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요한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

김겨울 (작가, 북튜버)

 

우리의 영혼은 덕지덕지 기워져 있다작은 상처 위에 작은 천붙이그 옆에 찢어진 구멍 위로 조금 더 큰 천붙이그렇게 우리는 찢어진 상처를 기우는 기술을 배워나가고 그것을 경험이라고 부른다가끔은 아주 커다란 천을 떼어다가 삶을 통째로 덮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이 엉망진창인 영혼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걸 낱낱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있고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십대의 나는 강렬한 정념에 사로잡혀 있었다삶을 제자리에 두려는 욕망과 주어진 틀을 깨부수고 싶다는 충동 사이에서 휘청거렸다. ‘술을 마시는 허약한 작가의 상이라는 로망은 — 글 쓰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 나에게도 있었고나는 내가 거기에 속한다고 느꼈다나는 거기에 내가 속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취했고 영혼에 치명적일 관계들을 만들었다아이오와의 구석진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셨을 문인들을 떠올린 레슬리 제이미슨이 그랬듯이.
 
물론 내가 레슬리처럼 알코올중독에 빠졌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나의 오래된 충동과 잊힌 좌절을 상기시킨다그녀가 바닥까지 꺼내 보인 모습이 나에게도 일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아슬아슬한 자아 감각이리라어딘가에 의존해서 자아를 위기 상태에 몰아넣었다가가까스로 돌아옴으로써 내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일스스로를 수렁에 빠트리고그런 자신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그것을 낭만으로 정당화하고그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믿고다시 자신을 수렁에 빠트리는 일혼란의 악순환 속에서 자아는 무너졌다 세워지고 다시 무너졌다 세워진다담배폭식연애섹스자해과소비심지어는 마약아무도 탓할 수 없으나 혼자만의 일은 아닌 기이한 중독의 목록은 줄줄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그녀가우리가누구보다도 내가 돌아올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안온한 자기 파괴의 덫을 글과 음악과 우정과 애정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레슬리가 중독과 치료와 재발과 구원을 거치면서 겪은 혼란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과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한 혼란과 중독을 겪었던 유명인들에 대한 혼란과 AA 모임에 대한 혼란과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한 혼란을 넘어 자기 발로 서기로 결심했을 때그녀는 스스로 믿음을 지었고 또 지켜냈다그렇게 그녀는 낱낱이 직면하고 드러내는 예술가가 된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의존적인 사람들이다문자 그대로 우리 모두가.” 우리의 영혼에 덕지덕지 붙은 화려한 패치워크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명일지도 모른다우리는 이 패치워크가 우리의 영혼의 지도라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그 화려한 패치워크를 끝끝내 지켜낸 이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망가진 영혼을 다시(re-) 기우는(cover), 커버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카테고리 인문 | 출간일 2021년 3월 31일
사양 변형판 140x222 · 684쪽 | 가격 22,000원 | ISBN 978893203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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