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5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9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작>
주미경 『마술딱지』

 

<심사위원>
이경혜(아동청소년문학가),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유은실(아동청소년문학가)

 

<심사평>
어느새 마해송문학상이 15회를 맞았다.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사이 우리 아동문학계도 큰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을 심사를 하며 피부로 느꼈다. 발군의 작품은 드물지만 버릴 작품도 거의 없었다. 그것은 기본을 갖춘 작가 지망생이 그만큼 많다는 말로 우리 아동문학이 어느새 안정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많은 작가가 등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겠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안정기에서 그러하듯이 전혀 다른 시선, 전혀 다른 어법의 도전적 작품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은 선자(選者)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또 하나, 이번 심사에서 깊이 고민한 점은, ‘역량 있는 동화작가’를 뽑는다는 마해송문학상의 취지였다. 도대체 ‘역량 있는 동화작가’란 어떤 작가를 말하는가? 역량 있는 소설가도 아니고, 역량 있는 시인도 아니고, 역량 있는 ‘동.화.작.가’란?
예를 들어,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화자가 아무리 여섯 살짜리 아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작품을 동화로 보지 않는다. 소설로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동화를 뽑는 자리라면 절대 당선작이 되지 못한다. 심사위원들이 동의에 이른 부분은, 적어도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할 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동화적으로’ 풀어내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고민이 곧 그 작가의 ‘동화작가로서의 역량’이 될 테니까 말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다음의 네 작품이다.
단편집 「유니 747」은 인공지능 로봇의 다양한 면모를 참신한 시각으로 다뤄 냈다. 소재로도 신선하며, 각각의 이야기가 갖는 재미나 던져 주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았다. 뛰어난 SF작가가 드문 우리 문학계, 특히 아동문학계에 있어 반가운 작품이고, 환영하고 싶은 작가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단편들의 모음집이라 그런지 전체를 읽은 뒤 갖는 느낌은 조금 밋밋했다. 당선작으로 밀기엔 한 점이 부족하고, 떨어뜨리기엔 한 점이 아쉬운 그런 작품집이지만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보완해 낸다면 얼마든지 인상적이고 독특한 작품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풍 당당」은 여러 가지 서툰 점이 눈에 띄었지만 그런 약점들을 잊게 할 만큼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인물의 심리 변화가 자연스럽고, 이야기의 전개도 설득력 있다. 도시 아이가 동물과의 교감을 획득하는 과정이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현실과 부딪히며 흔한 소재의 동화를 벗어나 힘을 얻었다. 또한 주인공 현우의 감정을 담담히 그려 간 점도 좋았다. 훨씬 격을 지니게 되었다. 아이들이 대응해 가는 모습도 아이들다운 현실감이 있었고, ‘위풍’과 ‘당당’이라는 거위의 캐릭터도 잘 살아났다. 어린 독자들이 마음을 조이며, 함께 빠져들어 읽을 만한 작품이다. 결국 살처분을 면하지 못했지만 알은 지켜 낸 결말의 감동도 과하지 않아 좋았다. ‘위풍’과 ‘당당’의 거위 캐릭터를 잘 살려 내서 현우와 동등한 비중을 갖게 할 수만 있다면 드물게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정진을 바란다.
「흔들리는 아이들」은 인물들이 살아 있으며, 이야기의 전개도 자연스럽다.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특히 인상 깊었지만 순진한 아이와의 관계 묘사도 능숙했다. 쉽고 전형적인 결말이 아닌 점도 좋았다. 이 작품이 뛰어나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모두 동의했다. 이 심사가 청소년 소설을 뽑는 자리였다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미는 데 망설임이 없었을 테지만 ‘마해송문학상’은 ‘역량 있는 동화작가’를 찾는 상이다. ‘역량 있는 동화작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해 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과 동화는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고, 이 작품 역시 동화라고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이 작품을 동화로 볼 경우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동화로서의 고민은 부족한 작품이지만 독자적인 문학 작품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마술딱지」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흔들리는 아이들」과 여러 가지로 대조적이다. 그 작품에서 고민하게 한 문제들을 정답처럼 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새아빠와의 갈등이 풀리는 과정을 마술딱지를 이용하여 따뜻하고 재미나게 그려 낸 이 동화는 누가 뭐래도 가장 동화다운 동화이다. 얼핏 보면 너무 무난한 범작으로 보일 만큼 욕심 부리지 않고 소소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지만 어린이 독자의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린 마음과 너그러운 태도, 아이다운 유머가 빛나는 훌륭한 동화이다. 주인공 주유의 심리를 생생히 그려 낸 능력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문학적 허영과도 싸워야 하는 것이, 작가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 청소년문학 작가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그중에서도 저학년 동화는 작가와의 시간적 격차가 가장 큰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써야 하는 만큼 다른 어떤 장르의 작가보다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좋은 저학년 동화가 부족한 현실에 어린 독자에 주목하는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쁘다. 이런 탄탄한 기량을 저력으로 저학년 동화의 영역을 넓혀 주기를 기대하며, 기꺼이 당선작으로 미는 바이다._이경혜

