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상 15회 - 2003

허만하 /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선정 개요

예심 심사위원들은 이산문학상 심사 요강에 따라 2001년 6월 이후부터 2003년 5월 말일까지 출간된 시집들을 검토한 결과, 그 가운데 13권의 시집을 예심 통과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작년에 소설 부문에서 수상자를 뽑았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올해에는 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발간된 시집들을 예심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예심 결과는 6월 16일 오후 12시에 열린 본심 회의의 첫 모임에서 본심 심사위원들에게 보고되었습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13권의 예심 통과작들 가운데서 1차 심사 대상작으로 6권을 가려내고 여기에 1권을 보탠 다음 개별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개별 심사 기간을 거쳐 7월 23일 오후 12시에 열린 결심 회의에서 본심 심사위원들은 허만하의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심사평

「관찰과 사유와 묘사의 집요함」(정현종)

허만하 시인이 뇌출혈로 쓰러졌었다는 사실을 나는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에 들어 있는 김종길 선생의 해설을 통하여 처음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근래 허만하 시인의 왕성한 시작을 촉발한 것이 죽음과의 직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을 고비를 넘어간다든지 생명이 위태로운 절박한 상태에 처한다든지 하는 일들은 한 영혼이 번개와도 같은 각성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삶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샘솟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인에게 시쓰기란 자기가 살기 시작한 새로운 삶에 대한 보고이며 삶의 위엄을 회복하려는 의지의 깃발이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에서는 관찰과 사유와 표현에서 모두 집요함이 느껴진다. 그는 보고자 하고 생각하고자 하며 표현하고자 한다. 이 시인에게 있어서 사유란 자기가 관찰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지이며 이 의지는 끈질긴 묘사를 낳는다. 이러한 사유와 묘사와 진술이 그의 시를 대부분 ‘노래’가 없는 산문시가 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몸의 한 부분처럼 그가 데리고 다니는 그의 뒷모습처럼 적막한 일몰”(「내리막의 끝」)이라든지 “동구 밖 팽나무가 새 지저귐처럼 가지 끝에 엷은 노을을 걸던 무렵”(「오천년의 풍경」) 또는 “논두렁 끝 한 그루 복사꽃이 피는 것은 은빛 잔털 반짝이는 햇쑥 냄새가 쌀쌀한 바람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바람꽃」) 같은 아름다운 구절에서 우리는 그의 감성의 촉촉한 공명판과 서정적 섬세함을 확인한다.

그의 시는 자기의 “몸 안에 묻혀 있는 비어 있는 눈부심”(「비어 있는 자리는 눈부시다」)을 발굴하는 작업인데, 어떻든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는 노년의 시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닌가. 게다가 그 끝나지 않은 일이 시를 쓰는 일임에랴. _시인

「시선의 깊이와 의미의 흐름」(김화영)

예심위원들이 선정한 여러 권의 시집들 가운데서 우리 결심위원들은 여섯 권을 심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그중에는 내가 이미 읽어 본 시편들도 있고 처음 대하는 시집들도 있었다. 나는 6월 하순 장기간에 걸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길에 오르면서 그중 3권을 배낭 속에 넣어 가지고 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과 초원, 혹은 늪과 바다같이 넓은 강, 그리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숲가의 허술한 이스바. 이런 차창 밖 풍경들과 덜컥거리는 바퀴 소리를 배경 삼아 앉아서, 누워서, 혹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시집을 읽고, 읽다 말고 공상에 잠기고 혹은 졸음에 빠지는 맛은 과연 별미였다. 귀중한 상의 심사를 맡아 마음 바쁘지 않은 상태에서 시의 어조와 결과 의미의 무늬에 아예 포개져서 떠돌기도 하고 다시 정신을 추슬러 음미할 수 있는, 이 드문 친화의 기회가 내게는 작은 은총 같았다. 그중에서도 박형준 시인의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는 바이칼 호숫가의 훈제 ‘오물’의 비린내 혹은 알타이 공화국의 키 큰 소나무 숲 냄새와 겹쳐지면서 그 사라질 듯 떠오르고 떠오를 듯 사라지는 아름다움의 그림자가 되어 낯선 물빛처럼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때 나는 이 젊은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내밀게 될 것이라 예감했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와 허만하 시인의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를 펴놓고 그 속에 끌려들면서 마음이 자꾸만 그 깊이와 넓이 쪽으로 더 기우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박형준 시인은 아직 젊으니 무르익을 시간도 있고 그래서 기회는 많다는, 에누리하는 심정도 암암리에 작용했는지 모른다). 언젠가 미당문학상을 심사하는 기회에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를 통해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허만하 시인의 변모는 이미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느껴지는 그 시선의 깊이와 의미의 흐름은 시를 읽는 이를 압도하면서도 사무치게 감싸주는 역량을 과시한다.
특히 시집의 제2장, 물에 관한 시편들이 보여주는 의미의 자연스러운 유동성에 깊은 매혹을 느꼈다. 물에 대한 정치하고도 얽매이지 않는 묘사 자체가 삶에 대한 예기치 않은 은유가 되어 흐르는 듯했다. 새나 물은 시 자체가 그렇듯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시는 흐르고 떨리는 것,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아름다움의 한 형용임을 시인은 스스로 풍경 속을 흐르면서 말하는 듯하다. 팽이는 돌고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답듯이 시인은 의미가 흐르고 있는 과정이 시라는 것을 이해하게 해준다. 의미의 일시 정지마저 잘 허락지 않는, 유예되는 의미의 리듬을 그윽한 삶의 풍경화 속에 담아내는 이 시인의 내면적 넓이는 뒤늦어서 더욱 빛난다. _문학평론가

