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40주년
문지, 단 한 권의 책

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기생충 박사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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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리 김나영


기생충이라니! 구충제를 먹을 때 외에는 별로 생각지 못하고 살았던 것에 잠식된 며칠을 보냈다. 생각보다 책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민 교수가 쓴 책 말이다. 인터뷰 전에 그의 책을 모조리 다 소화하고 가야겠다던 목표는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주요 도서만 몇 권을 추려 읽고, 이전 인터뷰 목록을 훑어보는 데에도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심지어 서민 교수를 만나러 가던 날 아침에도 기생충에 관련된 뉴스가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 어린 아이가 뇌를 파먹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김나영(이하 김): 어디에서나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만나보니 굉장히 호감형이세요.
서민(이하 서): (제 외모가) 좀 부담이 없긴 하죠. 얘가 날 어떻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얘가 날 좋아할 리 없다. 이런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죠.

: 기생충이라고 했을 때,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만큼 편견을 갖지 않는 사람도 드물 것 같아요. 징그럽고 유해한, 몸속에 있으면 절대 안 되는 해충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쓰신 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주신 이야기를 읽고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서: 언제나 그렇지만 정확한 정보는 책에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보면 정보가 되게 많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단 말이죠.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분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책을 봐야 하는 거죠. 근데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고, 인터넷만 훑어보면 다 되는 줄 아는데 그게 잘못된 것 같아요. 기생충에 관한 예를 들면, 봄가을에 챙겨 먹는 구충제에 관해서도 『기생충 열전』을 보면 너무 잘 나와 있는데요, 그게 좀 팔린 책이어도 2만 권도 안 되는 부수란 말이죠. 안타까워요. (웃음) 제 책이 더 팔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해요. 얼마 전에 한 인터넷 페이지에서 ‘가을인데 구충제 드셔야죠, 잠실맘 님들’ 그러면 ‘까먹고 있었네. 감사해요. 오늘 먹여야겠어요. 애가 열 달인데 먹여야 될까요?’ ‘애도 먹여야 되요. 애 때문에 전 가족에 퍼져요.’ 이런 글들을 봤어요. 어떻게 그렇게 자기도 잘 모르는 정보들을 막 확대 재생산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잘 알 만한 사람한테 좀 물어보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구충제를 ‘먹어야 된데요’ 할 때 거기에 사실 근거가 없어요. ‘누가 먹어야 된다고 했다!’ 이런 것도 없고, 후에 그걸 따질 수도 없잖아요. 책을 안 읽으면 이렇게 된다는 거죠. 구충제를 먹어야 된다. 책을 안 읽으면.

: 저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기생충 열전을 보고 왔지만 그 책을 못 본 사람들에게 구충제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얘기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서: 기생충은 굉장히 착한 애들이에요. 저항성이 없어서 70년대에 만들어진 구충제가 아직도 들어요. 그런 애들이 없습니다, 약 하나 주면 그냥 죽어서 나가는.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대예요. 사실 바이러스나 세균이 훨씬 나쁘고 해로운 건데 사람들은 기생충을 더 무서워해요. 얼마 전에는 어떤 사람이 생선을 먹다가 사진을 보내왔어요. 생선에 이만한 기생충이 있다면서요. 그런 비주얼에 속지 마세요. 외모가 잘 생겼다고 성격이 좋은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반대일 수 있죠.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 어떤 걸 판단하는 게 기생충이 받는 차별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게 옳지 않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저같은 경우도 이렇게 생겼기에 여러 편견 속에서 살아왔어요. 사람들이 기생충에 대해서 과도한 공포를 갖는 거예요. 그 공포가 정말 근거가 없는 게, 최근 20년 사이에 기생충에 의해 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 하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기생충’이라고 하면 벌벌 떨어요, 지금도. 그게 약간 호환, 마마, 귀신 이런 것처럼 뭔가 잘못된 편견에 근거한 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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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얘기가 있잖아요, 밥을 먹어도 살이 안 찌거나 그러면 구충제 먹어야 한다는. 정말 기생충이 몸속에 있으면 살이 빠지고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
서: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밥을 먹어도 배가 계속 고프고 살이 안 찌는 이유는 성장기이거나 밥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 거겠죠. 항문이 가려우면 또 기생충 탓하잖아요. 항문이 가려운 데 제일 큰 원인은 항문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도 기생충 탓을 하면서 구충제만 먹으면 계속 가렵죠. 기생충이 안 죽는다면서 계속 구충제를 먹는데 그러지 마시고 씻어야 됩니다. (웃음)

