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문지문학상(구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 발표


수상작: 박솔뫼 소설「겨울의 눈빛」

문학과지성사가 2010년부터 제정·운영해오고 있는 ‘문지문학상’(구 웹진문지문학상)이 4회째를 맞이했다. 제1회(2011)에서 이장욱의 「곡란」, 제2회(2012) 김태용의 「머리 없이 허리 없이」, 제3회(2013) 김솔의 「소설작법」 선정에 이어, 제4회(2014) 수상작은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이 선정됐다.

*(2010년 봄, <웹진문지> 오픈과 함께 시작된 ‘웹진문지문학상’은 지난해 초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 블로그와 함께 통합되면서 올해부터 ‘문지문학상’으로 개칭되어 그 운영을 이어갑니다.)

‘문지문학상’ 수상작가에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매년 5월,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수상작과 후보작 10편의 면면을 비롯, 매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호흡과 언어를 담은 수상 작품집은 매년 3월 출간되어 독자들과 만난다.

‘문지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전통과 미학적 전위를 함께 일궈온 문학과지성사가 한국문학 최초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매달 심사 과정을 중계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작품상이다. 매년 3월부터 매달, 3개월 내 잡지와 온라인 지면에 발표된 등단 10년차 이하 신예의 중단편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이달의 소설’로 선정하고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선정 작품과 함께 선정 사유, 선정 작가 인터뷰 등을 게재한다. ‘이달의 소설’은 자동적으로 당회차 문지문학상의 후보작이 되며 매년 1월 중순에 최종 수상의 영예를 놓고 겨룬다. 독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시기에 한국문단이 주목하고 있는 새 흐름을 실시간으로 만나게 된다.

매달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에서 지상 중개되는 ‘이달의 소설’ 한 편 한 편은 아직 대중과 문학 시장 앞에 그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 미지의 문학적 ‘가능성’이다. 각각의 작품이 내장한 형식과 주제, 새로운 호흡과 언어를 통해 한국문단에 창조적 균열을 일으키고 말 그대로의 ‘새로움’과 미학적 진보로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문학의 오늘은 물론 내일을 좀더 정밀하게 읽어낼 수 있는 뜨거운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상작: 박솔뫼 「겨울의 눈빛」(『창작과비평』 여름호 발표)
■시상식: 2014년 5월 말 (제14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치러집니다.)
■상금: 1천만 원
■심사위원: 강동호 김형중 우찬제 이광호 이수형 조연정 허윤진 (가나다 순)


■후보작 11편 [2013년 3월~2014년 1월 <이달의 소설> 선정작]
2013년 3월 윤이형 「굿바이」 (한국문학)
4월 구병모 「이창」 (자음과모음)
5월 김성중 「쿠문」 (21세기문학)
6월 김미월 「어느 날 문득」 (실천문학)
7월 윤해서 「홀」 (문학과사회)
8월 김 솔 「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 번째」 (21세기문학)
9월 박솔뫼 「겨울의 눈빛」 (창작과비평)
10월 조해진 「빛의 호위」 (한국문학)
11월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자음과모음)
12월 김엄지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창작과비평)
2014년 1월 기준영 「이상한 정열」 (창작과비평)