「묘사 시학의 원숙성」(김주연)

허만화 시인의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는 시적 인식의 세계로서의 묘사, 그리고 달관을 통환 주체로서의 진술이 적묘(適妙)하게 조화되어 시적 감동을 빚어낸다. 말하자면 사물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침착한 묘사로서 시의 대상을 극명하게 그려내는 기법을 바탕으로 삶과 세계에 대한 그의 주관을 진솔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 같은 그의 시세계는 그러나 그리 간단히 획득되는 경지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의 본질에 육박해 들어가는 예민하면서도 정확한 관찰력, 그것을 통해 얻어진 시인 자신만의 독자적인 감상이 투영된 새로운 세계관의 조심스러운 고백은, 그가 즐겨 보여주는 물의 세계처럼 우리를 계곡 깊숙이 흐르게도 하고, 문득 하늘로 튕겨 오르게도 한다. 허만하의 시가 조용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까닭은,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그 깊이와 높이 때문이다.

복거일의 소설을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독후(讀後)의 느낌은 조금 허망했다. SF풍을 비롯한 다양한 의장을 도입했음에도 그 근본 메시지는 뜻밖에 통속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불륜은 불륜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모두 옹호하는 이 소설을 읽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난 것은 웬일일까?

육순(六旬)의 소설가 이제하는 아직도 젊다. 작가는, 사람 사이의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오래지만 여전히 중요한 주제를 사실주의 문법을 넘어서 일종의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실험적 기법으로 탐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실험은 미완이다. 나는 오히려 이 단편집에서 실험적 기법에서 가장 먼 표제작 「독충」이 인상적이었다. 해방에서 6.25에 이르는 격렬한 이데올로기의 계절에 애인과 아비를 잃은 두 여성의 굴절된 삶을 착잡한 시각에서 그려낸 이 단편에서 나는 이제하의 숨은 일면을 발견하였다.

김성동은, 해방 직후 조신몽(調信夢)을 다시 쓴 이광수(李光洙)의 『꿈』을, 새 세기의 입구에서 또다시 쓰고 있다. 악몽을 기록함으로써 그로부터 벗어나기를 염원하는 이 ‘다시 쓰기’를 통해 작가가 오랜 슬럼프에서 해방된 것을 나는 진실로 기뻐한다. 그런데 작품으로서는 손색이 있다. 특히 우리 작가들의 취약처, 연애를 그리는 데 있어 이 작품도 센치하다. 창작으로 복귀하는 재입사식(再入社式)을 훌륭하게 치러낸 김성동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는 마음 크다.
최근 10여 년째, 수상자들을 통해 한국 현대 시문학사를 정리해온 감이 있는 이산문학상은, 시 부문에 있어서 특히 몇 가지 점들에 유의해왔다. 그것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최근 노래로서의 현대시의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다. 비록 외형적인 면에서 더 이상 주목할 수 있는 운율이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음악성의 내재 여부는 시가 근원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동의 물결과 관계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은 시인과 언어의 소망스러운 관계이다. 양자가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바뀌어 제기되어도 좋을 이 문제는, 언어를 통한 전망의 제시라고 해도 또한 무방하다. 요컨대 언어에 대한 끔찍한 사랑 없이 시를 말하는 시인이 있을 수 있겠는가.
언어에 회의하였던 숱한 현대 시인들도 결국 그들의 언어를 새롭게 함으로써 시인의 자리를 새롭게 했다는 사실이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는, 설령 무의미, 혹은 포스트모던의 동작일지언정, 내밀한 메시지가 반드시 함축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일찍이 1950년대에 등단하여 김수영·김춘수·김종삼을 잇는 유니크한 시세계를 보여주었던 허 시인이 반세기 뒤에 제2시집, 제3시집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말의 참다운 뜻에서, 원숙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앞서 말한 우리의 유의점과도 매우 근접해 있다. 우리 시의 조로화 현상 역시 이 시인으로 인하여 부질없는 기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의 심사는 본심에 올라운 시집 6권 이외에 김명리 시집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를 추가하여 논의하였음을 밝혀둔다. _문학평론가