 

이번 마해송문학상 본심에는 저학년 동화와 특색 있는 SF 단편집, 무게감 있는 장편 등이 고루 올라왔다. 최종적인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어 본심에서 언급하지 못한 작품 중에도 기본 역량을 갖춘 문제작들이 여러 편 있었으며 응모작들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문장과 이야기를 구사하고 있었다. 우리 아동문학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성을 다한 창작과정이 느껴지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서사의 깊이와 시선의 새로움, 이야기의 정교함을 지닌 작품을 찾았다. 본심에 추천된 작품들은 그런 점에서 한 발 더 앞선 지점까지 작가의 고민이 진행되어 있다고 보았다.
「유니 747」은 SF 단편집이다. 인간 못지않은 풍부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로봇들이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핵심은 감정보다는 로봇들의 신뢰도다.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오히려 침착하고 차분한 로봇들이 더 믿음직한 존재가 되고 어린이가 그들과의 관계에 더 깊게 의지하는 상황을 그렸다. 그동안 인간과 인공 지능 사이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은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능력의 경계면이 아니라 윤리적인 변별성을 더 깊게 파고든다. 인간이 존재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오히려 세계의 지지를 받는 것은 로봇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직 표현이 충분히 가다듬어지지 않았거나 비약이 두드러지는 장면들이 있어 아쉬웠다. 독자를 설득함에 있어서 SF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논리력을 요구한다.
「위풍 당당」은 출렁출렁 뱃놀이를 한 것처럼 전개의 흐름이 유려하고 이야기에 생기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잡아먹는 닭’과 ‘키우는 닭’을 뛰어넘어 ‘함께 사는 닭’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우의 갈등이 서사의 핵심을 꽉 잡고 있으며 그를 둘러싼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툭툭 튀어나오는 상투적인 문장,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장면 묘사, 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대사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었다. ‘후후후’, ‘어우’, ‘그러게’ 같은 감탄의 말은 독자에게 맡기고 좀 더 정제된 표현으로 작품을 가다듬기 바란다.
「흔들리는 아이들」은 청소년 소설로 응모되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작품이었다. 문장도 탄탄하고 이야기의 동선도 섬세하게 짜인 작품이어서 사실적인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 내는 대화와 공간 묘사는 내려놓기 아까울 정도였다. 작가가 인천의 어느 거리로 데려가면 인천으로, 먹자골목으로 끌고 들어가면 먹자골목으로 들어선 것 같은 공간감은 냄새와 습도까지 재현하는 것 같은 묘사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가출 이야기를 이만큼 써 내기는 쉽지 않으나 몇몇 거친 묘사들과 이야기의 난이도 때문에 이 작품이 아동문학상의 수상작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위의 여러 작품에 관한 논의를 거쳐 당선작은 「마술딱지」로 결정하였다. 새아빠를 얻게 된 아이의 마음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드러난 저학년 동화다. 삼국지의 인물에서 힌트를 가져온 마술딱지가 사건의 연결 지점마다 활력을 부여하면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능청스러운 전개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세련된 작품이다. 새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좋아지는 과정에서 익숙한 패턴이 아쉽지만 한 사람을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어린이 인물의 두려움을 잘 나타내면서도 무겁지 않게 그려 낸 수작이었다. 짧고 간결한 문장을 이어 가야 하는 저학년 동화의 어려움을 부드럽게 돌파한 작품이며 성별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몰입할 수 있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신선했다. 저학년 독자들이 다양한 가족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작품이다.
공들여 보내 주신 작품을 읽을 때마다 동화를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서 절감하곤 한다. 그 고된 작업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응모자 여러분 모두 건강을 지키시길, 건필하시기를 바란다. 어린이 독자는 더 많은 재미있는 새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힘이다._김지은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단편집 「유니 747」 「위풍 당당」 「흔들리는 아이들」 「마술딱지」 총 네 편이었다.
「유니 747」 외 5편은 SF 단편 모음이다. 표제작인 「유니 747」과 「36.5」가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가진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에게 감정을 가르쳐 주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라는 로봇의 고백은 서늘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SF라는 형식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데 반해, 구태의연한 인물과 사건이 적잖이 눈에 띄는 게 아쉬웠다. 「난 너보다 완벽해」의 ‘엄마 도우미 로봇’은 워킹맘의 가사노동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그 점을 고려해 퇴고해 보았으면 좋겠다.
「위풍 당당」의 주인공 ‘현우’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함께 시골 할머니 집에 살러 온다. “닭은 잡아먹거나 팔려고 키우는 거 아닌가”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던 현우는, 옆집 닭과 거위를 돌보며 동물들과 교감할 줄 아는 존재로 변해 간다.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작품이었고, 글쓴이가 한 문장 한 문장 진중하게 써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섬세하지 못한 서술, 기시감이 강한 도입부, 굵은 글씨로 서술된 부분이 전후와 거칠게 연결된 점이 아쉬웠다.
「흔들리는 아이들」은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글쓴이에게 긴 호흡의 서사를 끌고 가는 힘, 어두움을 품는 힘이 있었다. 생생한 인물들과 인상적인 결론 또한 강점이었다. 하지만 어린 독자를 상정하고 쓴 작품이 아니라, 청소년이나 어른에게 읽히려고 쓴 작품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좋은 작품이지만 동화는 아니었다. 독자가 어린이라는 한계 안에서 분투하는 것은 동화 쓰기의 미덕 중 하나가 아니라,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마술딱지」는 단숨에 읽히는 작품이었다. 엄마와 둘이 살던 ‘주유’에게 새아빠 ‘봉추 씨’가 생기며 겪는 갈등을 축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삼국지의 인물과 관련된 마술딱지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매개가 되는데, 그러한 과정이 정교하게 녹아든 점이 돋보였다. 저학년이 읽기에 적절한 문장과 구성, 신선한 인물,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글쓴이의 저력이 느껴졌다.
논의 끝에 「마술딱지」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어린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최종심에 오른 나머지 세 편을 비롯해 저마다의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이 많았다. 응모자 모두의 정진을 빈다._유은실

