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7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21년 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작>
신현 『아테나와 아레스』

<심사위원>
이경혜(아동청소년문학가), 황선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최나미(아동청소년문학가)

 

<심사평>
심사를 할 때 가장 불안한 순간은 탁월한 작품 없이 비슷한 수준의 작품들을 계속 볼 때이다. 당선작으로 뽑을 만한 작품은 보이지 않은 채 고만고만한 작품들만 연이어 보고 있으면 당선작을 못 내는 게 아닌가 싶어 초조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이 확 뜨이는 작품을 만나면 반가움을 넘어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이번 수상작 「아테네와 아레스」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당선작을 포함해 총 4편의 작품을 최종심에서 논의했다.
「낮잠 자던 고양이가」는 분량이 워낙 짧아 아쉬웠지만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능청스런 고양이와 아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사랑스럽고, 깔끔했다.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을 작품을 계속 써낼 수 있는 작가로 여겨져 기대가 된다.
「기적의 떡볶이 데이」는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외롭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두 아이가 우연히 얽힌 사고 때문에 영혼으로 빠져나와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인 데가 있고, 무엇보다 두 아이의 진한 우정이 인상적이다. 사건은 어딘가 ‘라면 형제’의 비극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다. 그러나 설정 자체가 너무 흔한 것인 데다 전개 과정의 설득력이 떨어졌다.
「길 위에 선 아이」는 틱 증세로 괴로움을 겪는 주인공이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까지 암 수술을 받아 소통이 되지 않는 할머니와 지내는 암담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스스로를 버텨내는 이야기로 잘 읽히고, 공감도 준다. 하지만 이야기 구성이 단순하고, 인물들이 지나치게 전형적이라 아쉬웠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무엇보다 학교와 부모와의 갈등에서 아등바등 지내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우리의 시야를 확 넓혀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답답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초원으로 데리고 나간 기분이라고나 할까? 말 농장을 배경으로 부모가 다 기수인 독특한 가정환경 속의 쌍둥이 자매가 말과 나누는 감정과 일상을 그려 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는데, 이 작가는 그것을 매우 실감 나게 형상화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채 차분하면서도 단단하게 엮어내 고전적 문학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 아동문학에 훌륭한 작품을 많이 보태 주기를 기대하며 마음 다해 축하를 보낸다._이경혜

