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88 – xxii권 제4호 통권 제88호 2009년 겨울호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발행일: 2009-11-24
사양: 신국판, 486쪽
ISBN: 1227-285X
정가: 13,000원

『문학과사회』 겨울호를 엮으며

2010년은 4·19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4·19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동인으로서의 현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적·역사적 의미를 현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미완의 혁명’으로 불리는 4·19 자체의 성격에 연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4·19를 사유하는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직 제출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19를 민족사 혹은 민족운동사로 다룰 때, 혹은 그것의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역사적 당위성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혁명’을 신화화할 때, 4·19가 그 이후의 한국 사회와 문화에 어떤 동력으로 작동했는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4·19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한 실증적 성찰과 함께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나 문화가 어떻게 4·19를 내면화하고, 모더니티의 구성에 그것이 작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4·19를 ‘모더니티’라는 문제의 틀에서 사유하는 것은,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의 한국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현대적-현재적’ 동인으로 작용했음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4·19를 한국적인 모더니티의 구성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은 4·19에 대한 전면적인 재성찰과 연관된다. 이를테면 4·19가 서구 부르주아 혁명과는 달리 국가를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혁명이었다는 것이며, 그것의 정치적 좌절과는 다른 층위에서 사회문화적 ‘효과’가 파생된 ‘사회혁명’적 성격이 강했다는 것을 밝히고 4·19가 역사적으로 파생시킨 실질적 효과 중의 하나는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탄생이며, 바깥에서 주어진 형식으로 기능한 ‘시민’이 제도적 실체로서 스스로에게 인식되고 그것이 이후 새로운 정치적 무의식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는가의 문제 등을 살펴본다. 그런 이해 위에서 4·19의 문화사적인 의미 역시 새롭게 드러날 것이다.

