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40주년
문지, 단 한 권의 책

[40주년 창립기념 특집] 문지, 단 한 권의 책 인터뷰 · 서평

DSC_0389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최근에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요. 집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와 책부터 읽고 있으니 저녁엔 이런 이런 일들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면 그런 생각이 안 들거든요. 다른 걸 잊어버리고 계속 들어가잖아요. 책이라는 게 중독적이지 않은 무언가란 걸 처음 느꼈어요. 정말 다르구나 싶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_김목인(뮤지션), 인터뷰 중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해

 

DSC_0399TV를 본다거나 사람을 만난다거나 이런 때와는 다르게 책을 읽을 때만 갖게 되는 사색의 시간 같은 게 있어요. 완전히 생각에 몰입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멍한 채로 단순히 생각하기에 빠져드는 상태라고 할까요. [……] 다른 일을 할 때는 그것이 주는 어떤 표현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책을 마주하고 읽는 건 어떻게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다시 생각을 더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가장 주도적으로 존재하는 일인 것 같아요. 행간의 시간을 사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_김나영(문학평론가), 인터뷰 중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해

 

2_정희진(한겨레신문사)김현의 시선은 비평의 기준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다. 나의 책읽기는 여유가 없고, 욕심이 많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한 책읽기』.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정원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행복했다. 나는 오랜만에, 촛불이 켜진 차분한 한여름 밤의 정원을 거닐었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서 정신적으로 죽는다(136쪽)”. 김현은 예외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을 뿐 “정신적으로 죽지 않았다” 그가 남긴 책이 있지 않은가. 책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 대신 만질 수 있는 몸.
_정희진(평화학 · 여성학 연구자), 『행복한 책 읽기』(김현) 서평에서

 

DSC_0607연시(戀詩)들이 좋더라고요. 직접 자기와 살을 맞댔던,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시들, 왜냐하면, 음…… 아무튼 이분은 좀 성적 매력이 있어요.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인기 없던 남자가 어떤 재능을 연마해서 성적 매력을 얻게 된 경우가 있잖아요. 반면, 원래 성적 매력이 있는 남자가 재능이 있어 그 매력과 재능이 그냥 같이 가는 경우가 있어요. 심보선 시인은, 저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재능’이 유혹의 유일한 도구인 사람들에게선 어딘가 쫓기는 느낌이 들거든요. 뭔가 좀 보여줘야 된다는 그런 느낌? 그래서 가끔 불편하기도 하죠. 저도 그런 축에 들지 모르고. (웃음) 반면 심보선 시인의 시는 되게 여유가 있고, 심지어 어떤 시들은 좀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자연스러우니 그냥 두셨네, 싶은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어요. 뭐라 꼭 집어서 말씀 못 드리겠지만 아무튼 그래요.
_정바비(뮤지션), 심보선 시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가 있으세요?”란 질문에 대해

  

4_정성일(미입고_교체 예정)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비평은 작품과 만나는 것이다. 그때 누군가는 그저 수사에 홀려서 언저리를 빙빙 돌면서 하나마나한 말장난으로 원고료를 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냥 단번에 작품 안으로 들어가서 그걸 창작해낸 사람의 밑바닥까지 단숨에 스며들어간다. 마치 두더지와 같은 비평. 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압지(押紙)처럼 스며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까, 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때 김현 선생님의 그저 지나치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언제 그렇게 본다는 듯, 쓴 단 하나의 문장이 그걸 내게 보여주었다. 그걸 정말 보는 사람이 있구나. 그때 나는 아직 어렸고, 그래서 열심히 책을 읽으면 그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건 희귀한 재능이었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건 전승이 불가능한 재능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제2의 김현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분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별이 떨어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유일무이한 책이다.
_정성일(영화평론가, 영화감독), 『행복한 책 읽기』(김현) 서평에서

  

