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송문학상 4회 - 2008

오채 / 날마다 뽀끄땡스

심사평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나름대로 동화의 향기와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한 편의 당선작을 어느 것으로 정해야 하는가 할 때는 선뜻 이 작품이다, 할 만한 게 없었다. 눈에 띄는 문제작이 없는 가운데 흠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밀어내다 보니 당선권에 든 작품은 강정훈의 「내 추억이랑 놀래」, 김문주의 「희망 베이커리」, 오채의 「날마다 뽀끄땡스」, 이렇게 세 편으로 압축되었다.
「내 추억이랑 놀래」는 우리 동화에 흔치 않은 유쾌함과 속도감이 있어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숙함이나 여기저기 변화를 준 다양한 표현들이 작가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역사성을 앞세운 이야기도 아니었다.
「희망 베이커리」는 빵이란 새로운 소재를 희망이란 주제로 구어 낸 작품이다. 어머니 없는 아이 민호와, 할머니와 사는 송이가 엮어내는 눈에 익숙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잘 읽히는 작품으로 완성시켜 놓았다. 주인공 민호를 내세워 희망이란 주제를 향해 치밀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서두에서 빵집 아들 민호가 파랑새 공부방의 송이에게 속아 여러 번 공짜 빵을 주는 장면은 어색했다. 보통 상식을 가진 아이의 행동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제빵 전문가 이영수 씨의 역할도 매끄럽지 못했다. 좀 더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전개시켰으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당선작으로 결정한 「날마다 뽀끄땡스」는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작가의 노력에 의해 새로운 맛으로 빚어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섬이라는 독특한 배경, 뭍으로 재혼해서 떠난 엄마, 그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을 안고 할머니와 사는 주인공 들레······ 그러나 익숙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격을 살아 숨 쉬게 하며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사투리의 구사가 생생하고 순우리말이 캐릭터나 상황에 맞게 작품 곳곳에 잘 녹아 있어 순우리말을 훌륭하게 활용한 작품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건강한 문장도 이 작가의 장점이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힘을 발휘하는 보기 드문 작품이고 할머니의 포크댄스로 상징되어지는 슬픈 현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로 마무리해 놓은 작가의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축하하며 작가의 정진을 빈다.
_송재찬

올해 마해송 문학상 응모작 중에서 최종심에 오른 것은 다음과 같이 세 편이다. 「내 추억이랑 놀래?」, 「희망 베이커리」, 「날마다 뽀끄땡스」.
「내 추억이랑 놀래?」는 잘 씌어진 글이었다. 안정감 있는 문장과 담담한 목소리, 상당히 옛날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미있게 읽히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생생한 캐릭터들. 그러나 이 작품은 과연 동화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제목이 드러내 주고 있듯이 이 글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보다는 어른으로서의 추억담 성격이 강했다. 어른의 과거와 아이들의 현재 사이에 애매하게 떠도는 거리감이 자주 뭔가의 초점을 흐렸다.
「희망 베이커리」는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였다.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와 아들만으로 이루어진 부자 가정에서 아들과 그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빵집 일으켜 세우기에 성공한다는 줄거리 자체는 흔한 소재였지만 주인공의 친구 송이라는 캐릭터가 튼실했고 빵 만들기라는 테마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 점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중간에 등장하는 빵 전문가 아저씨의 도움과 실종 그리고 그에 얽힌 오해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 허술하고 공부방 이야기도 두루뭉수리하게 얽혀 있는 점이 작품을 짜임새 없어 보이게 만들었다.
「날마다 뽀끄땡스」는 순하면서도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가난 때문에 딸을 할머니한테 맡겨 두고 육지로 시집 간 엄마, 주인공 들레랑 호흡이 척척 맞는 구성진 할머니, 제멋대로 민들레의 구박에 지지 않는 서울 까투리 보라 등 이 작품은 주연은 물론 조연들도 상당히 빛을 발한다. 내풀로, 물마루, 끌밋하게, 샘바리 등 사투리와 잘 어울리는 순우리말의 사용도 텍스트 속에 부드럽게 녹아서 읽는 이에게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읽는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이야기의 힘에 있다. 길지 않은 한 편의 동화를 읽으면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건 특히 요즘 우리 어린이 문학계에서는 흔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기쁜 마음으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마냥 깨끗해 보이는 작가에게 한껏 축하를 보내며 당선자가 초심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정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_최윤정

