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지지 마라』서평] 정지돈의 “나를 만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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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낭시, 나를 만지지 마라』(이만형·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_정지돈(소설가)

 

여기 두 가지 상황이 있다.

 

상황 1. 서평가 금정연과 소설가 김태용이 처음 만났다. 금정연은 김태용에게 빈정이 상했다.

상황 2. 소설가 정지돈과 시인 송승언이 처음 만났다. 정지돈은 송승언에게 빈정이 상했다.

 

두 상황 속에서 어떤 행동과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맥락에서 누가 누구에게 잘못했는지, 어떻게 빈정이 상했는지 따위의 이야기는 늘어놓지 않겠다. 상황이 벌어진 곳은 술자리였고 넷 중 절반은 취해 있었으며 취해 있지 않은 절반도 취해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지 모르는(그곳은 술자리였기 때문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상황 1-1. 금정연을 김태용이 말린다. 김태용이 손을 뻗어 금정연의 팔뚝을 붙들려고 한다.

상황 2-1. 정지돈을 송승언이 말린다. 송승언이 포옹의 제스처로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온다.

 

이 상황 속에서 김태용과 송승언은 김태용이거나 송승언이 아닐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말리는 이가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주변 사람, ‘빈정상함’이라는 상태를 말리는 이, 그 누구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황 1-2. 금정연이 두 팔을 번쩍 든다. “나 만지지 마.”

상황 2-2. 정지돈이 송승언과 포옹한다.

 

* * *

 장-뤽 낭시의 책 『나를 만지지 마라』는 예수의 부활 장면에 관한 성찰의 글이다. 장면을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예수가 부활한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만지려고 한다. 예수가 말한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만지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낭시는 이 짧은 에세이에서 부활 장면을 그린 렘브란트와 뒤러, 티치아노 등의 도판을 활용하며 “나를 만지지 마라”라는 전언을 통해 ‘과잉-의미’의 출현을 이야기한다. 그의 글은 기독교에 관한 것이자 기독교를 넘어서는 것이며 예술에 관한 것이자 예술을 넘어서는 것이고 죽음에 관한 것이자 죽음을 넘어서는 것이다.

넘어선다는 말은 뛰어넘는다는 말이 아니라 나아간다는 말이다. 나아간다는 말은 말 속에 의미 이상의 과잉-의미를 출현시킨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귀 있는 자 들어라!” 낭시에 따르면 “귀 있는 자 들어라!”는 촉구가 아니다. 이것은 말 속에서 말의 의미를 찾지 말고 말을 통해 자신 안의 의미를 찾으라는 뜻이다. 여기서 ‘의미’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의미’가 아니다. ‘판단’이나 ‘이해’도 아니다. 흔한 말로 하면 느낌적인 느낌을 느껴라, 이고 낭시의 표현으로 하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느낄 수 없음에 포박되어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원인을 텍스트의 어두컴컴함 속에서 찾지 말고, 당신 안에서, 즉 당신 가슴의 어두컴컴함 속에서 찾으시오. 메시지 안에 포함된 내용보다, 이것이 우선한다.”

“나를 만지지 마라”는 메시지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메시지의 의미를 넘어서는 과잉-의미를 찾기 위한, 그러니까 느낌적인 느낌, 당신 가슴의 어두컴컴함, “진정한 접촉과 현존”을 느끼기 위한 방법이다. 만지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진다. 만진다는 것은 즉각적인 이해, 즉각적인 화해, 즉각적인 해결을 원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것은 조급함을 뜻한다. 조급함이 모든 것을 망친다는 사실은 오르페우스가 삼천 년 전에 알려준 사실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상황 1과 상황 2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한 예수를 만짐을 통해 이해하려고 했던 것처럼. 상황 1은 거부, 단호한 멈춤, “떠남”이다. 상황 2는 사회적 의미에서의 ‘화해’다. 그러나 어떤 화해인가. 남녀 관계에서 자는 것은 모든 다툼을 화해시킨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단지 유예함으로써. 모든 관계와 상황의 어떤 지점에서—이를테면 예수의 부활 같은 지점—만짐은 손쉽게 상황을 종료시킨다. 그러나 “진리는 절대적으로 귀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일이 발생할 때 이렇게 하라. 예수처럼 또는 금정연처럼, 손으로 상대방을 막거나 두 팔을 번쩍 들고 “나를 만지지 마라.”

 

    금정연 눈 감음  금정연

“나 만지지 마”라고 말하기 전의 금정연

카테고리 인문 | 출간일 2015년 3월 31일
사양 변형판 200x125 · 125쪽 | 가격 11,000원 | ISBN 978893202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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