: 저도 어릴 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가 주시는 구충제를 받아먹었죠. 좀전에 잠실맘이 등장하는 게시판 글 이야기도 하셨는데, 엄마들이 아무래도 제일 민감한 것 같아요. 가족의 건강을 관리하는 입장이어서인지 염려 같은 게…….
서: 어디서 이렇게 이상한 정보들이 흘러들어 오는 걸까요. 저희 어머니도 제가 어릴 때 ‘스쿠알렌’이라는, 상어 간으로 만든 약을 가족들 먹으라고 사오셨어요. 그게 사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가 언젠가는 쥐똥을 사서 제게 주신 적이 있어요. 그건 정말 못 먹겠더라고요. 근데 그걸 어머니 친구분이 200만 원에 팔았어요. 그 당시니까 70년대에. 저희 어머니는 귀가 굉장히 얇으신 분인데, 그런 분들이 지금도 좀 계시죠. 뭐가 어디에 좋다더라 그러면 바로 그걸 구해 먹잖아요.

: 맞아요, 어제 TV에서 마가 좋다고 하면 오늘 바로 마트에 마가 동이 나고요. 우리나라가 좀 그런 경향이 센가 싶어요.
서: 그래서 책을 읽어야 돼요. 결론은 책이죠. 그런 게 과연 진짜인가 하는 건 책에 있거든요. 물론 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기 생각’이라는 게 생기거든요. 그런 게 없으면 주위의 말들에 휩쓸리게 되죠. 예를 들어 건강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들으면 그저 참고만 할 뿐인데, 그런 게 없는 사람은 건강해진다는 말에 확 빨려 들어가죠. 이번에 국정교과서가 문제가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학교에 다녔는데, 그때는 교과서에 전두환을 찬양하는 내용도 조금 있었거든요. 어릴 때는 배우는 대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대학생들은 교과서에 적힌 내용이라도 아니라는 걸 판단할 수 있었잖아요. 다양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사람들이 책을 더 안 읽기 때문에 교과서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 여러 가지 이유로 여가 시간이 없으니까 학생들이 그나마 읽는 책이 교과서인 것 같아요.
서: 그렇죠. 유일한 책이니까요.

: 게다가 선생님이 말해주는 건 별로 의심하지 않고 쉽게 믿어버릴 수도 있는 나이니까요.
서: 비판적으로 뭔가를 성찰하고 그러는 게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읽을 교과서를 잘 만들어야 됩니다.

: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넘어간 것 같네요. 그동안 문지에서 출간한 책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고르셨어요. 우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왜 이 책을 고르셨나요?
서: 좀 의외로 생각되실 거예요. 이런 거 고르라고 하면 대개는 불후의 책, 이런 의미 있는 책을 고르잖아요. 근데 저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골랐어요. 제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저는 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사회에 대해서 뭔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그런 글이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아니 책은 항상 그래야 된다, 책이라면 뭔가 사회적인 교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마땅한 교훈이 없는 거예요. 전혀 사회적인 메시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연애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되니까요. 소설이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러면서도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깨달은 거죠. 그리고 제 안에 여성성이랄까요? 그런 게 좀 유난해요. 웃을 때도 이렇게 (입을 가리고 웃음) 하고. 어렴풋했던 제 성향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제대로 알게 됐다고 할까요. 저는 이 책 속의 여성들에게 너무 공감했었는데, 이게 여성 독자들이 더 좋아하는 책이라 들었어요. 「여배우들」이라는 영화 보고도 제가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 제 스타일이라서요. 아무튼 이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완전히 열광했었죠. 그렇게 제 안의 여성성을 확인시켜준 소설이기도 하고, 소설이라는 게 그렇게 무섭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글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제게 알려준 책이고, 또 그다음부터 제가 재미있는 소설을 골라 읽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해서 해서 이걸 골랐어요.