상상마당 영화제 제공책을 읽어야만 들어오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걸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가령 하나의 책에 담긴 정서와 정보를 영화 한 편에 온전히 담아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손목을 잡고 돌아다니는 매체거든요.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와 창작욕, 자기 표현욕들이 모여서 합의한 끝에 이 길, 이 길로 가자고 정한 게 영화죠. 반면 책에는 그 외의 샛길과 또 다른 서브 텍스트와 근거들이 있죠. 영화란 매체랑 데이트한다는 게, 내가 미리 고민과 계산을 많이 한 뒤 ‘이 길로 따라와!’ 하고 손을 잡고 다니는 거라면, 책은 좀더 여유 있는 데이트, 생각할 게 많은 데이트, 좀더 열린 데이트, 가능성이 오픈되어 있는 데이트, 서로 손을 잡기 전까지 알아서 다니고, 또 누가 누구의 손목을 잡지 않으면 서로 다른 길로 가도 되고……
_윤성호(영화감독), 인터뷰 중 “모바일 시대, 여전히 책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6_박찬일만취한 날, 그의 집에 손목이 이끌려 갔다. 그가 에이포지에 인쇄한 시집 원고 뭉치를 내놨다. 신인 시절의 치기 어린 시도 있었지만, 감동 있는 구절도 나왔다. 그 시가 묶여 시집으로서 드물게 중쇄를 거듭하는 『상처적 체질』이 되었다. 맞다. 그는 본디 상처입은 존재다. 너무도 그 상처가 깊어 아물 수 없는가 보다. 그가 옆에 앉아 넓은 이마를 가리는 머리를 휙, 쓸어넘기며 한마디 할 것 같다. 형 형, 우리 어디 가서 계란말이에 소주나 한잔 할까. 그러고는 앞장서서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앞서갈 것이다. 나는 그가 상처 입은 체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것이 치유될 것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리하여 그와 소주나 나누는 것이다.
_박찬일(요리사 · 음식칼럼니스트), 『상처적 체질』(류근) 서평에서

 

윤성근 5-2예술은 다 하나로 엮여져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잘 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림 한 장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줄거리가 막 복잡하게 생각나는 게 아니라 딱 그림 한 장 본 듯한 느낌. 마찬가지로 굉장히 잘 그려진 그림도 소설 한 편 급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요. 『죽음의 한 연구』 같은 작품도 힘겹지만 한 번 딱 읽고 나면 어떤 추상화 하나를 온전히 감상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_윤성근(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인터뷰 중 『죽음의 한 연구』(박상륭) 관련 질문에 대해

책들의 엑기스라고 할 수 있어요. 산전수전 겪으며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굉장히 생명력이 있는 책들인 거죠. 지금까지 살아남아 책방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은 두 종류예요. 첫째, 아무나 볼 수 있고 너무나 대중적이어서 없어지지 않는 책들. 둘째, 그와 반대로 굉장히 좋은 책인데 즉각적인 조명을 받지 못해 절판된 책들. 후자의 책들 중에는 굉장히 앞서가고, 두고두고 봐야 괜찮은 책들이 많아요. 그저 당시에 대중적인 주목을 못 받아서 사라졌을 뿐이죠. 그런 책들이 돌고 돌아 여기 헌책방에 와 꽂히는 것이니 정말 엑기스, 훌륭한 책들이 많다는 걸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_윤성근(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인터뷰 중 “헌책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안은별“그럼 좋아, 지옥엔 내가 간다!” 오에 겐자부로는 유년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허크가 친구를 배신하지 않으려고 결심하며 외치는 이 말을 평생 마음속의 입버릇으로 삼아왔다고 한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힘든 쪽을 선택하고는 후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았지요. ‘좋아, 지옥엔 내가 간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옥이 있다면 매일 다른 삶을 꿈꾸는 무책임한 절망 속이 아니라, 쓴 것과 산 것의 연쇄에 맞물려 한 발 물러설 곳 없음에도 저 끝엔 희망이 있다고 믿는 단 하나의 삶에 있을 것이다. 온화하지만 처절한 지옥이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에 있다.
_안은별(전 『프레시안』 기자),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오에 겐자부로) 서평에서

