편혜영·신용목 전염병처럼 눈이 내렸다 [작가 인터뷰]
손정수 ‘아오이가든’ 바깥에서 편혜영 소설 읽기─편혜영론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수상 소감 이장욱, 「곡란」
사유의 발견
홍원표 영구 평화, 인류의 공존 그리고 세계일가―칸트, 야스퍼스, 아렌트 그리고 조소앙
故박완서 추모
김치수 역사의 상처와 문학적 극복―박완서 씨의 삶과 문학
문학공간
시
권혁웅 시집, 『소문들』 김종훈
이기성 시집, 『타일의 모든 것』 오 은
김행숙 시집, 『타인의 의미』 장은석
이준규 시집,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김나영
이제니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강동호
소설
은희경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서희원
강영숙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 양윤의
윤성희 장편소설, 『구경꾼들』 조연정
서준환 소설집,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 김남혁
박민규 소설집, 『더블』 이도연
김사과 소설집, 『영이』 허윤진
서평공간
정과리 장 벨맹-노엘, 『충격과 교감』
조윤경 오생근,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최정우 장-뤽 낭시, 『무위의 공동체』
제7회 마해송문학상 발표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색인 『문학과사회』 83~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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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사회 93 – xxⅳ권 제1호 통권 제93호 2011년 봄호"에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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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이장욱작가의 [고백의 제왕]과 문학과 사회 93호에 실린
최수철 작가의 [망각의 대가들]이 머리속 골목길에서 만났다.
창과 방패의 만남이랄까 ?
잘 훈련되었거나 또는 광란에 휘둘린 치명적인 창질을 막아내는 것은
강철방패이기도 하지만,고통을 잊게하는 강력한 망각이란 생각도 들었다.
찢겨지면 안되는 방패는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창을 찾고 기다린다. 창은 자신의 무한한 질주를 막아줄 방패를 찾는다.
섬뜩한 느낌에 상쾌한 창과 방패가 눈에 들어오는 시공간이 세계적으로
돋아나고 있다. 깔끔하게 인쇄된 지도 밑에서 돋아난 것들이 아직 옜지도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