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4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8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작>

황지영 『리얼 마래』

 

<심사위원>

이경혜(아동청소년문학가),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유은실(아동청소년문학가)

 

 

<심사평>

제14회 마해송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네 편이었다. 하나하나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이어서 당선작을 한 편만 뽑아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였다. 최종적으로 「리얼 마래」를 선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으나 낙선작으로 제칠 수밖에 없는 작품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소년은 자란다」는 문학에 있어 진정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말해 주는 작품이었다. 설정도, 전개 방식도 허술한 틈이 많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진정성이 있었다. 놓치기 아까운 작품으로 선자들에게 끝까지 갈등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허술한 틈들을 꼼꼼히 메꾸고, 진부한 요소들을 쳐낸다면 더욱 감동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 뱀파이어」는 낙선작으로 밀어 놓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까웠던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품과 이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참 재미난 작품이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넘치는 작가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 역사적 인물인 세종이 흡혈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풀어내기가 매우 어려운 모티프이다. 그런데도 작가는 구어체의 능청스런 말투로 이 스릴 넘치는 사건을 능수능란하게 풀어 간다. 요리사나 어린 무녀의 역할도 적절하고, 그 엄청난 사건의 실마리가 세종이 ‘아랫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임금이었다는 특성에서 나오는 점도 좋았고, 마지막의 귀결이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는 것도 적절했다. 더 나아가 동물을 먹는 문제,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까지 생각을 넓히는 점도 이 작품의 칭찬할 만한 점이었다. 독특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적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의 부피에 비해 실제의 길이가 짧아서 완성도 면에서 다른 작품에 밀렸다. 조금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풀어내기만 한다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의 낙선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경성 고양이 탐정, 이묭」은 영리한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조금은 한심스런 탐정 주인을 도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고, 흡입력 있게 묘사되었다. 그러면서도 배경과 어울리게 조선의 독립운동을 다루고 있어 글의 중심을 잘 잡아 준다. 문장도 안정되어 있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유려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주인과 고양이의 성격과 이 작품의 주인과 고양이의 성격이 흡사한 것이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 시대와 사건이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듯하다.

「리얼 마래」는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신선한 문제의식과 안정된 문장력, 탄탄한 구성력 등이 믿음직한 작품으로 당선작으로 미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진보적인 부모가 가진 허위의식 아래 상처를 입은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깊은 신뢰감을 주었다. 어떤 소재가 주어져도 프로 작가로서 부끄럼이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느껴졌다. 그러나 모든 장점은 단점으로도 치환되기 쉬운 법이다. 이 작가의 차분한 서술력과 객관적인 태도는 인물에 대한 공평한 배분과 균형감을 유지하는 힘인 동시에 등장인물에 대한 독자의 일체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작가가 조금 더 등장인물에게 녹아들 수만 있다면 훨씬 더 독자들의 가슴을 흔드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능력 있는 작가이기에 더욱더 애정을 담아 부탁하는 바이다. 부디 자신의 장점에 안주하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_이경혜

 

아동문학이 어린이의 주체적 목소리를 담아야 하며 어린이의 눈에 비친 현실과 그들이 바라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동화에 대한 구태의연한 생각을 지닌 작품도 여전히 상당수 응모되고 있다. 자연물이나 동식물을 귀엽게 의인화하기만 하면 동화의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생각하거나 개인의 어린 시절 인생사나 수기를 어린이의 말투로 기록하면 동화의 서사가 된다고 여기는 작품들을 올해도 여러 편 만났다. 그런가 하면 다가올 미래를 기계적으로 예측하거나 인간과 로봇의 성찰 없는 대결 구도를 제시하고 선언적인 가치를 강권하는 SF 투고작도 여러 편 있었다. 작가가 단언하는 세계의 모습이 선명하게 결정되어 있어서 독자의 상상과 몰입을 방해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역사물 가운데에는 대상 독자의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은 어휘나 문장 때문에 아동문학의 범주에 넣기 힘든 작품들도 보였다. 타임슬립 판타지 중에는 시간 이동의 원리나 규칙을 정확히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가 자의적으로 인물을 이동시키는 바람에 이야기의 구조가 얽혀 버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웠다.

본심에서 논의한 이야기들은 비교적 이러한 위험을 피해 가면서 아동문학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던 작품이었다.

「소년은 자란다」는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김명숙 할머니, 박영감을 비롯한 현대적인 노년 인물과 오래된 마을 공동체의 다정함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인 가정 폭력의 현실을 묘사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가 찾는 피난처는 멀리 있지 않고 이상적인 이웃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던 영우가 결국 스스로 비명을 지르게 되는 부분의 문학적 힘은 상당했다. 결말이 현실적이기는 하나, 우리는 아동문학의 작가로서 그다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인상 깊은 작품이다.

