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미니 리뷰 선정작-6 “syzygy”

글쓴이_독자 ID 빨강 님
리뷰 작품_신해욱 시집 『syzy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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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까진 시를 열심히 읽었었지만 한동안 시집을 손에서 놓고 읽지 않았습니다. 사는 게 너무 지치고 깊고 복잡하게 생각해봐야 나만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서점에 갈일이 생겨 갔다가 습관처럼 문학 코너 쪽을 둘러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동안에도 정말 많은 시집들이 새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마치 오랫동안 버려두었던 텃밭에 무심코 갔는데 너무나 싱싱하고 간절하게 풀들이 피어 있었을 때의 기분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최대한 무심하게 훑어보았습니다. 저렇게나 많은 시집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 싶었고,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만큼 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도 다름 아닌 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좋아했던 신해욱 시인의 못 보던 시집이 보이기에 집어 들어서 읽었습니다. 대충 훑어보려고 집어 든 건데 한 장 한 장 읽다가 결국 저는 무장해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인은 마치 이십대 중반 그때의 지쳐있던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삼차원에 합류하기 위해 기울인 눈물겨운 노력들이 전부 쓸모없어지게 된” 그 기분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막막한 나를 헤아려주는 시들이 가득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계속 읽다간 눈물이 날 것 같아 시집을 사서 집으로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시가 무언지도 모르고 어떻게 읽어야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집의 시들이 제가 이해한 것과 전혀 다른 의도로 쓰여진 시들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저에게 읽히는 대로 읽었고 제 멋대로 그의 시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요즘 다시 서점에 가서 시집을 한 권씩 사 읽는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신해욱 시인의 syzygy는 시를 오독하는 재미를 알게 해 준 첫번째 시집입니다. 그리고 시를 다시 만나게 해준 참 고마운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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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오독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시집이라는 데 굵은 밑줄을 긋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교과서에서 처음 시를 접하면서 시에 꼭 정해진 답안이 있는 것처럼 혹은 해석해야 할 완벽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시를 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해욱의 시집을 그렇게 읽다간 얼마간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죠. 그러나 오독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syzygy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 결산 리뷰 선정작> 연재는 이번 주 내내 계속됩니다. 내일 소개될 작품 또한 기대해주세요.

신해욱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2014년 3월 21일
사양 변형판 130x205 · 136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26138

신해욱 시인

시인 신해욱은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간결한 배치』(2005)  『생물성』(2009)과 산문집 『비성년열전』(2012) 등이 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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