■심사 경위
문지문학상의 네번째 수상작을 선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우리는 이 상이 지닐 수 있는 제도적 성격에 대해 새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모든 제도적 인준의 관례화가 불가피하게 빚어낼 수 있는 피로와 권태를 이 상 역시 예민하게 의식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뜻이며, 동시에 그러한 위험 속에서도 세계와의 긴장을 언어와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으로 활성화시키는 작가들의 노고에 작게나마 격려의 메시지를 건네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 우리가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올해도 우리가 기꺼이 젊은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가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관례화와 제도화의 유혹에도 우리와 더불어 작가들이 손쉽게 투항하지 않고 거기에 첨예하게 맞설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작가들의 자의식 가득한 작품들이야말로 우리를 나태하지 않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자 자부심의 근원이다. 우리의 고민과 숙고가 작가들을 향해 보내는 우정을 담은 대화의 시도로 읽힐 수 있기를 바라며, 네번째 문지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한다.
본심은 2014년 1월 10일, <이달의 소설>로 선정된 11편의 작품들(윤이형 「굿바이」, 구병모 「이창」, 김성중 「쿠문」, 김미월 「어느 날 문득」, 윤해서 「홀」, 김 솔 「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 번째」, 박솔뫼 「겨울의 눈빛」, 조해진 「빛의 호위」,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김엄지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기준영 「이상한 정열」)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선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야말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겠지만,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선정된 작품들 중에서 한 작품을 고르는 일이 만만치 않았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만큼, 젊은 작가들이 1년 동안 보여준 소설적 역량이 깊고 미적 취향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심사 과정은 작품들의 우열을 가리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심사위원들(우찬제, 이광호, 김형중, 이수형, 허윤진, 조연정, 강동호) 자신의 문학적인 입장과 취향을 고백하고 대결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공정성과 취향 사이의 긴장으로 깨어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가들의 값진 성취에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한다.
긴 시간의 토론과 최종 투표라는 홍역을 치르고 나서야 우리는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을 수상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비록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박솔뫼는 이미 문단 안팎에서는 냉정하고 지적인 사회의식을 특유의 과감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담아내고 있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매년 꾸준히 <이달의 소설>에 선정되었던 작가였고, 그가 발표한 어떤 작품들도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었기에 박솔뫼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우리의 기쁨과 반가움은 더더욱 각별하다. 물론 이 작품이 박솔뫼 작가의 가장 좋은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 젊은 작가가 어느새 자신의 작품들과 경쟁을 벌여야 할 만큼 독보적인 영역을 고집스럽게 개척해왔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박솔뫼의 소설이 향후 문학적/미학적/사회적 세대 의식의 가장 첨예한 갈등의 지점이 되리라 확신하며, 앞으로 이 작가가 보여줄 미학적 야성성에 기꺼이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문지문학상 심사위원 일동


■최종심사평
매달 ‘이달의 소설’을 선정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렵게 선정된 작품 11편을 대상으로 매년 ‘문지문학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실로 더 큰 고역이다. 역시나 작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달의 소설에 선정되었던 11편의 작품 목록을 목전에 놓고 보니, 어느 한 작품 소홀히 대하기가 힘들었다. 다들 전위적이거나 섬세하거나 묵직하거나 발랄했는데, 긴 고심 끝에 내가 골라낸 작품은 구병모의 「이창」, 김솔의 「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 번째」,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 이렇게 네 작품이었다.
구병모의 「이창」은 잘 고안된 특유의 번역투 사변체 문장으로, 소위 ‘시민적으로 올바른 삶’ 이면의 병적인 관음증을 폭로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김솔의 「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 번째」는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읽을 경우 이 작품이 도대체 한국 소설인지 네덜란드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한 작품인지 판단하기 힘들만큼 이국적이었다. 단순히 작중의 지명이나 인명 혹은 풍물이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스스로 이국의 것이 되어버린, 그래서 반영보다는 ‘흉내’(mimicry)에 가까운 이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적이었다.
그러나 끝내 내 손을 떠나지 않은 작품은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와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이었다. 전자는 작가 특유의 ‘계급의식’이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사건 속에서 예리하게 날이 선 칼처럼 빛을 뿜어내고 있으면서도, 반성적 성찰의 기미와 미학적 품격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후자는 박솔뫼 소설의 두 흐름, 예컨대 「너무의 극장」 계열의 전위적 실험성과 「해만」 계열의 언어적 탐미성이 적절하게 합류한 수작이었다.
끝내 두 작품 중 한 작품을 골라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심사위원들과의 논의 끝에 박솔뫼의 가능성 쪽에 무게를 실어주기로 결심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김형중(문학평론가)