 

변영주

저는 종종 90년대의 한국말[語]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곤 해요. 박완서, 오정희, 김채원이 아직 활발히 활동하는 상황에서 공지영, 은희경, 전경린 같은 작가들까지 활동했으니까요.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와 광주를 기억하는 세대가 비슷한 시기에 풍성하게 서로 다른 문장들을 만들어낸 셈이죠. 특히 앞의 세 작가들의 경우, 그들이 얼마나 고마운 언니들이었고, 그들의 책을 통해 우리의 경험이 얼마나 확장되었나 자주 생각해요. 저에게 영화의 ‘thanks to’에 넣고 싶은 대로 다 넣으라면 제 모든 영화에 그 이름들을 넣고 싶을 정도입니다.
_변영주(영화감독), 인터뷰 중 오정희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낮은 목소리」 만들 무렵 읽었는데, ‘아, 정말 새로운 시대가 왔구나.’ 생각했어요. 이제 사람들이 계급 밑에 숨어 있지 않는 시대가 왔구나…… 또 이 시집의 장면들은 인생의 많은 순간과 겹쳐지는 것도 같아요. 그럴 때 있지 않아요? 어디서 경험했었나 가물가물한데 책에서 봤던 장면이었던 경우. 제 경우 불광동에 사는데, 터프한 할아버지들 되게 많으세요. 트로트 막 크게 시끄럽게 틀어놓고 소리 지르고. 어느 날 ‘아 싫다, 저것도 싫고 이것도 싫고 다 싫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문득 사람들은 나의 어떤 점을 싫어할까 반추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좀 전에 싫어했던 것이 부끄러워지며, 문득 기형도의 「늙은 사람」에도 이 장면이 있었구나 떠오르는 거죠. 내가 살아온 삶은 요만큼인데, 이만큼 살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게 문학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_변영주(영화감독), 인터뷰 중 『입속의 검은 잎』(기형도)을 ‘단 한 권의 책’으로 고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차우진이 소설에는 에밀리라는 아이가 나온다.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떠나는 배를 또래들과 함께 탄 이 아이는 쿠바 인근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 이렇게 보면 ‘18세기 해적왕과 떠나는 모험 가득한 여행기’처럼 들린다. 아니다. 이 소설은 이런 모험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해적은 해적이고 아이는 아이다. 어른들은 악하고 또한 멍청하고 아이들은 해맑고 또한 영악하다. 열 살의 소녀는 아이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하다. 여기에 피터팬의 동화적인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에 매혹당했다.
_차우진(대중음악평론가), 『자메이카의 열풍』(리처드 휴스) 서평에서

 

10한국 사람들이 요즘 ‘노답이다(답이 없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우리 부장님 노답이야’라고 할 때 그건 사실 ‘부장님의 리더십이 틀렸어’라는 뜻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오답’이라고 했겠죠. 노답은 ‘오지선다(五枝選多)’ 중에 답이 아예 안 들어 있는 거예요. 그게 무슨 이야긴가 하면, 안 써도 틀리고 써도 틀린다는 거예요.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싫어하는 건 안 돼.’ 이게 우리의 현실인 거죠. (웃음) 이렇게 얘기할 때야 ‘하하하’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게 정말 나한테 닥쳐 엄청난 모멸감을 주며 생업의 기반을 흔들 때는 심각한 거죠. [……] 『피로사회』에서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자기 착취’라고 표현하고 있잖아요. ‘아, 나는 이거 하고 싶어’라는 긍정적인 중력 없이 떠미는 척력과 지나친 과중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거죠. 요즘 평범한 사람들을 봐도 그게 보여요. 지나친 자기 긍정과 부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100퍼센트 전능한 자신을 향해 가다 그러지 못하면 바로 0퍼센트로 떨어져 우울해하고요. 사회 시스템도 0퍼센트처럼 느끼게 되어 있죠.
_아키(이충한, 유자살로 공동대표), 인터뷰 중 『피로사회』(한병철) 관련 질문에 대해