: 어디선가 선생님은 글을 쓸 때도 기본적으로 어떤 장르의 구분 없이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일단 글이나 책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정이현 작가는 등단작도 그렇고, 늘 사회에 대한 관심을 한편에 놓고, 그것에 대해서 대중적인 감각을 발휘해 유연하게 풀어내는 소설을 써왔죠. 그렇게 좀더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에 대해 교훈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작가인 것 같아요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여성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지만, 저는 제목에 나의 도시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좀더 집중하면서 읽었어요. ‘달콤한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반어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자연히 서울은, 특히나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살기에 어떤 곳일까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 우리나라 어디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이라고 비혼의 젊은 여성이 사는 게 만만한 건 아니죠.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일도 흔하고, 범죄까진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시선에 시달려야 하지요. 특히 서울은 자본주의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곳이라, 외모는 물론이고 옷이나 장신구 같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제가 겪어보진 않았지만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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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2006년에 나온 책인데, 주인공이 서른한두 살이에요. 제가 보기엔 되게 젊은데 이때만 해도 이 나이에 결혼을 못하면 되게 불안해했단 말이죠. 불과 10년 전인데도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은 서른 초반이면 아직은 괜찮아 하는 분위기가 있고요. 그래서 이 소설을 지금의 미혼 여성들이 본다면 주인공의 고민이 엄살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나이와 상관없이 보아도 씁쓸한 게, 이 사회는 왜 그렇게 결혼을 강요하는지 싶어지죠. 게다가 이 소설에도 나오듯이 결혼을 두고 여자들끼리의 이상한 경쟁 심리도 작동하잖아요. 자기의 생활수준이나 계획과 무관하게 남편의 수준에 맞춰서 결핍과 충족감을 느끼게 하는 이 사회를 좀 비판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서: 사회가 남성 중심이다 보니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가 그 여자의 삶을 결정짓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결혼할 때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게 되는데요, 저는 여자가 정말 능력이 있고, 일로 성공하고 싶다면 남자를 좀 달리 고르라고 권합니다. 자기를 내조할 수 있는 그런 남자를 고르거나, 그게 어려우면 그냥 결혼을 안하는 게 낫다는 거죠. 뭔가 이뤄낸 사람들은 대개 결혼을 안한 사람들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김혜수 씨 같은 분 멋지잖아요. 결혼을 했으면 지금처럼 그렇게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어요. 엄정화 씨도 마찬가지죠. (웃음) 이 소설에서도 여자는 주체적인 인물인데요, 자기를 중심에 두고 남자를 볼 줄 아는 태도가 멋져 보였어요. 연하를 사귀는 것도 그 일환이지요.

: 내 능력을 믿고, 다른 조건에 별로 구애받지 않으면서 내 삶을 주도적으로 운용하며 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혼을 안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또 그렇게 보일까 봐 미리 걱정하고 그런 게 있죠. 피부에 와 닿아도 별생각 없이 지나치기 쉬운 그런 제도권 속에서의 삶을 좀더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서: 아직 우리 사회가 진정한 개인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는 거죠. 결혼이 의무는 아니고,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이 생겼을 때 해야 하는 건데, 결혼 적령기라는 걸 잣대로 “결혼하라”고 사방에서 성화를 부리잖아요. 그래서 불행한 결혼이 양산되는 겁니다. 결혼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약 결혼 같은 게, 그런 게 좋아보였어요. 3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한쪽이라도 싫으면 안 하는 거예요. 그 대신에 3년마다 재계약하면 재계약 파티를 여는 거죠. 서로가 마음에 들면 재계약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늘 긴장감이 있잖아요. 지금의 결혼제도는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 재미있네요. 결혼재계약제도.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결혼하시기 전에는 책을 한 달에 평균 10권씩 읽으셨다고요. 1년이면 120권이네요?
서: 아니, 최하 120권이요.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그렇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누구와 같이 있다가도 상대가 화장실에 가면 잽싸게 책을 꺼내 읽고.