『문학과사회』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4·19의 정치적·사회문화적 의미와 문학적 동력을 재인식하는 연속 기획을 다루고자 한다. 4·19가 구성한 모더니티의 특질을 밝혀내고 그 현재성을 재인식하는 것이 이 기획의 의도이다. ‘4·19와 모더니티’라는 제목의 연속 기획인데, 이번 호에는 ‘4·19와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4·19와 한국문학과의 관계를 다루고자 한다. 이 특집에서 우리는 4·19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을 다루거나 좁은 의미의 ‘세대론’적 해석을 강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4·19가 어떻게 한국문학에서 ‘문학적인 것’ 혹은 ‘현대적인‘ 것에 스며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들 사이의 매개로 ‘시민성’ ‘자유’ ‘자율성’ ‘스타일’ ‘미적 전위’ ‘감각’ ‘장르’ 등의 어떤 지점들을 복수적으로 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한국문학에서의 문학적 현대성의 탄생 지점을 밝히는 것이며, ‘1960년대 문학’이 아니라, ‘1960년대 이후 문학’을 이해하는 관점을 재구성하는 문제이다. 이 기획이 ‘문지-문사’로 이어지는 문학 공동체의 문학적 기원을 성찰하는 문제와도 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독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다음 호에는 ‘4·19와 모더니티’와 관련된 정치사회적인 글들로 이어진다. 4·19 이후 이른바 61년 체제, 87년 체제, 97년 체제, 08년 체제 등 다양한 한국 사회 체제론이 거론되었는데, 그 도정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4·19의 동력학을 재해석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 역정과 4·19 효과의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 사회·문화적 논점들이 심원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대 감각으로 4·19의 역사철학적 현대성을 사유하는 이광호 씨는 4·19를 미학적 사건으로 성찰하면서 4·19 이후 한국문학의 미적 현대성 내부를 주밀하게 헤아린다. 한국문학 내부에서 발견되는 자기의식 혹은 근대적 개인과 자율적인 주체의 등장 문제, 4·19 이후 지속적이고 내재적인 자기 혁신의 미적 동력 문제, 그리고 개인 주체의 자율성과 문학의 자율성이 텍스트 안에서 구체적으로 조응하면서 역동적 형성의 자장을 보이는 문제 들을 탐문하면서, 미적 모더니티의 복수성을 이해하고 개별 문학의 육체 속에서 4·19 이후 문학의 주체적 지점들을 발견하려는 비평적 노력을 펼친다. 그러면서 “4·19를 둘러싼 미적 현대성은 당대적인 현대성이 아니라, 미래를 살기 시작하는 시간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들 텍스트 내부의 문학적 주체와 언어들은 4·19의 과거가 아니라, 4·19의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우찬제 씨는 5·16으로 인한 4·19의 정치적 좌절을 딛고 문화적으로 승화된 모더니티의 새로운 지평을 응시한 4·19세대 소설의 맥락과 의미를 살핀다. 최일남, 최인훈, 이청준, 김승옥, 서정인 등의 4·19세대 작가들이 4·19의 문화적 동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4·19세대의 독특한 상상력을 형성하려 했던가를 논의하면서, 그것이 한국문학사의 심미적 맥락을 구성하는 데 어떤 미적 효과를 거두었는가를 검토한다. 그러면서 근대적 개인과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탐문하고 발견하면서 역동적인 반성을 통해 한국문학의 내면을 혁신했다는 점, 부단히 열린 감수성과 스타일 혁신으로 미적 전위의 존재 방식을 입증했다는 점 등의 4·19문학과 관련한 논점들을 숙고한다. 아울러 “체험이나 기억을 넘어 부단히, 또 다른 4·19를, 또 다른 한국문학의 모더니티를 향해 탈주하는 과정에 대한 심미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계숙 씨는 한국 시사의 전개와 맥락 속에서 4·19가 한국 시에 미친 영향을 성찰하면서, 김수영과 김춘수에 의해 한국 시의 미적 전위는 또 다른 기원을 얻고 있음을 논의한다. 한용운과 임화에서 시적 표현을 얻은 자유에 대한 근대적 인식이 김수영에 이르러 어떠한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논하면서 김수영의 자기 혁명에 주목한다. 자율적 주체에 대한 욕망은 상호주체성 및 이타성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를 향한 김수영의 자기 혁명이 결코 단수적일 수 없었으며 복수적으로 열린 것이었음을 언급한다. 김수영의 자율적 주체는 사회적 관계 지평에서 나를 반성하면서 내재성 속의 초월성을 추구하기도 하며, 주체와 타자의 상호주관적 인식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정치화하는 길을 열어나갔음을 밝힌다. 역사로부터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긍정적인 방법으로 시를 모색했던 김춘수 역시 김수영과 더불어 자유 인식의 시적 계보의 또 다른 고원이다. 언어의 자율성을 적극 의식하고 그것을 시의 “현기증 나는 자유”와 연관시킨 이후 형식에 대한 의지, 언어의 자기 지시성 혹은 자율성의 추구를 도저하게 밀고 나간 김춘수가, 1960년대 이후 미적 전위의 주요한 예술적 징표가 되었음을 비평한다.