  

한받1저는 특히 언어를 발화할 때의 발음과 이미지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우연히 생성된 엉성하고도 어색한 조합이 성공을 거두면 전혀 다른 세계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츄어증폭기(=아마츄어+증폭기)가, 최근엔 야마가타 트윅스터(=야마가타+트윅스터)가 그렇습니다. 두 단어를 조합했을 뿐인데 새로운 세계가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언어들을 무작위로 조합해가면서 세계를 구축해내고, 그다음 그 세계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노래를 만드는 겁니다. 『다다/쉬르레알리슴 선언』은 제게 그러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좌표를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고 난 뒤, 서울의 시립도서관들을 순례하며 빌린 4,000여 권의 책들, 그 책들을 빌리러 가고 다시 돌려주러 가는 그 길에서 본 많은 것들, 책을 읽고 나서, 책과 함께 하는 서울의 풍경을 통과하며 내 안에 남은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지금 현재의 나의 활동으로 나아가게끔 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손에 쥔 장 뤽 낭시의 책 『나를 만지지 마라』를 읽으면서도 어떤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작은 깨달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_한받(뮤지션), 『다다/쉬르레알리즘』(트리스탕 자라 외 지음) 서평에서

 

3언제나 그렇지만 정확한 정보는 책에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보면 정보가 되게 많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단 말이죠.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분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책을 봐야 하는 거죠. 근데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고, 인터넷만 훑어보면 다 되는 줄 아는데 그게 잘못된 것 같아요. [……] 저희 어머니도 제가 어릴 때 ‘스쿠알렌’이라는, 상어 간으로 만든 약을 가족들 먹으라고 사오셨어요. 그게 사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거든요. 언젠가는 쥐똥을 사서 제게 주신 적이 있어요. 그건 정말 못 먹겠더라고요. 근데 그걸 어머니 친구분이 200만 원에 팔았어요. 그 당시니까, 70년대에. [……] 그래서 책을 읽어야 돼요. 결론은 책이죠. 그런 게 과연 진짜인가 하는 건 책에 있거든요. 물론 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기 생각’이라는 게 생기거든요. 그런 게 없으면 주위의 말들에 휩쓸리게 되죠. 예를 들어 건강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들으면 그저 참고만 할 뿐인데, 그런 게 없는 사람은 건강해진다는 말에 확 빨려 들어가죠.
_서민(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인터뷰 중 “기생충에 관한 편견”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책 읽는 걸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책 읽는 건 기본적으로 인간의 적성에 맞는 활동은 아니라서 처음부터 누구나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훈련을 통해서 좋아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책 읽는 것보다 게임하는 게 훨씬 재미있죠.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 교육이고 사회화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 위주라 오히려 책하고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학생이 소설책 읽고 있으면 소설이나 읽고 있냐고 혼나고, 그렇게 책을 멀리하게 되는 시기가 길어지게 되다보니까 자연히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반면에 요즘 들어서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잖아요, 아이들에게. 그게 덩달아 독서에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것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요. 저는 중학생 이상 되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정해 놓으면 어떨까 해요. 몰래 읽다가 걸리고 그러면 더 읽고 싶어지고. (웃음)
_서민(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인터뷰 중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깡_프로필오랜만에 펼친 『은밀한 생』은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예전과는 다른 지점에서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뛴다. 전에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만을 열심히 좇았다면, 이제는, 아니 이제야, 음악과 독서, 언어, 감각, 태초의 침묵, 어머니, 먼 옛날…… 에 대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그랗게 와서 안긴다. 어쩌면 이 책은 남녀 간의 열정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을 포함하여 삶의 어떤 황홀경의 순간들을 탐색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목이 늘어난 셔츠를 입고 이유식 책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지금, 가슴이 뛰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_미깡(웹툰 작가), 『은밀한 생』(파스칼 키냐르) 서평에서

