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세이의 힘

황효진 (작가,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진행자)

글쓰기에는 중독적인 데가 있다.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 경험한 것을 재구성하고 문장으로 정돈해 다른 누군가의 앞에 내놓는 작업은 고통스러운 한편 자기애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만의 읖조림이 아니며, 그것을 읽어줄 상대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자기고백에도 중독적인 데가 있다. 그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사실을 말이나 글로써 털어놓는 일은 내게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행위이자, 그럼으로써 나는 고유하고 개별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글을 쓸 때마다, 특히 에세이를 쓸 때마다 나의 고민은 ‘나는 어떻게 남들과 다른가?’라는 질문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이라고 믿어왔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리커버링』은 저자가 술에 중독되고 회복되기까지를 다룬 에세이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술에 중독되었고, 취했다는 감정만이 자신을 흥미롭게 만들었으며, 그렇기에 술을 끊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것이 연인과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낱낱이 고백한다. 술 때문에 여러 차례 정신을 잃거나, 자신의 알코올 중독이 관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인 몰래 침대에 숨겨두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에, 더 나아가 무언가에 중독되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의 이야기는 너무 특이하고 특별하며 동시에 불가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왜 이렇게까지…?’라고 의아해했던 것을 고백한다.)

나는 자기고백만으로 완성되는 글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고백의 중독, 쓰기의 중독에 빠진 글은 글 바깥에 있는 나 이외의 사람들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중독에 빠진다는 것은 이런 뜻이기도 하다. 나 자신에게만 몰입한다는 것, 나의 관심사와 쾌락과 고통에만 몰두하느라 다른 이들에게 눈을 돌릴 수 없게 된다는 것. 레슬리 제이미슨은 자신의 알코올 중독을 털어놓을 뿐만 아니라 마약과 술에 빠져 살았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다시 기록한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대했는지, 그 중에서도 흑인, 그 중에서도 여성, 혹은 ‘엄마’라고 불렸던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더 큰 외로움으로 몰아넣었는지 살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술에 중독되었던 창작자들의 흔적도 탐구한다. 그 속에서 자신과 같거나 다른 점을 찾아낸다.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새롭지 않았던,” 즉 중독된 적 있는 자신에겐 “클리셰”투성이인 그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로서의 감각을 느끼고 서서히 회복한다.

『리커버링』은 중독에 관한 글이지만,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에세이는 내가 남과 어떻게 다른가를 드러내는 장르가 아니라 고유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삶과 공유할 수 있는 어떤 클리셰를 가지고 있는가를 탐구하는 장르인 셈이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말처럼 “나는 어쩌다 보니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게 되었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공통성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역설”이야말로 글의 힘이자, 에세이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다른 이들이 쌓아 올린 역사 안에, 혹은 관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카테고리 인문 | 출간일 2021년 3월 31일
사양 변형판 140x222 · 684쪽 | 가격 22,000원 | ISBN 978893203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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