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상 10회 - 1998

김원일 / 불의 제전

선정 개요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이산문학상의 열번째 수상자가 『불의 제전』의 김원일씨로 결정되었다. 3인의 심사위원은 지난해 전 7권으로 완간된 『불의 제전』이야말로 이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분단 상황에 대한 최고의 문학적 성취라고 평가하면서 만장일치로 이 대하소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합의를 본 것이다. 근 20년에 걸쳐 작가의 끈질긴 노력 끝에 완결된 『불의 제전』은 6·25가 발발한 1950년의 열 달 동안 경남 진영과 서울을 배경으로 남북 이데올로기의 열전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구조적 모순과 거기에 끼인 농민과 지식인, 이상주의자들과 자본가들의 다양한 양상을 재구성하면서 이 민족 상잔의 비극을 리얼리즘적 관찰과 수법으로 면밀하게 재현해냄으로써 우리 현대사의 분수령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를 치열하게 완성한 작품이다. 이산문학상은 그 같은 작품과 그것을 창작한 작가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겠지만, 자신의 문학적 생애를 이 주제로만 매달려 거대한 성취를 이룩한 작가 김원일씨에 축하와 더불어 6·25를 뛰어넘으려는 우리의 문학적, 정신사적, 현실적 진전을 위해 감사를 드린다.

김원일

수상자: 김원일

작품: 불의 제전

수상 소감:

『불의 제전』은 작년에 힘들게 완결을 보았습니다. 올해초, 저는 어떤 경로를 거쳐 아버지의 생사를 48년 만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한에 살았던 시절 당신은 가족에게도 자신의 활동을 숨기고 지하 암약했기에,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아버지의 이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 전 남로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인공 치하 서울 성동구역 임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서울시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유엔군 인천 상륙시 구로 지역 방어선 후방부 책임자. 서울 마지막 철수팀으로 월북 후 이승엽의 지시로 유격6지대 간부로 남하, 1952년 3월까지 태백산맥 연봉 강원도 오대산, 경북 일월산 등지에서 유격 투쟁 후 북으로 귀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남북 포로 교환 협상 북한 대표단 일원. 1953년 남로당 숙청에 따른 몰락과 복권을 되풀이하던 간난 끝에 1973년 득병, 1976년 7월 강원도 서광사 요양소에서 폐결핵으로 사망. 개풍 출신 여자와 1954년 재혼하여 슬하에 남매를 둠.

그 소식을 접하자 이심전심이었던지, 제가 『불의 제전』에서 그렸던 조민세의 행적이 아버지와 여러 부분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제 마음에서 당신을 아주 지워내야 한다며 한동안 적잖게 폭음했습니다. 당신은 당신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하며 고난에 찬 생애를 살았고, 전쟁 후 우리 가족은 얕게 숨쉬며 힘든 세월을 넘겼습니다. 전쟁났던 해 태어난 막내아우가 1975년 죽고, 아버지가 사망한 이듬해인 1977년에 외동아들을 오매불망 그리던 할머님이 별세했습니다. ‘가족 팽개치고 사상에 미친 놈’이라며 평생 원망을 쏟던 어머님이 1980년 돌아가셨습니다. 다섯 해 사이 일곱 식구 중 넷이 이 세상을 떠난 셈입니다. 『불의 제전』이야말로 내 유년기에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우리 가족사의 애환을 담았기에,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이 된 혈육들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작가 소개: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출생,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소설을 발표하여, 장편소설 『노을』 (1978), 『바람과 강』(1986), 『겨울 골짜기』(1986), 『마당깊은 집』(1988), 『늘푸른소나무』(1993), 『아우라지로 가는 길』(1996), 『사랑아, 길을 묻지 않는다』(1998) 외 『김원일 중 단편 전집』(전5권)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우경문학예술상 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이산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