 

 

<수상 소감>

올해는 힘들게 건너는 중이다.
공모 원고를 보내고 며칠 후, 여름내 원고를 쓰던 강가 카페에서 허수경 시인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88년, 유약했고 그럼에도 솟구치고 싶었던 스무 살의 나에게 누군가 선물한 시집이었다.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카페 앞 은행나무 아래 섰는데, 울컥했다. 참 왜 이러시나 모르겠다. 시인 때문이었는지, 부신 노랑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고장 난 눈물샘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아닌 척 하는 것들까지 다 내 슬픔의 이유였다.
올해 나를 슬프게 했던 것들이 이야기를 쓰는 힘이 되었다, 라고 하면 상투적이지만, 진실이다. 그때마다 고양이를 찾거나 그 카페에 들렀다.
아시다시피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그 아이가 그 장면에서 그런 말로 나를 위로할 줄이야. 찔끔거리다가 웃다가 내다보면 강이 출렁이는 노을에 덮여 있었다.
동화를 쓰면서 나는 가끔 놀란다.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내가 쓰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마해송문학상이라니. 부끄럽고 감사하다.
게으르고 덤벙대는 나와 같이 걸어 주는 문우들, 다시 가슴 뛰게 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라고 쓰는데, 그가 다가왔다.
뭘 또 두드리니? 쓸데없이.
있잖아. 나에게 쓸 이야기가 더 있을까. 더 잘 쓸 수 있을까.
내 말이 그 말이야. 의심스러워. 야옹.
그래서 말인데, 메피스토, 가끔 마법의 외투 좀 빌려 줄래?

 

 

<수상자 약력>

1969년 여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린이와 문학』에 2010년에 동시가, 2014년에 동화가 추천되었고,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2015년 『나 쌀벌레야』로 제3회 문학동네동시문학 대상, 2016년 『와우의 첫 책』으로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8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