4·19 이후 줄곧 새로운 심미적 모더니티의 전개 과정을 존중하고 또 미적 전위의 열정을 의미화하는 데 공을 들여온 『문학과사회』는, 이번 호에도 의미 있는 미적 전위들을 창작란에서 독자들과 함께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4·19세대의 대표적 시인 중의 한 분인 김광규 시인부터 김혜순, 강정, 문태준, 손현숙, 조동범, 황병승, 김경주, 강성은, 김승일 등에 이르기까지 열 분의 시인들이 저마다 21세기 한국 시의 현주소를 알린다. 소설에서도 이혜경, 박형서 씨의 장편 연재를 비롯해 이기호, 천운영, 박혜상, 임수현 등 개성 뚜렷한 작가들의 상상력과 스타일을 통해 소설 읽기의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치는 박형서 씨의 장편은 지면 관계상 그 마지막을 다 담지는 못했으나 곧 단행본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선택, 젊은 소설’에서는 신예 작가 정용준 씨의 「벽」을 독자와 함께 다시 읽는다. “극단의 폭력과 모멸”이, 그리고 죽음이, 죽음보다 더한 삶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매우 이채로운 공간에서 작가는 ‘벌거벗은 삶’의 현주소를 위악적으로 탐문한다. 이 이채로운 소설에 대해 평론가 이수형 씨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자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무시간적인 알레고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면서, “인간의 경계에 대해,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인간이 아닌가에 대해 묻고 있는” 소설이라고 해설한다. ‘이 작가’에는 하성란 씨를 초대했다.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에 속하는 하성란 씨의 소설은 주밀하고 섬세한 문체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심연을 독특하게 성찰하고 형상화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인식과 상상의 충격으로 안내한다. 이러한 하성란 씨의 소설적 무의식을 짐작케 하는 산문과 함께, 백지은 씨의 작가론을 통해, 우리는 아직 성찰되지 않은 하성란 소설의 새로운 진경에 다가서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문학과사회』는 김언, 신해욱, 신영배, 안현미의 시집과 정찬, 구효서, 김연수, 최대환의 소설집, 그리고 4·19세대 평론가인 김병익의 비평집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문학공간 2009 겨울’을 꾸민다. 이 공간을 위해 정한아, 함돈균, 장은석, 이수정, 이경재, 유준, 조연정, 김나정, 김형중 등 제씨들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사유의 발견’에서는 오랜 논란 거리이고 또 이 디지털 복제 시대에 더욱 논란이 급증하고 있는 이른바 ‘저자’의 문제에 대한 발견적 사유를 모색하고자 했다.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성기완 씨는 「지은이에 관한 몇 개의 플러그-인 가능한 모듈들」에서 저자/지은이에 대한 해체적이고 전복적인 사유를 다채롭게 펼친다. 토마스 아퀴나스와 미셸 푸코, 빌 라스웰, 오지은, 앨런 와츠, 화엄 철학 등의 담론들을 가로지르며, 저자에 대한 다채로운 생각들을 열어놓는다. 그러면서 저자에 대한 전복적인 반성을 요청한다. “지은이는 늘 말이 되어왔던 말로 말이 되어본 적이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있고, 또 없다. 당신에게 묻겠다. 태초에 물을 물이라, 불을 불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더 창의적인가. 한글을 쓰는 당신이 물을 물, 이외의 다른 말로 불러본 적이 있나. 당신이 문법을 어긴 적이 있나. 당신은 물을 물이라 처음 말한 그 사람들의 저작권을 인정하나. 유효기간이 지났으니 그럴 필요가 없나. 기껏해야 당신이 만들어내는 것은 있는 단어들의 조합일 뿐이다. 비단 이끼 자라나는 푸른 글자, 그것이 책이다.”
텍스트 내외의 맥락을 사려 깊게 헤아리면서 ‘자세히 읽기로서의 비평’을 수행하는 젊은 비평가 김대산 씨가 읽은 배수아론도 우리 문학 담론을 풍성하게 하는 구체적 사례가 될 것이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북쪽 거실』에 이르기까지 배수아의 소설 행적을 소설 안에 있는 소설가, 에세이스트로서의 소설가, 의지로서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소설가, 자유에 관한 성찰자로서의 소설가 등의 키워드를 통해 분석한다. “이 소설가는 ‘무표정한 자’가 아니며, 또한 ‘웃는 자’이기보다는 ‘우는 자’에 가깝다. 에세이스트, 즉 시도하는 자는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시련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든 실패의 가능성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 안에.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 아닌가?” ‘해외 테마 서평’란에 소개되는 알렉시스 라크루아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글을 쓴다」 역시 우리 문학과 문화 상황에서 좋은 참조가 되는 글이다. 근자에 들어 철학자들이 점점 더 문학적 글쓰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그 현상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저자는 탐문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철학자들은 사르트르의 시대처럼 철학 이론을 적용하고자 문학을 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고자 문학을 한다는 것이다. 그 동향과 전망, 관련 참고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는 이 글을 통해 문학과 철학의 융합을 통해 문학이, 인문학이 스스로를 어떻게 반성하고 갱신할 수 있을지와 관련된 나름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제10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안내한다. 2002년부터 21세기 한국문학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의미 있는 미적 전위들을 초대할 수 있었음에 우리는 진심으로 감사한다. 정이현, 한유주, 박혜상, 최제훈 등의 소설가들과 하재연, 최하연, 최원준, 박성준 등의 시인들, 그리고 이수형, 허윤진, 김대산, 권온, 김나영 등의 평론가들이 그들이다. 이제 『문학과사회』는 새로운 전위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격려하기 위해 이번 10회부터 2000만 원의 상금을 문학적 전위의 명예와 함께 드리기로 했다. 2010년 3월 말에 마감하는 제10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공모에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실 것을 믿고 미리 사의를 표한다.

