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문학상 1회

이장욱 / 곡란

이장욱

수상자: 이장욱

작품: 곡란

수상 소감: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두 번 잃는다. 한 번은 에우리디케의 죽음으로, 다른 한 번은 하데스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오다가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에.
이 유명한 이야기는 나에게 글 쓰는 밤을 생각하게 만든다. 저 첫번째 상실은 글이 시작되는 곳이 아닌가. 어떤 상실과 결핍, 그리고 그리움의 시간이 시작되는 곳.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을 환하고 명백하고 안전한 지상에서 빼내어 어둠 속으로 몰아넣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만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두번째 죽음은 글이 끝나는 곳일 터이다. 나는 지상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뒤돌아본다. 하지만 뒤를 따라오던 그것은 아직 어둠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이다. 우매한 나는, 그것을 잃는다. 뒤돌아보았기 때문에, 그것은 내 눈앞에서 처연히 모래처럼 흩어져버린다. 이미 잃었던 사랑을, 인간의 진실을, 세계의 본모습을, 다시 잃는다.
나는 밤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 무엇을 쓴 것인가? 희끗 그 얼굴을 보았다고 생각했으나, 내가 본 것은 정말 무엇인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것을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다음 글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허망한 기분에 빠지는 건 그 무렵이다.
나는 가만히 중얼거린다. 응, 자신을 믿어볼 수밖에. 기다릴 수밖에. 다시 걸어갈 수밖에. 그 어둠 속으로. 두 번의 상실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이번에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겠지. 모래처럼 흩어지는 것의 얼굴을 온전히 기억해낼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내 앞에서 사라져가는 그 캄캄한 진실들은 나를 매혹시킬 것이다. 차갑고 냉정한, 밤의 대기 속에서.

*

고맙습니다. “사물들은 어둠 속에서는 빛깔을 갖지 않는다”는 고대의 문장을 떠올립니다. 글쓰기도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빛과 말과 조명 속에서야, 사물도 글도 사랑도 자신의 빛깔과 화사함을 얻습니다. 오늘 이 상은 제게 분에 넘치는 화사한 빛깔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첫 회라니요. 저는 잠시 그 신선한 느낌에 젖어듭니다.
하지만 다시, 빛깔을 갖기 이전의 어둠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캄캄한 존재로서, 무엇도 아닌 존재로서, 벽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선후배 작가들께, 독자들께, 친구들에게, 자못 명랑한 표정으로 인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 소개:

시인, 소설가, 평론가. 1994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등이 있다.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등을 출간했다. 러시아문학의 정통한 연구자이자 시단에 ‘미래파 논쟁’을 일으킨 평론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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