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연2

- 대산세계문학총서 109

이여진 지음 | 문현선 옮김
발행일: 2011-12-29
사양: 548쪽
ISBN: 978-89-320-2269-7
정가: 17,000원

선계(仙界)와 인간계를 씨실로 삼고 신화와 역사를 날실로 삼아
과거와 현재, 하늘과 바다를 종횡무진 넘나들다

 

   무한한 상상력의 대장정!
      『삼국지』『수호지』『서유기』의 뒤를 잇는 중국 고전 문학의 걸작!

대산세계문학총서 108, 109권으로 소개되는 이여진(李汝珍, 1763~1830)의 『경화연(鏡花緣)』(전2권)은 선계(仙界)와 인간계를 씨실로 삼고 신화와 역사를 날실로 삼아 하늘과 바다, 과거와 현재, 경서와 속담, 시부(詩賦)와 민간놀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중국 문학의 대작이다. 혁신적 사고와 뛰어난 상상력, 방대한 작품 구성으로 단연 청조 문학의 으뜸이라고 일컬어진다.
현대 한국어로는 최초로 번역 소개되는 『경화연』의 원작은 1828년 초간되었으며 총 100회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산해경』의 자료를 바탕으로 명대 4대 기서인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와 청대의 『유림외사』 『홍루몽』 등의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다.
『경화연』은 신화로 시작해 선녀가 속세에 떨어지면서 무측천의 집정과 중종 복위라는 역사로 들어가고, 『산해경』 속 신화와 전설을 따라 여행하면서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풍자소설, 기행소설, 사회비판소설로 분류되는 동시에 역사소설, 재학(才學)소설, 영웅전기의 특색도 두루 지닌다.

 
비운의 천재 작가의 꿈과 이상향이 투영된 소설
저자 이여진은 경전에 해박하고 천문, 의약, 수학, 음악, 음운학, 시가, 서예, 회화, 원예, 바둑, 수수께끼 등에 정통한 수재였다. 그러나 이여진은 소설 속 주인공인 당오처럼 향시만 통과해 말단 문인으로 평생을 보냈다. 하지만, 이 소설에 풀어놓은 강렬한 사회의식, 여성과 남성의 동등함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 통렬한 사회 비판적 풍자는 그가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였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기회가 없었던 당시 사회에 품고 있던 불만, 그리고 꿈꾸던 이상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킨 『경화연』은 한편으로 저자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당시 과거시험에 쓰였던 문체인 팔고문이 싫어서 과거를 포기했다는 말도 있고, 만주족의 통치하에서 한족 문인은 괄시받기 일쑤라 경전 연구에 몰두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후스(胡適)의 고증에 따르면, 끝내 세상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이여진이 궁핍한 말년을 보내면서 1810~25년 15년 동안 『경화연』을 집필해 1828년에 출간했다고 한다. 작가는 속세에서 못다 펼친 재능을 이 소설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리하여 놀라운 상상력과 유머, 과장과 은유, 날카로운 풍자와 반어의 기법 등이 골고루 활용된 이 독특하고 참신한 소설이 창조되었다.

 
완성하는 데 15년, 총 100회에 이르는 방대한 구성과 내용!
: 작품의 구조
『경화연』의 구조는 당오와 당규신이라는 두 주인공을 기준으로 구분할 때 제40회를 기준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으며,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서는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선계에서 백화선자가 항아와 다투고 속세에 떨어지게 되는 제1회~제6회, 당오가 처남인 임지양을 따라 해외 곳곳을 여행하다 소봉래에서 신선이 되는 제7회~제40회, 백화선자의 환생인 당소산이 아버지 당오를 찾아 해외를 다녀오는 제41회~제53회, 재녀들이 과거에 응시해 작위를 받고 놀이를 펼치는 제54회~제94회, 문운 등이 무측천을 폐위하고 중종을 복위시키는 제95회~제100회이다.
그중 최고의 백미로 꼽히는 부분은 당오의 여행기를 다룬 제7회~제40회로, 이여진은 군자국, 대인국, 여아국, 무인국 등 30여 곳을 통해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자신의 이상 세계를 투영해낸다. 그리고 이러한 소설의 구조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여진은 당오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도덕과 욕망의 환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편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친다.