『문학과사회』 88호를 위해 옥고를 주신 필자들의 수고에 거듭 감사한다. 이제 해가 바뀌면 2010년이다. 제법 떠들썩하게 21세기를 맞은 지가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나 2010년대를 맞는 것이다. 2010년대에도 『문학과사회』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한국문학의 미적 최전선을 위해 탈주하는 역동적인 문학을 계속 모색해나갈 것을 겸허하게 약속드린다.
_문학과사회

_‘한국문학전집’으로 전광용 단편선 『꺼삐딴 리』(김종욱 책임 편집)가 11월에 출간되었다. 『꺼삐딴 리』는 1950년대 전후 사회와 1960년대의 척박한 삶의 리얼리티를 ‘구도의 치밀성’과 ‘묘사의 정확성’을 통해 형상화한 작가 전광용의 대표작 15편을 수록했다. 전광용의 소설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사실주의적 필치로 그려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4·19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실 속에서 지식인의 나약성과 위선, 그리고 그들이 겪는 가치관의 혼란을 통해 당대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안목 역시 잘 드러내고 있다.

_배수아 장편소설 『북쪽 거실』, 최대환 소설집 『바다 위의 주유소』가 9월에 나왔다. 배수아는 탁월한 심리 묘사와 개성 있는 문체로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이다. 이번에 출간된 『북쪽 거실』은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총 4회에 걸쳐 『문학과사회』에 연재한 장편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작가 특유의 모호한 서사와 낯선 비유, 시공의 뒤틀림을 통해 꿈의 언어를 펼치고 있다. 『바다 위의 주유소』는 1990년대 말, 실제와 가상이 서로 혼융되는 현실을 깊이 있게 다루며 주목받았던 최대환이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무미건조한 개인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기록자로서 자신 안에 있는 공허, 대상이 없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어서 조영아 소설집, 박혜상 소설집, 박찬순 소설집 등이 나올 예정이다.

_지난 해 11월부터 최인훈 전집이 새로운 판형과 장정으로 독자들께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와 『하늘의 다리/두만강』이다.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는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캐럴」과 중편 「가면고」를 함께 싣고 있다. 총 5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질문과 대답이 엇갈리고 과장스런 말이 오가는 한 가족의 기이한 대화가, 「가면고」는 주인공의 얼굴에 대한 집착이 되풀이되면서, 소통 장애와 강박 증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일상과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최인훈은 ‘지금-여기’의 부정적 삶을 빚은 근원―일제 식민지에서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병폐―에 대해 탐색하는 한편, 동시대의 담론 형식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하늘의 다리/두만강』에 수록된 중편소설 「하늘의 다리」와 「두만강」은 자유 연상 기법과 이미지들의 무한 반복으로 환각과 현실을 동시에 오가는 최인훈 소설의 고유한 구도 속에 자리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통해 작가는 한 개인의 사적인 기억 혹은 트라우마가 객관화·보편화되어 현실에 대한 문학적 인식으로 성립되어나가는 극적 파노라마를 완성해내고 있다.