올해 마해송문학상 본심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편의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내 추억이랑 놀래?」는 7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가의 회고담이다. 간결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문체에 유머가 깃들어 있어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수박 서리며 성황당 나무 방화 사건 같은 고전적 에피소드들은 흥겨웠다. 그러나 역시 구성상 허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시간 배경은 맥을 쉽게 잡기 어려웠고, 각각의 에피소드 간 균형도 불안했다. 화자의 정체성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런 약점이 극복되면 ‘톰 소여’ 같은 멋진 캐릭터가 끌고 가는 신나는 풍속 소설로 발전할 수 있을 듯하다.
「희망 베이커리」는 빵집을 하는 아빠와 아들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아기자기하게 담긴 이야기였다. 어떻게든 아빠를 격려하고 도우려는 민호의 깊은 심지와 지치지 않는 활약에 훈기가 배어 있고, 송이의 역할, 달동네 공부방 에피소드는 활기를 더해 주었다. 그러나 구성이 느슨하고 이야기 진행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날마다 뽀끄땡스」도 구성상 문제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야기 전편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등장인물들의 곡진한 생각과 감정은 그런 문제를 충분히 잊을 정도로 감동적인 것이었다. 아빠의 죽음에 이은 엄마의 재혼은 드물지 않은 소재이지만, 그 일들을 겪어내는 주인공 민들레의 흔들리고, 가라앉고, 다잡히는 마음자리 묘사는 드물게 정교하고 설득력 있다. 구수한 사투리 대화들은 인물들의 행동, 배경과 잘 어울려 녹아 들어가고, 각주까지 달린 낯선 순우리말 어휘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함께 흘러간다. 문학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언어 장악력을 갖춘 듯한 이 작가의 앞날이 믿음직하다.
_김서정

오채

수상자: 오채

작품: 날마다 뽀끄땡스

수상 소감:

스무 살 봄.
내가 살던 자취방은 까치집이라 불렸다. 두 평 남짓한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옆방에서 숟가락 드는 소리까지 들리던 곳. 그곳에서 나는 김광석을 만났다. 학전 공연 녹음 테이프를 용돈이 되는 대로 사기 시작했고 테이프가 모이자 내가 좋아하는 김광석의 멘트와 노래를 녹음해서 나만의 ‘짝퉁 김광석 베스트’를 만들었다.
짝퉁 김광석 베스트를 들을 때마다 기타를 사고픈 욕망은 점점 커졌다. 우연히 보게 된 교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벽보. 체력장 할 때 빼고 달리기란 걸 해 본 적 없던 나는 다음날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 일등을 해야 하는 목적은 오로지 상금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결승점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진 나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강의실 바닥에 누웠다. 친구들의 걱정스런 얼굴과 오버랩 됐던 기타를 끌어안은 내 모습.
까치집의 밤은 고독했다. 알 수 없는 쓸쓸함과 허무함이 밀물처럼 밀려들면 새벽까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새벽까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도 누구하나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았던 이상한 까치집. 그곳에서 나는 기타와 친구가 되었다.
스물넷 겨울.
짝퉁 김광석 베스트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열정도 없이 축축 늘어져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내 청춘처럼. 그 때부터 짝퉁 김광석 베스트는 자주 냉동실에 들어갔다.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시 생생해지던 김광석의 목소리. 그러던 어느 날 밤, 나긋나긋하고 축 늘어진 듯한 말투로 그가 말했다.
“인생에서 2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마흔 살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2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요. 머리에 금물을 들이고 뒤에 미녀도 태우고. 오토바이 살 돈도 미리 모아 뒀어요.”
스물다섯 봄.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을 느끼며 여행을 시작했다.
소설을 쓸 때의 지독함, 시를 쓸 때의 고독함을 맛볼 즈음 동화를 만났다. 동화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졸업이 다가왔다. 처음 생각처럼 미련 없이 여행을 마쳐야 한다고 했지만 자꾸 동화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황선미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시간. 여행의 끝자락인데 뭐라도 하나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사인해 주십사 내민 책에 선생님은 뜻밖의 문장을 선물해 주셨다.
“언어로 끝내 성공해라!”
나는 그 책을 끌어안고 그 해 겨울 내내 짝퉁 김광석 베스트를 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이렇게 해석했다.
‘이제 진짜 여행을 시작해 보지 않을래?’
진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한 지 2년. 드디어 여행 티켓을 받게 되었다.
목적지도 써 있지 않은 티켓을 들고 진짜 여행에 몸을 싣는다. 이 티켓을 손에 쥘 수 있기까지 용기를 주셨던 황선미 선생님, 우정상회 사장님이자 나의 엄마 강경자 여사님, 가족들, 친구들, 모든 분께 감사를! 지칠 때마다 내 어깨를 다독거려 준 하나님께 영광을!
목적 없는 여행에 의심이 갈 때마다 영화 속 조지아의 대사를 나에게 들려주곤 했다.
“내 이름은 오채! 기대해도 좋아요!”

작가 소개:

글을 쓴 오채는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안마도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 장편동화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 『콩쥐 짝꿍 팥쥐 짝꿍』 『나의, 블루보리 왕자』 『천둥 치던 날』(공저) 『오메 할머니』 『열두 살의 나이테』 『무인도로 간 따로별 부족』 『돌담 너머 비밀의 집』과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그 여름, 트라이앵글』 등이 있다.

마해송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