현실에 대한 환멸과 절망, 가능세계 모색의 난망, 이야기 출구에 대한 수사학적 곤혹, 이런저런 문제들과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은 격렬하게 맞씨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우리가 2013년에 주목한 작가들의 경우 그러했다.
윤이형의 「굿바이」는 현실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절망한 자의 상상적 소산이다. 지구 자본주의 상황에 낙망하여 화성에서 평등 공동체를 구축하려 하지만 거기서도 실패하고 돌아온 인물의 가상적 이야기인데, 윤이형이 시도한 일련의 자본주의 비판 서사의 일환이다. 있는 현상적 질서는 물론 상정할 수 있는 가능 질서마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매우 비극적인 세계관의 한 단면을 알게 한다. 유려한 문장과 논리로 비판의식의 정당성을 가늠하게 하지만, 논리의 틀이 서사의 힘보다 우세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는 환멸을 넘어서려는 생명의 이야기다. 짧은 단편 안에 다채로운 서사적 레퍼토리들을 인상적인 비유와 장치들로 엮으면서,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인간다움의 한 극점을 탐문했다. 작가는 그만그만한 무국적 소설을 훌쩍 초극한다. 문명의 충돌을 넘어서 탈민족, 초국가적 사유와 상상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 한다는 현단계 지구촌의 요구를 넓고 깊게 끌어안은 소설이다. 어둠의 상황에서 생명의 빛에로 이를 수 있는 가능성과 죽임의 현실에서 사람을 살린다는 것의 참 의미를 궁리하는 작가의 수사학적 존재론적 탐문의 경지가 어지간하다.
김성중의 「쿠문」은 예술적 천재성과 질투하는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상상을 보인 소설이다. 낭만적 예술가관의 핵심 특징인 예술적 천재성의 역설을 논리적 배경 그림으로 하여 “자기표현을 향한 의지”의 극대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천재성의 예술을 위한 희생제의 혹은 천재적 성화(聖化)를 위한 입사식이 현묘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자잘한 인간들이 시시한 행복만 누리는 곳”을 넘어서려는 주인공의 초극의지가 결연해 보이거니와, 다른 상상에의 의지와 다른 문학 패러다임 창출을 위한 작가의 소망의식이 인상적이다.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은 이른바 스스로를 ‘병맛세대’ 혹은 ‘잉여세대’라 여기며 모멸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젊은 세대들의 허무 감각이 단연 돋보이는 소설이다. 박탈당한 기회, 단절된 소통, 공감의 지평을 알지 못하는 인간관계, 봉인된 희망으로 인해 요즘 청년 세대들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흐느적거리듯 중얼거리며 보여준다. 가상적으로 원전 사고를 가정하고 그 재난의 상황에서 인간의 존재 방식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을 전적으로 환경 재난의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난의 상상력과 관련한 거대담론보다는 재난의 상황에 가까운 젊은 세대들의 속절없는 운명에 대한 자잘한 미시담론이 인상적이다. 다소 어수선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 또한 작가가 비극적으로 응시한 청년세대의 운명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비극적 운명에 대한, 새로운 수사학적 탐문의 방식에 대해서 독자들과 더불어 더 깊은 관심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겨울의 눈빛」에 각별한 눈빛을 주기로 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우찬제(문학평론가)

