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아픔을 읽는 것이 괴로웠어요

박선아 (에세이스트)

저는 요즘 매일 아침 담배를 피웁니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느릿느릿 걸어 베란다로 갑니다. 졸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창을 열어 담배를 피웁니다. 비가 올 때도 있고, 맑은 날도 있고, 흐릿하게 안개가 낀 날도 있어요. 담배를 피우다가 ‘이 일을 언제까지 반복하게 될까’ 생각합니다. 빈속에 피우는 담배라는 게 얼마나 몸에 좋지 않겠어요. 그걸 알면서도 이 일에 중독되어 매일 반복하고 있는 자신이 가끔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야속함은 가끔이고 하루 중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그 안에 있는 자신을 즐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당신이 책에 쓴 문장 중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는 대신, 곧바로 위스키나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 주춤거렸습니다. 중독이란 뭘까요. 당신은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궁금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유심히 읽어봤습니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중후반까지 당신의 아픔을 읽는 것이 괴로웠어요. 계속해서 고통을 반복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나본 적 없는 이에게 질려버릴 것 같았죠. 그러다 책의 끝부분, 당신이 술과 오랜 연인과의 인연을 끊어내고 온전히 취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무렵에서야 겨우 당신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이의 고통에 왜 그렇게까지 괴로웠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마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을 닮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인간이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믿고 싶어 하고, 그럴만한 대상이 생기면 깊이 따르고,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틈에 거기에 중독이 되기도 하죠. 빠져들 때는 쉬웠지만 벗어나는 일은 한없이 어렵기만 하고요. 매일 아침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저버리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인지라 당신의 고백이 내내 마음 아팠습니다. 모든 사람의 개인사를 알 수 없지만 한평생 그런 식의 연약함을 겪지 않고 지나가는 이가 있을까요. 만약 그런 부류의 건강한 이가 있다면 부럽기보다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꼭 무엇인가에 중독되지 않았다, 자신을 재단하는 이에게도 읽힐 수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얼마 전에 사랑하던 몇 가지를 한 시기에 잃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겁니다. 그 시기와 당신의 책을 읽은 시기가 맞물려서 나는 당신의 회복으로 끝나는 이 결말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아요. 중독에서 헤어나오는 과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독이 곧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이기도 하겠지요. “다만 내가 데이브와 술, 그 두 가지와 잘 지내기 위해 계속 나를 재배열하려고 애썼고, 내가 그 둘을 너무 많이 원했다가 일을 그르쳤다고 계속 나를 타일렀다는 뜻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중독이라는 단어가 좀 선명해질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졌습니다. 원하는 것을 지나치게 원했을 때, 일을 그르친 자신을 타이르는 당신의 모습과 매일 아침 같은 풍경을 보며 담배를 태우는 제 모습을 조금 떨어져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나, 막막했는데 어느 틈에 왼쪽 손에 쥐어진 책장이 두꺼워지고 금세 끝이 나버렸네요.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영영 회복되는 것은 아니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나약하고 또 강인했던 믿음을, 공유해주어 고맙습니다.

카테고리 인문 | 출간일 2021년 3월 31일
사양 변형판 140x222 · 684쪽 | 가격 22,000원 | ISBN 978893203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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