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상 9회 - 1997

마종기 / 이슬의 눈

선정 개요

본사가 주관하는 이산문학상의 제9회 수상작으로 마종기씨의 시집 『이슬의 눈』이 결정되었다. 본심위원은 『문학과사회』 동인들의 예심 결과를 보고받고 두 차례의 심사를 거쳐 7월 초순에 마종기씨를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다.

시인 마종기씨는 맑은 서정으로 이 세계의 슬픔과 외로움을 투시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성으로 감싸안은 아름다운 정신을 강하게 드러낸다. 정련된 언어를 통해 발휘되는 그 정신은 오늘의 메말라가는 정서와 분해되어가는 내면에 자연과 인간과 존귀한 것에 대한 경의를 환기시키며 이 세상의 살 만한 의미를 생성해낸다. 특히 이번의 수상작 『이슬의 눈』에 감동적으로 표출된 마시인의 이러한 시적 성취는 오래 전부터 평가되어왔으나 그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어떤 특별한 수상의 기회는 유예되어왔었다. 30여 년 동안의 해외 생활에도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지치지 않고 시적 열정이 오히려 높아가는 마종기 시인에게 독자들과 함께 축하와 감사를 보낸다.

마종기

수상자: 마종기

작품: 이슬의 눈

수상 소감:

고국에 있는 친구들은 외국에서 의사로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계속해서 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허영이고 또 재수 좋은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같이 별 뛰어난 글재주를 가지지 못한 주제로는 해가 갈수록 시쓰기가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 그러면서도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눈앞의 욕심만으로 얼마나 내가 자주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었나를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내가 얼마나 내 시 속에서 아양을 떨었고, 향수를 쳤고, 또는 궁색을 떨었을까. 얼마나 호들갑스럽게 외로움을 외쳐대고 쓸데없는 양념을 대중 없이 털어넣었을까?

그러나 내가 한 가지 피하지 않고 노력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시가 관념의 대상으로서 내 밖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울지언정 내 피와 살과 정신의 토양에서 길러낸 것, 그래서 죽든 살든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아니면 그 어느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그런 시를 써보려고 했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을는지.

몇 해 전 노벨상을 받은 세이머스 헤이니가 「여행」이란 시에서 “그들은 먼 곳을 읽고 있다./ 우리를 넘어, 잠든 아이들을 넘어/ 시들은 풀밭에 앉은 먼지를 넘어”라고 했듯이 나도 먼지들을 넘어 먼 곳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길고 광활한 시야를 키워, 그 넓은 시의 터전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커다란 욕심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시인 아닌 사람들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그러나 시인이 다른 사람에 비해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마음을 더 넓히고 더 너그럽게 가지려고 항상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들이 못 보는 먼 곳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고 그 눈이 보는 풍경과 사연이 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라면,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에서 시나 시인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작가 소개: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뒤,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 (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 (1991), 『이슬의 눈』 (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하늘의 맨살』 (2010), 『마흔두 개의 초록』 (2015) , 『천사의 탄식』 (2020)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 밖에 『마종기 시전집』 (1999), 시선집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2004),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2010), 『우리 얼마나 함께』 (2013),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2014)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산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