 
중국판 『걸리버 여행기』
세기와 국경을 넘어 환히 빛나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갈망
: 작품의 내용과 특색
주인공인 당오가 『경화연』에서 여행하는 30여 개의 나라는 대부분 『산해경』을 기반으로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과 포부, 소망, 이미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상향이자 별천지이며 피하고 싶은 현실의 반증이다. 그중 이상향에 대한 갈망과 해학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곳은 군자국과 여아국, 무장국, 양면국 등이다.
저자의 이상향인 군자국은 검소하고 겸손한 성품을 갖춘 사람들이 예의범절을 지키며 서로를 아끼는 나라로, 상인들은 낮은 가격을 받으려 하고 국왕은 보물의 상납을 법으로 금지한다. 길에서 만난 노인들이 지적하는 장례문화와 돌잔치, 소송, 전족 등과 같은 중국 사회의 폐단이나, 마지막에 그 노인들이 사실은 국왕의 총애를 받는 재상임을 알고 그들의 청렴함과 겸허함에 깜짝 놀라는 장면 등에서 이여진의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여아국에서는 저자 이여진의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사실 이여진의 페미니즘은 소설 전체를 꿰뚫는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재능을 가졌음을 주장하며 중국 유일의 여황제 무측천의 집정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녀차별이 분명했던 시기에 여인의 활약상을 그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인데, 이여진은 한층 더 나아가 남녀가 뒤바뀐 세상을 그려낸다. 여아국에서는 여자들이 바깥일을 하고 정치를 하는 반면 남자들은 치마를 입고 전족을 하며 화장을 한다. 특히 이 부분은 저자가 6회를 할애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유난히 에피소드도 많고 재미있는 사건도 많이 등장한다.
무장국은 당오가 직접 들르지는 않지만 다구공과의 대화를 통해 부도덕한 치부(致富)에 일침을 가하는 곳이다. 무장국 사람들은 장이 없어서 먹는 즉시 음식을 원형 그대로 배설하는데 부자들이 그 배설물을 하인들에게 먹임으로써 부를 축적한다. 약자를 각박하게 몰아붙여 쌓은 재산이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를 해학적으로 반문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구두쇠가 죽은 뒤 환생하는 모민국이나 환생을 거듭하는 무계국, 눈이 손에 붙어 있는 심목국, 현학적인 말투를 쓰는 숙사국, 가슴에 구멍이 뚫린 천흉국, 입에서 불을 뿜는 염화국, 알을 낳는 익민국, 입이 돼지주둥이처럼 생긴 시훼국, 잠을 자지 않는 백려국, 음운학으로 유명한 기설국, 네모난 사람들이 틀에 박힌 듯 살아가는 기종국 등을 통해 이여진은 자신의 이상을 형상화하고 현실을 풍자한다.
소설의 초점은 제40회를 기점으로 당오의 딸이자 백화선자의 환생인 당소산에게로 옮겨간다. 당소산은 여자의 몸으로 아버지를 찾아 먼 바닷길을 떠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본래 신분과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고, 소봉래의 읍홍정에서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 이름을 당규신이라 바꾼 뒤 과거에 합격할 재녀 100명의 명단을 얻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편지 내용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고 과거에 합격한다.
이 소설은 남녀의 구분이 엄격한 봉건사회에서 여성이 과거에 합격하고 정치 활동을 하는 등, 남녀평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상의 작품이었다. 실제로도 『경화연』이 출간된 뒤 수많은 질타가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그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문학적 재능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얼마든지 문무를 겸비할 수 있다고 설정한다.
과거시험이 끝난 뒤 이어지는 재녀들의 놀이는 제69회부터 시작돼 제93회까지 이어진다. 시험관인 변빈의 집에 모여서 바둑, 마조, 투호, 낚시, 산법, 그네, 활쏘기, 풀싸움, 벌주놀이 등 다양한 놀이가 백과사전을 펼쳐놓은 듯 설명된다. 고대의 민속놀이와 풍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박식다통한 저자의 학식을 과시한다는 일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 2백 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가슴 뛰는 대장정을 떠나보자!