                                     

1저는 번역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직역을 하라고 하거든요. 없는 소리 덧붙이지 말고, 또 괜히 왜곡시키지 말고. 그러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나요. 직역하려니까 못 하겠다, 직역은 너무 어렵다라는 반응이 하나고, 또 하나는 직역을 한다고 전혀 말도 안 되는 글을 써놓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직역이라고 하지 않고 ‘써져 있는 대로 번역해라’ 이렇게 말합니다. (웃음) [……] 대개 사람들은 성장을 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 시에 대한 개념, 또는 문학에 대한 개념 이런 것을 체득하는데, 개인개인에게 연령 대마다 그 연령 대의 주관성이 있습니다. 시란 무엇이라든지, 뭐가 아름답다든지 하는 주관성 말입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옛날에 가지고 있던 주관성이 참 유치하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대체로 의역이라고 하는 게 그 유치함을 반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자기의 유치함을 덧붙여놓고 번역 잘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결국은 그걸 벗어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의 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힘, 이것을 파악하라고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또 내가 번역할 때도 그렇게 하려고 애썼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도 말해요. ‘번역할 때는 번역자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그 카리스마가 문장이 어색하게 보여도 또 어색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힘이다. 이게 번역자에게 매우 중요한 힘이다’라고요.
_황현산(문학평론가, 번역가), 인터뷰 중 “번역가로서의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80년대 6·8항쟁 이후에 한국사회가 상당히 자유를 확보했고, 그때부터 한국문학이 거대담론을 개선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때 거대담론의 측면에서 일부 비평가들이 굉장히 불평을 했어요.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 됐고, 그래서 거대한 문학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그랬었지요. 저는 그런 의견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문학은 찌질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문제들을 이야기할 곳은 많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문제들이 실제로는 삶을 찌질하게 만들어놓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찌질한 것을 포함해낼 수 있는 거, 찌질한 것을 하나라도 더 포함할 수 있는 어떤 말들의 체계, 이것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칼럼 같은 데에서 주장했지만, 간혹 ‘누가 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느냐’라든가 ‘그건 네 사정이고’라고 말하는 경우를 들을 수 있는데, 사람이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그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죠. 그리고 그 사정은 실제로는 한 사람의 사정이 아닙니다. 그건 모든 사람의 사정인데 대부분은 그것을 눌러놓고 있는 거예요. 그 부분들이 살아날 수 있는, 그것을 포함하고 그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는 말의 체계와 사상의 체계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자료를 문학이 만들었지요. 그 일을 하는 것의 최초의 이름을 문학이라고 지었기 때문에 문학은 계속 그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황현산(문학평론가, 번역가), 인터뷰 중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박해천 1다시 이 소설을 집어 든 것은 첫 독서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후였다. 당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3장, 「영웅시대―어느 강남 1세대의 회고담」을 쓰던 중이었다. 나는 이 장에서 1940년대 초반생으로 4.19세대에 속한 가상의 화자를 내세워, 그가 한국전쟁과 4.19혁명, 5.16쿠데타 등 역사적 격변을 거쳐 산업화의 주력 실무 세대로 성장하면서 아파트 기반의 중산층 문화를 일궈가는 과정을 살피고자 했다.
바로 이 화자의 소년기를 구상하기 위해 참고 문헌을 정리하다가 이 소설을 떠올렸다. 그때 다시 읽은 소설은 기억 속에 희미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소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나는 소설 초반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으며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_박해천(디자인 연구자, 동양대 교수), 『장난감 도시』(이동하) 서평에서


책, 책이란 무엇인가. 이 매체는 무척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세계 어딜 가도 찾아볼 수 있는 전 지구적 장악력을 자랑한다. 누구나 집에 한 권쯤 가지고 있지만, 집 안의 모든 책을 다 읽은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는 책의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아직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탈중독 지대, 사색의 공간이다. (*김목인 씨의 노래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차용.)