예심평

지난 2년 동안 발간된 시집들 가운데 의미 있는 시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산문학상’이 시집 자체의 미학적 성취도에 주어지는 영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시집을 선정하려 했다. 이런 이유로 검토의 대상이 될 만한 시집의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고, 이는 우리 시단이 여전히 그 내부에서 왕성한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증이었다.
검토의 과정을 거쳐 마련된 목록은 바로 이 시점에서의 한국 시단의 지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사를 담당한 동인들은 특히, 이 지형도 안에서 젊은 시인들의 영역이 괄목할 정도로 넓어진 것에 주목했다. 1980년대~199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의 시집이 이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그 의미가 분석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한국 시단이 조용히 세대 간의 문학적 교체 혹은 교환을 이룩했음을 보여주며, 젊은 시인들의 시 작업이 단순히 시적 가능성의 차원을 넘어 자기 문법을 확립하는 데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것은 ‘1990년대적인’ 시적 모색이, 단순히 모색을 넘어 이제 미학적 정립의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을 지적할 수 있다면, 이런 새로운 세대의 문학적 성장이 그 성장의 의미에 걸맞은 시선과 언술 방식의 모험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젊은 시인들의 선명한 개성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문화적인 의미를 확보하고 있는 시적 개성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한국 시단은 여전히 ‘1990년대 문학’의 문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시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 장르 자체의 문화적 위치와 운명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한국 시가 독자들과 폭넓게 만나면서 장르 내부의 자기 혁신의 에너지를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그런 시적 자유의 극한을 향하는 자기 모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시의 문화적 의미는 더욱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목록이 한국 시의 과거가 아니라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본심 대상작으로 추천된 시집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김광규_『처음 만나던 때』(문학과지성사)
김중_『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문학과지성사)
박성우_『거미』(창작과비평사)
박정대_『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비가 내리지』(민음사)
박형준_『물 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창작과비평사)
이수명_『붉은 담장의 커브』(민음사)
이원_『야후!의 강물에 천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사)
이윤학_『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문학과지성사)
이장욱_『내 잠 속의 모래산』(민음사)
차창룡_『나무 물고기』(문학과지성사)
최정례_『붉은 밭』(창작과비평사)
함성호_『너무 아름다운 병』(문학과지성사)
허만하_『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솔)

허만하

수상자: 허만하

작품: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수상 소감:

원형의 꿈

우리 문학을 지성의 바탕 위에 세우려는 신념을 가진 문학과지성사에서 주는 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의 세번째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가 올해의 이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전화 기별을 받았을 때 나는 처음에 남의 소식을 듣는 것같이 느껴졌다(전화를 주신 편집부장은 그 낌새를 느꼈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한국 문학의 한 수준을 조명하는 이 상과는 무관한 시의 변경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식이 내 자신의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두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그 기별이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다. 무게와 전통을 가지런히 지켜온 문학상으로 이름나 있는 이산문학상이 만년에 이른 나를 찾아준 것이다. 뜻밖이었다. 약간의 망설임이 뒤따랐으나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름으로만 듣던 이산문학상이 나와 각별한 연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수상이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새로운 귀향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본다. 검푸른 동해안 물빛이 유난히 밝은 야청색을 띠는 가을날을 가려 연어들은 고향을 찾아 돌아온다. 시의 고향은 언어의 아름다움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떠받치고 있는 본질을 보는 시선이다. 나는 이번 제15회 이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내 시집 서문으로 “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에 대한 추억이다”라는 한 줄을 실었다. 풍경을 접점으로 과거와 미래가 분화되기 이전의 시간의 원형을 보려 했다. 이 글을,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영원한 이데아의 세계에 대한 향수라 읽어주어도 무방하다. 나는 사람의 눈길이 한 번도 머문 적 없는 야성의 세계를 풍경의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다. 참된 자연으로의 귀향은 대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르네상스’ 정신을 지향한다. 이 수상 소감을 쓰면서 이성과 감성이 서로 갈라서기 이전의 목숨의 총체를 생각해본다. 우리의 시도 이제는 풍요를 미덕으로 받아들여야 할 분수령에 서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나는 “철학은 사실은 시의 형식으로 씌어져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회한이 서려 있는 말에서 적잖은 시사를 얻고 나에게 고유한 시의 문체를 찾아내려 공부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 시집을 위한 수련이기도 하다. 시에 대한 근래의 생각을 체계 없이 (정직하게 말해서 두서없이)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일도 나에게는 수상 소감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 정신 풍경의 일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기대한다.

변변치 못한 시집을 눈여겨 읽어주시고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중학교 초급학년 시절 교과서에서 「마음」이란 작품으로 뵈었던 이산 김광섭 선생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이산문학상 운영위원회와 문학과지성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작가 소개:

1932년 대구 출생. 1957년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문학예술』 추천으로 등단. 1962년 현 『현대시』 동인. 1966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수료(의학박사, 병리학 전공). 1969년 시집 『해조』(삼애사) 출간. 1978년 『현대시 11인선』(공저, 심상사), 1980년 일역 시집 『동점역』 출간(일본 시요사 창사 20주년 기념 시집). 1997년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년 퇴임. 1999년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솔)를 20여 년 만에 출간하여 문단에 화제를 불러일으킴. 산문집 『낙타는 십리 밖 물냄새를 맡는다』(2000), 『청마풍경』(2001), 『길과 풍경과 시』(2002) 출간.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2002) 출간. 상화문학상(1998), 박용래문학상(1999), 한국시협상(2000) 수상.

이산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