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의 새로운 앨범 그리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스커버스커 좋아하세요? 
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작년 봄에 「벚꽃 엔딩」과 「여수 밤바다」를 무한 반복하며 들었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낼 2집 앨범을 무심한 척 애타게 기다렸죠.
그들이 그렇게 말했잖아요.
“정말로 사랑한담 기다려주세요”(「정말로 사랑한다면」)

 

어쨌든, 버스커버스커 새 앨범이 발표되었습니다.
문지 블로그에서 웬 음악 홍보냐고요?
어제 저는 젊은 밴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바로 뮤직비디오 때문이죠.

 

아시나요? 타이틀 곡 「처음엔 사랑이란 게」 뮤직비디오에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살짝 등장한다는 사실!

살짝 캡처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busker

 

슨 시집인지 바로 아시겠죠?
네, 심보선 시인의 첫번째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인데요.
팬으로서 어제, 다섯 번 정도 뮤직비디오를 돌려본 결과
헤어지고 나서, 차마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하지 못하고
슬픔을 우걱우걱 삼키는 남자 주인공의 심정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절묘한 장면입니다.

이쯤에서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는 것도 괜찮겠죠.
버스커버스커 음악과 함께해도 좋겠습니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심보선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2008년 4월 18일
사양 · 176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18508

심보선 시인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산문집으로 『그을린 예술』이 있다. ‘21세기 전망’ 동인이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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