「세종, 뱀파이어」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가 감소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고기를 좋아하는 세종대왕의 캐릭터는 육식과 채식에 관한 고민, 생명권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지점이 되었지만 작품 속 표현들은 오히려 장난기가 넘치고 자유분방해서 이야기의 통일된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이르지 못한 느낌이었다. 실험적인 서사의 재치와 매력이 풍부한데 그것을 실제 인물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 오히려 붙잡아 매는 것 같았다. 하나의 방향으로 작품 전체의 일관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경성 고양이 탐정, 이묭」은 시대물의 느낌과 추리물의 긴장감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고양이가 가장 중요한 인물인데 고양이의 생물체로서의 느낌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서사 구성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다만 장면 중간중간에 부분적 비약이 엿보이고 있어 아쉽다. 추리물은 다른 이야기보다 더 견고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박문사 설립 반대가 이 이야기에서의 비중만큼 큰 사건이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작가는 안정적인 문장과 아동문학에 대한 탄탄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약점들을 보완한다면 좋은 작품이 되리라고 믿는다.

「리얼 마래」는 프로젝트가 되어 버린 양육에 대해서 통렬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캐릭터들이 살아 있고 흥미롭다. 친구들 사이의 비밀을 깬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면서 주인공이 깨닫는 것은 세계의 진실은 자신의 위기를 들여다보는 정직한 시선에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부모의 모습은 어른 독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부모는 지금까지 동화에서 직접적인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이면의 문제를 제기해 준다.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온라인 인간관계, 가상 현실과 실제 삶의 괴리와 같은 부분을 예리하게 짚어 낸 작가의 안목에 대해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가 리얼한 것인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의문 속에 살아가는 나날이다. 자아의 거점에 대해서 되묻는 이야기면서 소중한 주위의 관계를 밑바탕부터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어서 기쁘다. 이번 공모에 응모해 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창작의 고통에 더 큰 응원을 보내 드리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_김지은

 

제14회 마해송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소년은 자란다」 「세종, 뱀파이어」 「경성 고양이 탐정, 이묭」 「리얼 마래」 모두 네 편이었다.

「소년은 자란다」는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도망친 소년 ‘영우’의 이야기다. 작품의 앞부분은 숨을 죽이고 읽을 만큼 핍진하다. 영우와 어머니가 또 다른 낯선 곳에 숨어 살아야 하는 결말에서도 앞부분과 같은 서술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작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 부분의 상투성과 허술함이 안타까웠다. 아버지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와 신분을 숨겨야 하는 긴장감을 작가가 놓쳐 버린 듯했다. 치열한 퇴고 후에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세종, 뱀파이어」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세종대왕이 잠시 흡혈귀가 되었다는 가정으로 작품은 전개되는데, 잘 읽혔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에 임금 안에 든 흡혈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는 등 꼭 필요한 서술이 누락된 채 전개된 점이 아쉬웠다. 세종이 아닌, ‘어느 어진 조선의 임금’으로 인물 설정을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임금, 뱀파이어」가 되면 작가가 좀 더 자유롭게 이 작품을 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성 고양이 탐정, 이묭」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안정적인 문장력과 고양이를 통해 독립운동 이야기를 풀어 나간 점도 좋았다.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영화 「밀정」의 인물과 유사점이 많은 캐릭터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게 흠결로 느껴졌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서사의 빈틈이 많은 것도 아쉬웠다. 퇴고를 통해 더 탄탄한 역사 동화로 거듭나길 빈다.

「리얼 마래」는 글쓴이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열두 살 마래는 자신의 성장기를 책으로 출간한 엄마와 자신의 육아일기를 공개 블로그에 써 온 아빠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당한 어린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마래와 친구들의 성장기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문장력, 구성력, 적절하게 녹아든 문제의식 등 칭찬할 점이 많다. 아동 학대의 문제가 다소 안일하게 다루어진 점, ‘마래’에게 좀 더 집중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큰 흠결이라 여겨지진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리얼 마래」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더불어 본심에 오른 분들과 본심에 오르지 못했지만 저마다의 빛깔로 치열하게 작품을 써낸 모두의 정진을 빈다._유은실

 

<수상 소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동네 빵집에 들렀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빵집 구석 자리에 앉아서 우유식빵 봉지를 쥐고 울먹울먹했습니다.

내가 마해송문학상을 탔다고? 정말?

가슴은 미친 듯이 뛰는데 머릿속은 멍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습니다. 나만 재밌는 게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제 얄팍한 지식과 철학을 들킬까 봐 두려웠습니다. 이 결론이 맞을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글을 펴 놓을 때마다 항상 불안했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내 글을 조금 더 믿어 봐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제 자신을 조금 더 꺼내 놓아 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딪치고 깨지며 상처받더라도 그래야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저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마해송문학상이라는 멋진 상을 만들어 주신 문학과지성사와 제 글을 좋게 봐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평소 존경하던 분들에게 심사를 받아서 더 감격스럽습니다.

뭘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더 쓸 수 있을까. 막막하고 막막했던 때 많은 가르침을 주신 황선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일 년 여간 작가의 공부방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가르쳐 주신 것들 되새기며 글 써 나가겠습니다.

글을 나누러 만났다가 마음까지 나누고 있는 문우 여러분 고맙습니다.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깊이 배려해 준 남편과 글 쓰는 동안 정신이 반쯤 다른 세상에 가 있는 엄마를 참아 준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항상 지지해 주는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자 약력>

2013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했다. 2014년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할머니 가출 작전』 『친구계산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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