: 항상 가방에 읽을 책을 넣어 다니시나봐요?
서: 네. 저는 심지어 술 먹을 때도 책을 읽어요. 술을 혼자 마실 때는 안주 한 점 먹고 책 좀 보고, 이렇게 마셔요. 근데 그렇게 하면 내용이 좀 기억이 안 나긴 하던데요. (웃음) 책은 정말 좋은 친구예요. 스마트폰을 보면 시간은 잘 가지만 남는 게 없잖아요. 요새 좀 아쉬운 게, 예전엔 부산에 갈 때는 책을 한두 권쯤 준비해서 갔어요. 근데 지금은 KTX 때문에 어디든 너무 빨리 도착하는 거예요. 가져간 책의 절반도 못 읽고 그냥 내려버리게 되어서 좀 아쉬울 때가 있죠. 원래 여행가기 전에 뭘 가져가서 읽을까 고민할 때가 기쁘잖아요.

: 그렇게 연속적으로 책을 읽으시는데 그 목록은 어떻게 만드시는지, 그러니까 책을 어떻게 선택하시는지 궁금해요.
서: 책장에 책이 몇 권 없다 싶으면 신간을 고르고 주문해서 미리 채워놔요. 그게 떨어질 날은 거의 없죠. 산다고 바로 다 읽진 않아요. 읽을 만큼 쌓여 있으면 골라서 하나씩 읽는 게 좋고요. 신간을 살펴볼 때는 ‘알라디너의 선택’이라고 그걸 주로 이용해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알라디너들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들을 참고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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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보면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무슨 책부터 어떻게 골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저는 한 권이라도 스스로 재밌게 읽은 책이 있으면 그 작가의 책을 따라 읽어보는 걸 추천하는데, 그런 방법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관심사를 넓혀 가면서 자기 독서목록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여러 여건이 주도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게 만드니까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에 비해서.
서: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책 읽는 걸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책 읽는 건 기본적으로 인간의 적성에 맞는 활동은 아니라서 처음부터 누구나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훈련을 통해서 좋아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책 읽는 것보다 게임하는 게 훨씬 재미있죠.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 교육이고 사회화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 위주라 오히려 책하고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학생이 소설책 읽고 있으면 소설이나 읽고 있냐고 혼나고, 그렇게 책을 멀리하게 되는 시기가 길어지게 되다보니까 자연히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반면에 요즘 들어서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잖아요, 아이들에게. 그게 덩달아 독서에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것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요. 저는 중학생 이상 되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정해 놓으면 어떨까 해요. 몰래 읽다가 걸리고 그러면 더 읽고 싶어지고. (웃음)

: 어릴 때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책을 읽는 인간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서 요즘엔 부모들이 일부러 TV를 없애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기도 하는데요, 다른 데에서도 어릴 때 책을 안 읽어야 된다고 주장하셨죠. 어린이용 축약본의 폐해를 예로 들면서.
서: 고전 같은 건 어릴 때 읽게 되면 거의 축약본으로 접하게 되니까요. 어린 시절에 『돈키호테』를 읽으면 나중에 원본을 절대 안 읽어요. 이미 읽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근데 그런 책들을 읽어야 인내심이 길러지는데요,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인내심이잖아요.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 인내심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데, 어떤 사람들을 보면 주어진 사안에 대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식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뭐든지 즉각 반응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걸까요.
서: 스마트폰의 ‘뒤로’ 버튼에 너무 익숙해져 있죠. 바로 안 뜨면 즉각 뒤로 버튼을 눌러서 다시 다른 것 찾고 이러잖아요.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인내심을 고갈시키는 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세상을 잘 살게 하는 인내심은 사실 학교 공부보다는 책을 통해서 길러지는 거고, 그중에서도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제2의 성』이 그런 책이었어요. 정말 그 책을 읽으면 인내심이 길러져요. 이거 안 읽으셨죠? 이거 못 읽어요. 네이버에 이 책에 관한 리뷰가 하나 있어요. ‘이렇게 힘든 책은 처음 봤다’라고. 제가 그걸 읽었잖아요. (웃음) 저는 그 책에 줄을 빡빡 쳤어요. 줄을 안 치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끝까지 읽었어요. 겪어보니까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일들에는 인내심이 중요하더라고요. 과학 같은 경우는 똑같은 일을 될 때까지 계속하는, 몇 년씩 해보는 태도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것도 다 책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는 것 같아요.