_신해욱 시집 『생물성』, 김형영 시집 『나무 안에서』, 김명인 시집 『꽃차례』, 박주택 시집 『시간의 동공』이 9월에서 11월 사이에 출간되었다. 『생물성』은 최소화한 언어와 견고한 구조의 시 세계로 주목받아온 시인 신해욱의 두번째 시집이다. 시집 전반에 걸쳐 하얗게 명멸하는 언어와 시간, 그 속에서 잉태되는 새로운 표정들이 시인 특유의 담담한 고백체와 간명하고도 건조한 일상어에 담겨 있다. 의외의 시행 배치, 가볍게 점프하는 듯한 시선, 최소화한 시어들이 한데 모여, ‘나’가 다른 ‘나’로 거듭나는 순간의 기억을 포착하고 ‘나’의 존재를 확장해간다. 김형영의 여덟번째 시집 『나무 안에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어들과 시적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자아를 둘러싼 만물에 드리운 시인의 겸손하고 따뜻한 눈길과 더불어 세상의 중심이고자 하는 ‘욕망’ 대신 그저 함께 ‘존재’하기를 소망하는 시인에게 허락된 깊이 있는 시적 상상력과 시적 예지가 자연스러운 공감의 울림을 자아낸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삶에서 오련한 빛을 찾아내는 시인 김명인의 아홉번째 시집 『꽃차례』는 시공간을 아우르는 ‘결정(結晶)’이자 ‘절대’에 대한 시집이다. 우주에 대한 곡진한 애정으로 가득한 이번 시집의 시들은 ‘지금’의 남루함조차 결연한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김명인의 힘에서 기원한다. 생성, 만개, 소멸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생’의 궤적에서 시인이 발견한 사랑은 ‘영원불멸’의 증명인 동시에 실천이다. 『시간의 동공』은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이후 5년 만에 발간되는 박주택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이면(裏面)의 눈을 가진 시인의 숙명적 고통과 이를 아름다움으로 정화해내려는 시인의 노력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광기와 수치로 점철된, ‘생’이라는 폐허에 숨어 있는 빛나는 노래. 이것이 시인이 이번 시집 『시간의 동공』을 통해 들려주려는 하나이자 전부이다. 이어서 김소연 시집, 김민정 시집, 최승자 시집 등이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_한국 현대 문단의 살아 있는 증인인 평론가 김병익의 새 비평집 『기억의 타작』이 10월에 발간되었다. 저자는 지난해에 작고한 우리 소설 문학의 세 거목, 박경리, 홍성원, 이청준의 문학적 업적을 추모하며 비평적 정리를 도모한 글들을 책의 앞머리에 묶는 한편, 황동규 시인의 등단 50주년, 문학과지성사 창사 30주년 등의 기념을 계기로 한 회고와 성찰의 글들을 나란히 실으면서, 시간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속에 힘 있게 살아 숨 쉬는 문학의 본질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활자와 기억의 힘에 주목한다.