문학 제도가 기성의 ‘문학적인 것’을 보존하려는 장치가 ‘문학상’이라면, ‘문지문학상’은 그것에 충격을 가하려는 기이한 문학상이다. 문학상이 되지 않으려는 문학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학적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달의 소설> 선정작들은 이미 각각 충분히 매력적이고 불온했으며, 다른 선택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소설들은 있었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이형의 「굿바이」는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SF적인 상상력이 이제 하나의 문학적 깊이에 도달한 사태를 보여준다. 공동체와 몸과 생명에 대한 질문들은 아프고 묵직했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는 아름답고 섬세한 소설이다. 죽음과 폭력의 시간을 넘어서게 만드는 고전적인 미학적 기품을 만나게 된다.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은 독특한 뉘앙스의 소설이다. 신기하고 새로운 이야기 없이도 삶의 무모한 정념과 덧없음에 대한 다른 감각과 마주하게 하는 매혹적인 문장이 있다.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는 행복을 연기하려는 가난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다. 행복의 불가능성을 둘러싼 이 세계의 무서운 구조를 순간적으로 대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이 선택된 것은, 아마도 이 작가의 최근의 작업을 둘러싼 그 가능성의 놀라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들은 소설언어에 대한 미학적인 자의식과 동시대의 사회적 상상력이 새로운 세대의 감각 안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문제적인 사례이다. 가상의 재난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은 새로운 서사적 에너지와 극적으로 조우한다. 박솔뫼의 소설로부터 한국소설의 또 다른 주기에 대한 예감을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박솔뫼가 이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 격렬하게 전위적으로, 때로 무심하고 비판적인 방식으로. 이광호(문학평론가)


■수상 소감
재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영화감독 와카마츠 코지를 보았다. 그해 영화제에서는 와카마츠 코지 특별전이었는지 회고전이었는지 때문에 이런저런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가능한 모든 자리에 참석하였다. 어느 자리에선가 그 사람은 현재 일본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만 그건 전부 가짜라고 말했다. 진짜 후쿠시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으면 ‘도쿄전력’에 대해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도쿄전력’을 낱낱이 밝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개의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행사 전이나 후 극장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와카마츠 코지 감독을 볼 때가 있었고 나는 매번 그 사람에게 말을 걸까 말까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 걸어 무얼 하나 아니야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야 그렇게 망설이다가 결국에 한 번도 말을 걸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와카마츠 코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람이 만들 도쿄전력에 대한 영화를 나는 2~3년 후 어딘가의 영화제나 극장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당연히 믿고 있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영화제에서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맞닥뜨리게 되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했는지 넓다고 했는지 하는 백화점이나 날씨가 좋았던 가을날이나 그런 것들이 왜인지 와카마츠 코지의 죽음과 함께 하나의 인상으로 강하게 남게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이 소설을 읽다 보니 그때 와카마츠 코지가 했던 이야기가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었구나 하고 그의 이야기와 그때의 부산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와카마츠 코지의 이야기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러다가 몇 개월 후 이런 걸 쓰게 되었고 또 뭐 그런 것을 생각하다 보면 무언가 여러 조각들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듯하다가 마음속에서 그걸 다 밀치고 달려 나가는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주 드물게 느끼는 생생함이다. 그래서 자꾸 쓰게 되는 건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아니고 젓는 것도 아닌 모양을 하고 있겠지만 뒤돌아서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부산이 고향인 사람이 이 소설을 읽고 고리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이야기를 생각했다. 부산에 갈 때면 특히나 해운대에 갈 때면 뭔가 한 축이 무너지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고 나는 그 무엇인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 해운대의 풍경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부산에 대해 쓰는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그렇지만! 하고 또 딴소리를 하겠지만 부산의 길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밤들은 계속 된다.

상금을 받으면 부산에 가야지.
2014년 2월
박솔뫼

박솔뫼 소설가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를 펴냈다.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세히 보기

8 + 6 =

  1. 파이드로스
    2014.02.05 오후 7:19

    올해는 어떤 소설이 수상작이 될지 궁금했는데 박솔뫼 작가님의「겨울의 눈빛」이었군요. 팬으로서 정말 축하드려요!!!! 문지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소설’을 기다리는 것이 매달 큰 기쁨입니다. 심사평도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ㅋㅋㅋ 이번 후보작들 전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소설들이었어요. ‘상금을 받으면 부산에 가야지.’ 로 끝나는 박솔뫼 작가님 수상소감이 귀엽네요 ㅠㅠ 작가님과 동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