: 그러고 보니 의대생들에게 강의하실 때도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신다면서요?
서: 의학에 관해서 의사들이 쓴 책이 있잖아요. 그런 책을 정작 의사들이 안 읽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제가 그런 책들을 뽑아서 한 학기동안 10권 정도를 읽는 수업을 하는데요, 5명씩 조를 짜서 각 조에 1권씩 주고 읽어오라고 해요. 그러면 학생들이 조 발표를 준비하면서 1권을 다섯 부분으로 나눠서 읽어와요. 무섭더라고요. 책 한 권을 제대로 안 읽더라고요. 제가 바라는 건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 모두가 한 학기 동안 제가 뽑은 책 10권을 다 읽는 거였는데. 자기가 발표하기로 된 책조차 극히 일부분만 읽더라고요. 이건 너무하잖아요.

: 의사라는 직업에 관한 편견도 있잖아요. 특정 정보에는 굉장히 박식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다양한 감수성이라든가 이런 게 없는 직종의 사람들이다,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너무 자주 보다 보니 환자 개인의 감성에 접근한다기보다는 무조건 이성적으로 대하고 기계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런 거요.
서: 저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원래 반대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입장을 바꾸게 된 게, 다시 보니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닌 사람들이 확실히 좀 나은 점이 있더라고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사람이 이가 한 개 밖에 없는 할머니랑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면서, 할머니가 밥을 먹다가 뱉어내고 하는 걸 보면서 계속 같이 밥을 먹는 거예요. 의사라는 사람이 단순히 병을 치료해주고 그런 게 아닌 거죠. 전혀 다른 의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의학 공부만 한 게 아니라 책을 다양하게 읽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근데 그게 거의 다 없어져서 아쉬워요 지금은. 의사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가 뭐냐 하면 책을 안 읽어도 의사가 다 되기 때문에,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지금 우리가 예과에서 본과로 진입할 때 토익 800점을 요구하거든요. 사실 의사들이 토익 800점 해서 어디다가 써먹을 데도 없고 대기업 취직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바보 같은 법안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그것보다는 고전 100권을 읽고 여기 테스트를 통과해야 본과에 올라갈 수 있다, 저는 그런 걸 주장하고 있어요.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지만. 사실 대학마다 다 그렇잖아요. 대학에서 토익 점수 요구하는데 소설가 될 사람은 토익을 굳이 볼 필요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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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이라는 걸 전공하셨는데도 다양한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또 다양한 사람들 모두가 공통으로 가져야 하는 게 인내심이라는 말씀도 하셨고요. 다른 책에 보니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삶의 모토 중에 하나가 공생, 공존이던데요. 무엇보다도 기생충의 생리를 통해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성찰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기생충은 우리 몸에 있는 이물질 같은 거여서 무조건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사실, 사회에서 무능력하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쉽게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배척하려는 단순한 의식하고도 비교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서: 수많은 세균과 기생충들을 다 쫓아내려다 보니 알레르기 같은 걸 증가시키는 부작용도 생겨 났고요. 요즘 캣맘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죠. 그렇게 좋으면 너네가 키워라, 하는 식의 태도가 만연하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아파트를 만들어서 그런 동물들이 살던 터전을 빼앗았던 건데요,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인간의 땅에서 모두 내쫒아버리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옛날에는 그래도 동물들과 같이 살아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결정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또 하게 되네요. 책을 안 읽는 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이 사회에 무관심해지는 일인 것 같아요. 인터넷 뉴스 보고 세상을 다 알게 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 순위를 보면 주로 성추행이나 엽기적인 사건들 이런 거죠. 물론 그런 사건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들, 우리 삶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게 되는 거죠. 가령 자기를 해롭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든 말든 크게 관심이 없고요. 예를 들어 전교조가 작년에 법외노조가 됐잖아요. 이런 정치적 무관심이 결국 사회를 더 안 좋게 만들고 개인의 삶을 더 위협받게 하는 것 같아요.

