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영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쉼보르스카의 시를 떠올리게 한 것은 시선집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07)에 실린 ‘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때문이다. “우리 언니는 시를 쓰지 않는다./아마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그녀의 유일한 글쓰기는 여름 휴양지에서 보낸 엽서가 전부다./엽서에는 매년 똑같은 약속이 적혀 있다:/돌아가면/이야기해줄게./모든 것을./이 모든 것을.” 어쩌면 ‘나’는 언니가 여름 휴양지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엽서를 매년 읽는 것일까? 이 시에는 끝내 언니가 말해주지 않은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시인은 아마도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온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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