올해 마해송문학상 심사를 하며 응모작 수준이 고르고 향상됐음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창작 공부의 기회가 많아지고 동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결과일 것이다. 아쉬운 점은,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들과 유사한 패턴의 응모작이 여전히 많다는 점과 현실의 아동 문제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아동의 삶과 현실을 밀도 있게 담아내는 것이 동화의 미덕이라 할지라도 문학의 큰 틀 안에서 저작자의 사회적 인식과 제안이 확인되어야 함을 기억했으면 한다. 최종심에서는 4편의 작품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다.
「낮잠 자던 고양이가」는 장편 분량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로 본격 토론에서는 제외됐으나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순수와 유쾌한 심성을 잃지 않은 주인공과 요술쟁이 고양이가 어수룩하면서도 진심을 다하는 장면이 참 따뜻했고 더 읽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다.
「기적의 떡볶이 데이」는 전개가 자연스럽고 묘사도 안정적인 작품이라 안심하고 읽어 나갔는데 뒤로 갈수록 문제의식에 고민이 생겼다. 붕괴된 가정의 아이들, 방임 형태의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갔다가 도둑으로 몰려 쫓기고, 그것도 모자라 죽은 영혼의 상태로 삶의 터전을 떠도는 상황이 서사 전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받던 아이가 편의점에 와서 먹을 것을 찾던 뉴스도 떠오르고 지난해 수상작의 패턴과 겹치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를 포착한 만큼의 저작 의도가 새로운 인식으로 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길 위에 선 아이」는 ‘틱’이라는 신경병을 앓고 있는 소년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갈등을 통해 변화를 겪고 관계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다. 선명한 전개가 장점이고 할머니, 선생님, 범수 등 인물들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점도 분명히 장점이다. 그런데 쉽게 읽히는 만큼 이 문제를 가벼이 다루는 듯한 인상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편견을 가진 인물이 변하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장면이 자주 연상되기도 하여 주요 지점에서만큼은 작가만의 필력이 느껴지는 무게감이 필요해 보인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경주마와 기수들, 상처와 치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동화에서 드문 소재라 흥미롭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교, 성적, 부모와의 갈등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여러 인물을 놓치지 않고 아우르는 능력도 보이고, 현장을 아는 듯한 디테일 또한 신뢰감을 얻어냈다. 질주 본능을 자극해 우승마로 몰아붙이고, 그로 인해 죽기도 하는 말들의 사건은 걱정스럽기도 했으나 우리 현실에서 말의 생존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치료 목적의 동반자로 상생하는 말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일상에 함몰된 비슷비슷한 응모작 가운데서 단연 돋보였고 그 과감성은 통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가 되는 작가이다._황선미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것이 한 해가 될지 몇 해가 될지는 지나 봐야 아는 일이지만,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는 무수한 예측이 떠돈다. 예측이 많다는 건 경계에 있다는 것이다. 경험과 사고를 통해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미래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주위의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읽어내고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응모작을 만났다.
예년에 비해 응모 작품은 줄었으나 다양한 성격의 이야기가 많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아이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화보다는 작가의 회고담이나 동물 판타지 혹은 미래 세계를 그린 판타지와 역사물이 압도적이었다. 작품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결정적으로 한 번에 확신이 드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설정이 인상적이다 싶으면, 서사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개성적인 인물을 잘 살렸다 싶으면 직접적인 계몽을 드러내거나 교훈을 일삼는 결말이 거슬리기도 했다.
작가가 신뢰하지 못하는 인물이 작품을 건강하게 이끌어 갈 리 없다. 또한 가벼운 말장난만으로 좋은 서사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어쩌면 동화를 쓰려고 했던 이유부터 스스로 되짚어봐야 할 때가 지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4편이었다.
「낮잠 자던 고양이가」는 학교 담벼락 앞에서 졸던 주인공이 우연히 구해 준 고양이로부터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기 소원이 뭔지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칫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는 작가 의도를 능청스러운 고양이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그려 냈다는 점이 좋았다. 소원 하나에 주저하는 아이와 그것을 들어주려는 고양이의 캐릭터가 같은 눈높이에서 입체적으로 그려진 점과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완결성을 갖는다는 점 또한 돋보였다. 다만 서사의 구성이 지나치게 단조롭다 보니 작품의 주제에 비해 이야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 점이 아쉬웠다.
「기적의 떡볶이 데이」는 무책임한 어른들이 돌보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몇 가지 사건들이 먼저 떠오른다. 주말에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 지내야 하는 단비와 엄마의 빚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쫓겨 다니는 소민이가 우연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 설정에 비해 인물의 건강함으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의외로 활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두 주인공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저승셔틀 도우미나 무당 할머니처럼 정체가 모호하고 희화화된 영적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설정이 무엇보다 석연치 않았고, 그렇게 해서 주어진 행복한 결말이 개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해결 방식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길 위에 선 아이」는 윤재가 안고 있는 틱 증세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시선을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일한 우군이었던 엄마가 입원하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고립된 윤재를 더 외롭게 만드는 사람들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스스로 무게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윤재가 가진 문제의 정당함을 보이기 위해 작위적으로 배치된 인물이나, 장애에 대해 지극히 편향되게 표현된 부분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불편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작가의 행복한 결말에 대한 의욕이 상투적인 결말로 읽혀진 점 또한 안타까웠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기수가 꿈인 새나와 경주마 사이의 공감과 성장을 그려 낸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켜본 경주마와 새나의 특별한 관계, 학교와 집이 주어진 공간의 전부인 어린이 독자들에게 다소 낯선 경주마의 세상, 그리고 아테나와 아레스의 감동적인 서사까지 짜임새 있게 잘 그렸다. 무엇보다 공감의 영역에서 새나의 대사가 아닌 아테나와 아레스의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평가받는 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진성성 있는 공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심사위원들 간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아테나와 아레스」를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취재력은 물론이고 서사의 흐름이나 문장도 안정적이어서 이후로도 좋은 작품을 쓸 거라는 기대감도 더하게 되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기대감을 함께 전한다.
또한 분투했으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응모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치열한 노력과 가능성 있는 작품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꼭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_최나미

 

 

<수상 소감>
어린이 책을 만들면서 동화를 만났습니다. 동화가 참 좋아서 동화를 쓰겠노라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고, ‘왜 동화를 쓰는가’ 질문 앞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도 많고 좋은 동화도 많은데 왜 굳이 수많은 책 위에 또 한 권을 더 얹으려 하는가, 내가 쓰는 동화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꽤 오랫동안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너무 아팠습니다. 그때 ‘동화를 왜 쓰는가’ 질문에 대한 답이 가슴속에서 자명종처럼 울렸습니다. 그 아이들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가정에서, 도로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사이렌을 울려대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른은 아이들을 살릴 의무가 있다,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라고. 아이들을 위로하고 살리는 동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주 간절히.
「아테나와 아레스」가 아이들과 만나도록 길을 터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화의 세상을 처음 알려주신 정채봉, 김병규 선생님, 동화를 다시 쓸 수 있도록 돛을 달아주신 이현 선생님, 서로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는 글벗들, 늘 따뜻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가족과 사랑하는 부모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첫걸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이제라도 열심히 달려서 마땅한 의무를 다하는 어른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동화가 한 아이를 위로하고 또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수상자 약력>
가톨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어린이 책 기획사와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8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