: 여유가 없어지고 자기 눈앞의 것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니 다른 삶에 대한 이해도 없어지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존중 같은 것도 사라지고요. 기생충과의 공존, 이런 얘기를 하면서 나온 말인데 정말 같이 살려는 방법을 모색하기 어려워진 시대인 것 같아요. 다른 책에서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신 걸 봤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면 기자들이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흑백논리식으로 이슈를 가져가려고만 하고 사람들은 거기에 너무 휩쓸려 자기 판단이 없어진다고요.
서: 이번에 문단에 있었던 표절 관련 사건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어요. 2000년 초창기에 『딸기밭』 가지고 문제 삼고 이랬을 때 벌써 나온 이야기거든요. 그때 저는 왜 아무도 관심이 없지 했는데, 그게 한참이 지난 뒤에 이렇게 문제가 된다는 게 되게 신기했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이런 식이잖아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매스컴에 기사가 나오면 글을 찾아서 이게 진짠가 아닌가 판단해보자 하는 마음 없이 ‘이 작가 쓰레기네’ 하고 댓글이나 달면서 공격하고요. 기사 보고 욕하면서 그냥 스트레스를 푼다고 할까요, 뭐 그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작년에 땅콩 회항 사건 같은 경우에도요, 그게 나중에 갑질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로 논의가 계속되길 바랐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조현아랑 백화점 모녀만 그렇게 욕하고 끝나버렸어요. 여전히 경비원이나 대리운전 기사 같이 험한 일 하는 분들은 일상적으로 별의별 모욕을 당하고 있는데도요. 그렇게 사회적인 이슈였는데도 그 이후에 나아진 게 전혀 없잖아요. 그게 우리의 문제점인지 어떻게 된 건지, 그러니 언론이 흥미 위주로만 뭔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들어서 무척 안타깝더라고요.

: 언론에만 기대는 것도 안 좋은 태도이고 각자가 좀 생각을 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론이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수는 있을 텐데, 가끔 먼저 나서서 편중된 의견을 기사로 써내고 사람들을 자극하는 헤드라인을 뽑아내니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비교적 독서량도 많고 현장 경험면에서도 자기 판단의 기준과 근거가 명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서: 제가 계속 책 얘기를 하는 게 저는 책을 통해서 삶이 바뀌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서른까지 저 자신밖에 모르고 살았거든요. 소개팅을 나가도 여자 분한테 그 당시 “장효조 선수의 타율이 얼만지 아세요?” 그런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모른다고 하면 “인생의 반을 헛살았네!” 이랬어요. 그 시절이 80년대인데 그런 농담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이랬던 사람이 갑자기 사회에 관심을 갖고 이러니까 제 동기들이 “쟤 왜 저러냐, 갑자기. 대학 때 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애가” 이랬어요. 물론 의대생들이 대개 그랬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때 당시에 학교에서 수업 거부를 하자고 투표를 할 때마다 저는 항상 수업 거부 반대에 표를 던지던 애였거든요. 그랬던 사람이 책을 통해서 이렇게 변화한 게 스스로도 되게 신기해요.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런 걸 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소설 같은 걸 읽었을 뿐인데도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정말 책이라는 게 이런 놀라운 힘이 있다는 걸 체험한 거죠. 그 반대로 책을 안 읽으면 사람이 점점 보수화가 되는 것 같아요.