_‘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알프레트 안더쉬의 『잔지바르 또는 마지막 이유』(강여규 옮김), 테오도르 폰타네의 『에피 브리스트』(김영주 옮김),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박종소 옮김), 잉고 슐체의 『새로운 인생』(노선정 옮김), 토마스 브루시히의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문항심 옮김)가 9월~11월 사이에 각각 나왔다. 『잔지바르 또는 마지막 이유』는 독일 전후(戰後) 문학의 형성에 크게 공헌한 작가 알프레트 안더쉬의 대표작으로, 독재자의 권력에 예속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에피 브리스트』는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테오도르 폰타네가 만년에 원숙한 솜씨로 집필한 걸작이다. 여성의 운명을 주제로 하여 당대의 사회 현실을 비판한 가장 성공적인 사회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는 아카데믹한 의미에서 러시아 최초의 철학자라고 평가되는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철학적 사유 과정과 예술적인 참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인류의 삶과 역사에서 다양한 양태로 그 실제를 드러내는 ‘악의’ 존재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은 현재 독일 문단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작가 잉고 슐체의 장편소설이다. 독일 통일 전후 ‘새로운 인생’을 마주하게 된 동독인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는 ‘전환기(독일 통일을 전후한 시기) 위트 소설의 원조’라 불리는 독일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의 장편소설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과 통일이 완전히 이뤄진 1990년 사이를 시간적 배경으로 여러 인물을 등장시켜 다양한 관점에서 독일 통일을 바라본다. 이어서 한유의 『한유문집─창려문초』(전2권, 이주해 옮김),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김옥희 옮김) 등이 나올 예정이다.

_‘문학이론서’로 20명의 전문연구자들이 문학교육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문학의 교육, 문학을 통한 교육』(윤영천 김진경 홍정선 정과리 김명인 엮음)이 8월에 나왔다. 문학교육은 곧 우리 사회 구성원의 문학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한 사회의 총체적 문학 능력을 결정한다. 오늘날 우리 앞에 닥친 ‘문학의 위기,’ 즉 문학적 소양이나 문학 능력의 위기는 곧 상상력과 창조력의 위기이며, 이는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대안적 모색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필자들은 강조한다. 현 시점에서의 우리 문학교육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문학과 인문학 전반의 위기를 타계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_‘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중세 중·후기(11~15세기) 프랑스에서의 성과 사랑, 결혼과 친족, 죽음과 저승과 같은 일상적 주제를 ‘민중문화’의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는 유희수의 『사제와 광대─중세 교회문화와 민중문화』가 10월에 출간되었다. 이어서 루이-조르주 탱의 『이성애 문화의 발견』(이규현 옮김)과 맹정현의 『리비돌로지─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이 근간 독자들께 선보일 예정이다.

_‘사회사 연구총서’로 김백영의 『지배와 공간─식민지도시 경성과 제국 일본』이 10월에 출간되었다. ‘식민지 제국’의 지리적 판도라는 공간적 연속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식민지도시 ‘경성’의 형성·변화·활용 방안을 분석하는 이 책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폭넓은 비교사적 시각을 도입함으로써 왕조 수도 ‘한양’이 식민지도시 ‘경성’으로, 다시 ‘대경성’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의 역동성을 다각도로 추적하고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_인문서 단행본으로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과 마쓰모토 겐이치의 『일본 우익사상의 기원과 종언』(요시카와 나기 옮김)이 각각 9월과 10월에 출간되었다. 『파리를 생각한다』는 파리 체류 14년 동안 파리 곳곳을 산책한 저자의 사적 체험과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독서와 연구, 성찰과 사색의 순간들과 함께 아우르며 ‘품위 있는 삶을 위한 도시’의 조건을 탐색하는 책이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자 레이타쿠 대학 교수 마쓰모토 겐이치의 저서 『일본 우익사상의 기원과 종언』은 사상적 측면에서 일본 우익을 연구한 첫 성과물로, 일본에서 우익사상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이유를 찾아 메이지 정부에 대한 반대세력이 우와 좌로 갈라서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서 복거일의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가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_‘문지푸른책’에서는 ‘연세 과학 기술과 사회 연구 포럼’ 소속 14명의 교수들이 함께 쓴 『멋진 신세계와 판도라의 상자; 현대 과학 기술 낯설게 보기』(송기원 엮음)가 10월에 출간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지식을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과학적 지식 창출이 어떻게 가치 판단과 연관되는가를” 탐구하고 있는 이 책에는 ‘현대 과학 기술’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사회학적’으로 고민한 흔적들이 여실하다. 특히 각기 다른 전공의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이끌어낸 질문과 토론의 쟁점들이 쉽게 녹아 있어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의 ‘과학 기술과 사회’에 대한 의문점들을 다각도에서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어서 오승은의 『서유기』(전 3권, 임홍빈 편역/김종민 그림)와 김종광 연작소설 『착한 대화』가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다.

