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상 8회 - 1996

김주영 / 화척(禾尺)

선정 개요

본사가 주관하는 이산문학상의 여덟번째 수상자로 『화척(禾尺)』의 김주영씨가 결정되었다. 지난 7월 초순 이재선, 김주연, 김화영 등 3명의 심사위원에 의해 만장일치로 합의된 대하 소설 『화척』은 고려 문신 정권 시대의 권력 싸움과 그것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뜨거운 삶을 재현한 역사소설로서 이재선 교수가 평가하듯이 “이념성·정보성·창의성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서 이 장르에 독보적인 성과를 이룩해온 작가 김주영씨의 활기찬 토속적 문체와 이야기꾼으로의 뛰어난 재능이 정보가 박약한 이 시대에 대한 사실적 고증과 잘 어울린 문제작이다. 이미 『객주』와 『활빈도』의 대하소설들과 『아들의 겨울』 『천둥 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의 장편소설들로 한국 문학의 한 경지를 개척한 김주영씨에게 이번의 이산문학상으로 뒤늦은 경의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을 우리는 참 다행으로 여기면서, “한자 한자 생각하고 또한 주저하면서 쓰는 피흘림 속으로 몸을 던지려 한다”는 작가의 수상 소감에 박수를 보낸다.

김주영

수상자: 김주영

작품: 화척(禾尺)

수상 소감: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한 사후 검증을 기다리거나 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본다는 일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기도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내가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한 거북함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다. 내 스스로의 점검에 의해서도 하나의 소설로서 훌륭한 골격과 농익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 완성도 높은 소설을 생산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했기에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뒤돌아보거나 비평이란 검증에 시선을 돌리는 일에 게을리해왔고, 그보다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부어온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이산문학상을 받게 된 것은 나로서는 지극히 당혹스런 일이 되었고 또한 거북하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런 당혹과 거북함에도 불구하고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통지를 접수한 그 시각부터 내 자신의 소설 쓰는 일에 대한 반성이나 그 반성에서 비롯된 새로운 문학 하기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골똘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그러나 그 전환점이란 것이 앞으로의 소설 쓰기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리고 어떤 피흘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안개 속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미망을 두려워하지는 않겠다는 결의는 갖게 되었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화척』도 마찬가지지만 몇 권의 역사소설을 쓰는 일에 열중해왔던 나머지 사람들이 가지는 삶에 대한 열정과 그런 열정에서 빚어지는 질곡과 갈등에 대한 열정적인 천착에 서툴렀다는 점과 인간이 희구하는 이상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소설 속에 용해시키는 일에도 서툴고 게을렀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산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약속은 지켜야 한다거나 기계적인 소설 쓰기에 빼앗기는 시간을 될수록 줄이고, 한자 한자 생각하고 또한 주저하면서 쓰는 피흘림 속으로 몸을 던지려 한다.

작가 소개:

1939년 경북 청송에서 출생, 서라벌예대를 졸업했으며, 1971년 『월간문학』에 「휴면기」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객주』(전9권, 1981), 『아들의 겨울』(1981), 『천둥소리』(1986), 『활빈도』(전5권, 1987),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1988), 『외설 춘향전』(1994), 『화척』(전5권, 1995), 『야정』(전5권 1996),d 『홍어』(1998) 등의 장편소설과 『겨울새』(1983), 『새를 찾아서』(1987) 등의 소설집이 있다. 1983년 단편 「외촌장 기억」으로 한국소설문학상, 1984년 장편대하소설 『객주』로 제1회 유주현문학상, 198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96년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산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