: 이야기를 하실 때 보면 내 인생은 어떤 것의 전과 후로 나뉜다, 이런 표현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책을 읽기 전후로 나뉜다고 하셨고, 강준만 선생님의 책을 읽기 전후로, 아내를 만나기 전후로, 기생충 열전쓰기 전후로 나뉜다고도 하셨던데요. 그러니까 뭔가를 읽고 뭔가를 쓰고 어떤 사람을 만나기 전후로 나뉜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렇게 어떤 특정한 계기로 세계관이 확 바뀌고 삶의 질이 확 바뀌고 한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네요.
서: 나이가 들어서 사람이 생각이 바뀌기가 참 어렵잖아요. 근데 그게 바뀔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지독한 경험을 했거나 아니면 책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박정희가 경제개발했다는 것에 대해서 ‘뭘 박정희가 해. 민중들이 했지’라는 시각에 오히려 더 동조를 했었는데, 장하준 선생의 책의 딱 읽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제가 이런 리뷰를 써요. ‘이런 젠장, 설득당했다.’ 저는 그때부터 ‘박정희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공헌을 했구나’ 이것을 깨닫고 그때부터는 제가 박정희를 욕해도 어떤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강준만 선생의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좀 부정적이었어요.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 이런 거 읽고 나서 ‘이런 오해가 있었구나’라고 생각을 수정하게 됐어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생기고 잘 안 되잖아요. 근데 책을 통해서는 가능한 것 같아요. 전에 없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간혹 나쁘게 바뀔 수도 있지만 대개는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요. 책이 그런 힘을 가졌다는 거죠. 그런 힘이 저를 조금씩조금씩 바꾸어서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 방송도 하셨고, 팟캐스트에도 종종 출연하시고, 칼럼도 쓰시고, 책도 쓰시고, 학교에서 강의도 하시고, 연구도 하시고, 집에서 설거지도 하시고. (웃음) 정말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시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
서: 강의하고 연구는 어차피 교수로서 해야 될 일이니까 그건 당연히 하는 거고요, 칼럼 쓰는 거 정도는 계속할 마음이 있어요. 제가 제 반어법 쓰고 이런 게 식상해서 더 이상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러면 그때 그만둬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뭐……. 사실 저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칼럼 쓰는 재미가 덜해요. 너무 말도 없고 행동도 하지 않으면 계속 그 사람을 깔 수가 없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좋은 대통령이었어요. 제가 그때 칼럼리스트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 많은 칼럼리스트들이 그런 말을 해요. ‘칼럼리스트들한테 축복의 대통령이다.’ 그렇게 매번 이상한 말 해주시고. 저는 칼럼을 원래 마감일 2, 3일 전에 보내거든요. 근데 그 2, 3일 사이에 또 일을 치는 거예요. 그래서 ‘그전 거 패스,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글을 몇 번이나 고쳐서 다시 쓰고 그랬어요. 그런 분 밑에 살다가 일주일 내내 아무 말도 안 하는 분하고 있으니까 칼럼 쓰기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칼럼이 식상하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6

: 칼럼을 통해서 정치적인 관심 같은 것도 직접적으로 표출하시고 하는데, 어쨌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머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머라는 게, 제가 생각하기에 판을 다 일단은 꿰고 있어야 되고 그 판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어야만 발휘할 수 있는 게 유머 감각인 것 같아요.
서: 그런 건 하이퀄리티 유머고요, 제가 쓰는 건 저차원 유머이기 때문에 판을 몰라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한참 얘기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이게 무슨 얘깁니까?’ 이러면 웃기잖아요. 저는 그런 걸 잘해요. 깊이는 없죠.

: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먼 데까지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천안이 그렇게 멀지 않아요. 사실 제가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잠실 초등학교를 갔다 왔어요. 초등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했어요. 일종의 재능기부 비슷하게. PPT로 기생충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에는 기생충을 좀 징그러워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거의 제 말에 설득당했어요. (웃음) 애들은 그게 가능하잖아요, 편견이 없기 때문에.

: 그 아이들 중에 누군가 자라서 서민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전과 후로 내 인생이 나뉜다이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저도 선생님에 관한 자료, 책이나 인터뷰, 방송 같은 거 찾아보기 전에는 기생충이나 의사라는 직업에 확실히, 또 뭔가 사회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어떤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이 깨진 것 같아요. 다 선생님의 유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웃음)
서: 고맙습니다. 부군께서 유머가 없으신 편인가요? 유머에는 격려와 지지가 필요해요. 안 웃겨도, 일부러 웃어줄 필요는 없지만 이번 건 좋았어, 조금 나아졌어, 이렇게 포인트를 짚어주시면 훨씬 도움이 돼요. (웃음)

농담 속에 뼈가 있고, 진지함 속에도 재미가 있는 대화였다. 두 시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말투와 인상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그 여유와 배려는 물론 스스로 누누이 강조하시던 그 독서 편력에서 생겨나온 것이리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는 일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책을 읽는 사람이 나쁘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그것은 즐거운 믿음이었다.

 

프로필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2012년 영국고고학학회지에 논문이 게재되면서 대한기생충학회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칼럼, 블로그, 단행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적 글쓰기』 『집 나간 책』 등이 있다.

서민이 고른 문지의 책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정이현 지음
카테고리 장편소설 | 출간일 2006년 7월 24일
사양 · 444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32017150

문지, 단 한 권의 책

각 분야 명사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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