_‘문지아이들’에서는 100호 기념 단편집 『천둥 치던 날』(김려령, 김양미, 배미주, 오채, 유영소, 이성숙, 이송현 지음/정문주 그림), 이미옥 동시집 『춤추는 이불』(이진영 그림), 오진원의 『꼰끌라베』(양경희 그림)가 9월과 10월에 출간되었다. 『천둥 치던 날』은 마해송문학상을 인연으로 모인 작가 일곱 명의 단편을 모아 엮은 단편집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진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춤추는 이불』은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이 배어 있는 동시집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상들은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전해준다. 『꼰끌라베』는 동생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미지의 세계 ‘꼰끌라베’로 뛰어든 리디아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진 판타지다.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극적인 이야기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어우러져 상처의 치유와 성장의 의미까지도 곱씹어보게 한다. 이어서 유타 괴츠의 『돌고래가 춤춘다』(햇살과나무꾼 옮김/문희정 그림), 『어둠이 떠오른다』 연작인 수잔 쿠퍼의 『녹색 마녀』(김서정 옮김/양경희 그림)가 나올 예정이다. _문학과지성사

『문학과사회』 겨울호를 엮으며

특집
4·19와 모더니티 1―4·19와 한국문학
이광호 4·19의 ‘미래’와 또 다른 현대성
우찬제 자유의 스타일, 스타일의 자유
강계숙 ‘미적 전위’가 탄생하기까지―4·19혁명이 한국 시에 미친 영향 하나


김광규 몰년 외 2편
김혜순 열쇠 외 2편
강 정 不具 외 2편
문태준 그 아무것도 없는 11월 외 2편
손현숙 손 외 2편
조동범 아프리카展 외 2편
황병승 모래밭에 던져진 당신의 반지가 태양 아래 C, 노래하듯이 외 2편
김경주 천 개의 학을 입에 문 날들 외 2편
강성은 전염병 외 2편
김승일 마녀의 딸 외 2편

소설
이기호 행정동
천운영 내 가혹하고 슬픈 아이들
박혜상 Y의 바깥
임수현 굴뚝
박형서 새벽의 나나 [장편 연재 마지막회]
이혜경 사금파리 [장편 연재 2회]

선택, 젊은 소설
정용준 벽
이수형 ‘그저’의 세계, 이것이 인간인가─정용준의 「벽」

이 작가
하성란 극동방송국과 카페 호호미욜 사이
백지은 동안의 소설─하성란론

사유의 발견
성기완 지은이에 관한 몇 개의 플러그-인 가능한 모듈들

비평·논문
김대산 어느 소설가에 관한 에세이─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북쪽 거실』까지

문학공간


김 언 시집 『소설을 쓰자』 정한아
신해욱 시집 『생물성』 함돈균
신영배 시집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장은석
안현미 시집 『이별의 재구성』 이수정

소설
정 찬 소설집 『두 생애』 이경재
구효서 소설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 유준
김연수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 조연정
최대환 소설집 『바다 위의 주유소』 김나정

평론
김병익 비평집 『기억의 타작』 김형중

서평공간

국내 마크 릴라, 『사산된 신』/이언 F. 맥닐리·리사 울버턴, 『지식의 재탄생』/브루스 링컨, 『신화 이론화하기』/가라타니 고진, 『네이션과 미학』/린 헌트, 『인권의 발명』

해외 테마 서평
알렉시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글을 쓴다(김종명 옮김)
라크루아


색인 『문학과사회』 78~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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