김현 지음
카테고리 교양인문서,산문 | 출간일 2015년 12월 12일
사양 변형판 139x205 · 380쪽 | 가격 15,000원 | ISBN 9788932028101
리처드 휴스 지음 | 김석희 옮김
카테고리 문지 푸른 문학 | 출간일 2014년 10월 30일
사양 변형판 137x210 · 314쪽 | 가격 11,000원 | ISBN 9788932026688
트리스탕 쟈라 외 지음
카테고리 현대의 문학 이론 | 출간일 1987년 12월 13일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54쪽 | 가격 10,000원 | ISBN 9788932003054
이동하 지음
카테고리 문지 소설 명작선 | 출간일 2009년 12월 21일
사양 양장 · · 280쪽 | 가격 10,000원 | ISBN 9788932020235
기형도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1989년 5월 30일
사양 신46판 176x248mm · 159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03979
김태환 옮김 | 한병철 지음
카테고리 교양인문서 | 출간일 2012년 3월 5일
사양 · 128쪽 | 가격 10,000원 | ISBN 9788932022888
심보선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2008년 4월 18일
사양 · 176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18508
심보선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2011년 8월 9일
사양 신46판 176x248mm · 148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22291
파스칼 키냐르 지음|송의경 옮김
카테고리 외국소설 | 출간일 2001년 7월 12일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84쪽 | 가격 13,000원 | ISBN 9788932012636
류근 지음
카테고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 출간일 2010년 4월 8일
사양 신46판 176x248mm · 162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32020501
오에 겐자부로|오자키 마리코 진행‧ 정리|윤상인‧박이진 옮김
카테고리 외국문학 | 출간일 2012년 3월 23일
사양 · 444쪽 | 가격 13,000원 | ISBN 9788932022826
박상륭 지음
카테고리 문지 소설 명작선 | 출간일 1997년 7월 15일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33쪽 | 가격 11,000원 | ISBN 9788932009346
박상륭 지음
카테고리 문지 소설 명작선 | 출간일 1997년 7월 15일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08쪽 | 가격 11,000원 | ISBN 9788932009353

문지, 단 한 권의 책

각 분야 명사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책에 얽힌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문학과지성사의 책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을 공유합니다.
[인터뷰] 당신의 책을 만나다
뮤지션 김목인×문학평론가 김나영
[서평] 김현은 예외다
평화학 ·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인터뷰] 회의주의 잡지를 읽는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 에세이스트 정바비
[서평] 축사
영화평론가 · 영화감독 정성일
[인터뷰] 책은 서로를 열어둔 연애
영화감독 윤성호
[서평] 체질이 상처인 시인이 있었다
요리사 ·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인터뷰] 헌책은 책들의 엑기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 윤성근
[서평] 단 하나의 삶, 단 하나의 소설
전 『프레시안』 기자 안은별
[인터뷰] 'thanks to'에 넣고 싶은 작가들
영화감독 변영주
[서평]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인터뷰] 무중력 사회에 띄워 보낸 책
유자살롱 공동대표 아키
[서평] 좌표 수정의 좌표
뮤지션 한받
[인터뷰] 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기생충 박사 서민
[서평] 매혹의 여러 얼굴들
웹툰 작가 미깡
[인터뷰] 힘센 말은 어디에서 오는가
문학평론가 ‧ 번역가 황현산
[서평] 물질의 형상을 갖춘 절대 빈곤의 폭력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서평] [40주년 창립기념 특집] 문지, 단 한 권의 책 인터뷰 · 서평
[인터뷰] 서점이 아니라 책방
풀무질 지기 은종복
[서평] 일상의 작은 깨달음
히메지독쿄대 교수 문춘금
[인터뷰] 그곳에는 그럴듯한 게 있다
워크룸 공동대표 김형진
[인터뷰] 사람은 귀로 읽는 책이다
「네시이십분 라디오」 제작자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