작품 제목인 ‘경화연(鏡花緣)’은 ‘경화수월(鏡花水月)’이라는 사자성어에 인연(因緣)을 더한 말이다. ‘경화수월’이란 ‘거울 속의 꽃과 물속의 달’이라는 뜻으로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일을 의미하는데, 이에 따라 ‘경화연’의 뜻을 더듬어보자면 ‘거울 속 꽃들의 인연’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여진은 꿈을 실현할 길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 이 글을 쓴 것은 아닐까? 또한 작품 제일 마지막에 “거울의 빛이 진정한 인재를 비추고 꽃들의 형상이 새로운 소설을 만드네”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자신이 맺은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총체적으로 말해 『경화연』은 당대 중국 소설사에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의 활로를 보여주었다. 정치적으로 뜻을 펼칠 수 없는 구조적 절망 속에서, 날카로운 사회의식과 선구적 남녀평등의식, 통렬한 풍자적 요소, 신화에서 음운학에 이르는 다양한 학식을 녹여낸 걸작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조선 시대 말 홍희복에 의해 『제일기언(第一奇言)』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현대어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가 작품의 초두와 말미에 밝히고 있듯이, 이 이야기는 방대하면서 비현실적인 내용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을 때 비로소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린다면, 2백여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놀라운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속으로
긴 여름과 한가로운 겨울날, 등불과 달빛에 의지해 한 해, 또 한 해 글을 써내려가 마침내 『경화연』 100회를 완성했다. 사실 이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소 우울증을 앓던 친구가 이 글을 읽고 웃음과 활기를 되찾은 뒤 “자네는 성격이 느긋해서 글도 더디게 쓰니 어느 세월에 전부 다 쓰겠나? 100회부터 먼저 내고 다시 쓰게나. 절반일지언정 일단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자고”라며 권했다.
그렇다, 소설일 뿐인데 뭐 그리 대수인가! 허나 수십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으니, 드넓은 우주의 하찮은 글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는 최대한 필력을 살려 꽃들을 피워냈다고 자부하므로 소설을 읽는 누군가도 그 꽃을 찾아 미소 지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또한 인연일 터, 이에 ‘거울의 빛이 진정한 인재를 비추고 꽃들의 형상이 새로운 소설을 만드네’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거울 속의 전경을 보고 싶다면 다음 인연을 기다려주길.  (2권 566~567쪽)

이여진 李汝珍

소설가

자는 송석(松石)이고 대흥(大興, 지금의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19세에 형을 따라 해주(海州)로 간 뒤 청대 학자인 능정감(凌廷堪)을 사사했고 몇 년 동안 하남(河南) 현승으로 부임해 황하 치수를 담당했다. 경전에 해박하고 천문, 의약, 수학, 음악, 음운학, 시가, 서예, 회화, 원예, 바둑, 수수께끼 등에 정통했으며 특히 음운학에 뛰어났다. 무측천의 집정시기를 배경으로 당오와 당소산 부녀의 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경화연』은 100회 구성의 장편소설로 청조 문학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산해경』의 이미지가 투영된 당오의 해외 여행기는 풍자를 통해 타락한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고 자신의 이상을 투영한 부분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원래는 200회를 계획했으나 100회밖에 완성하지 못한 채 1830년에 생을 마감했다. 지은 책으로 『이씨음감(李氏音鑑)』 『수자보(受子譜)』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문현선

번역가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이화중국번역문화공간에서 중국어권 도서를 기획 및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사랑을 담는 지갑』 『인의 경영』 『走出院子的母鷄(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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