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발표

우리 창작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12회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의 특전이 주어지는 이 상의 시상식은 2016년 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자 사진_신운선

 

 

 

 

 

 

 

 

 

 

 

 

 

 

 

 

 

 

 

 

 

 

 

 

 

<수상작>

신운선 『해피 버스데이 투 미』

 

<심사위원>

최시한(작가,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황선미(아동청소년문학가), 유은실(아동청소년문학가)

 

 

<심사평>

화가의 붓질이 그림의 형상을 드러내듯이, 작가는 끊임없이 서술을 하여 스토리를 형성해 낸다. 허나 그림과 달리 스토리의 형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가 마음속의 눈으로 그것을 보게 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어렵다. 응모작 가운데 여러 작품이 어린이한테 적합한 규모와 의미를 지닌 사건의 연쇄 곧 스토리를 형성하는 데 미흡한 것은, 이 작업에 많은 수련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홍자 선생님은 귀가 세 개」 외 1편은 말로써 이미지를 그려 내는 솜씨가 놀랍다. 사건에 틈을 내거나 환상적 요소를 도입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능력도 돋보인다. 그러나 사건이 작고 흐리며, 현실적 맥락과의 연결성이 약하여 그 의미가 제한되고 있다.

「좋은 날, 나쁜 날」은 사건 전체를 꿰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어린이의 삶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안목도 바람직하다. 반려동물을 등장시켜 홀로서기 과정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새롭지 않다는 점, 그 과정의 서술이 밀도 있게 전개, 완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아쉽다.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는 문장이 안정되고 세부 묘사가 실감나지만 연속되고 집중된 사건이 빈약하다. 구슬들을 꿸 중심 스토리가 약한 것이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는 집단 시설 아이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묘사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야기의 의미보다 재미를, 그것도 환상적 요소에 기댄 피상적인 재미를 너무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근래의 경향에서 벗어나 있다. 이 작품도 행동의 동기 부여, 사건의 균형 잡힌 전개와 서술 등에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제재의 현실적 가치가 스토리상의 틈을 메우고 있다. 그래서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_최시한

 

 

 

응모작을 나누어 검토한 결과 우리는 단편 작품으로 「홍자 선생님은 귀가 세 개」 외 1편, 「좋은 날, 나쁜 날」,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 「해피 버스데이 투 미」를 본심에 올려 검토하였다.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컸음을 먼저 밝힌다.

「홍자 선생님은 귀가 세 개」와 「멋내기 요일반지 세트 사 주세요」는 단편으로는 좀 길고 한 권 분량의 책이 되기에는 양이 턱없이 부족한 응모작이었다. 그럼에도 본심에서 검토한 것은 주제를 검출하는 세련미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매력 때문이었다. 인물을 그려 내는 글쓴이의 따뜻한 시선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장편 공모전에서는 조건에 맞는 적절한 양을 염두에 두어야 함은 물론이고 여러 작품을 모으더라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좋은 날, 나쁜 날」은 고양이 뚜뚜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고, 사람과 우리 주변의 동물들을 신선하게 스케치하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왜 행간을 자주 띄워서 단락을 짓지 않았는지 그 의도를 끝내 알기 어려웠고, 이 시도는 결국 가독성에 장애가 되고 말았다. 고양이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왕의 작품들과 별다르지 않고 앞부분이 지루해서 몰입이 좀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꼬리로 점을 치는 행위가 재미는 있으나 독자가 납득하자면 보다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양이의 시점이 아니라 글쓴이의 화법이 드러나는 문제, 구성이 보다 치밀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는 무난하고 반듯한 작품이다. 습작 경험이 많은 듯 안정적인 문장과 인물의 개성이 돋보인다. 그런데 집중할 사건이 약해서 맥이 떨어진다. 연작으로 이루어져 전체 이야기의 짜임을 말하기 어려우나 연작도 크게는 하나의 완성도를 보여야 한 권으로서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 순수한 아이들과 기대를 하게 만드는 아버지 캐릭터가 충분히 이야기로서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 이 작품의 아쉬움이고 허점이다. 하나하나의 인물에 부여한 개성만큼 이들을 교묘하게 움직여 특별한 이야기로 만드는 구성력을 가졌으면 한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는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삶을 정보가 아닌 경험으로 그려 낸 사람의 진정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냉정하리만치 섣부른 동정도 하지 않고 함부로 행복을 말하지도 않는다. 글쓴이는 주인공이 스스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위험하고 먼 길을 나서는 사건을 통해 기존 작품들이 보였던 방식을 살짝 비틀기도 하고, 주인공이 절망적 상황을 이겨낼 거라는 암시를 믿음직하게 내놓았다. 그러나 어머니 문제를 소홀히 넘어간 것, 이모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것, 기왕에 등장시킨 인물들에 역할을 주지 못한 것은 흠이다. 가독성을 주는 스토리가 다소 늦게 포진된 것도 전체 균형감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 문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인물이 하나의 큰 사건임을 감각적으로 아는데다 간결한 문장도 충분히 신뢰감을 주었다. 이런 상황을 그려 내는 게 더 이상 아이들의 상처를 건드리기만 하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어른답고 아이들은 그저 아이답게 잘 놀고 행복하면 좋겠다. 이 작품이 그런 힘이 돼 준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_황선미

 

 

 

응모된 작품을 세 명의 심사위원이 나누어 읽으며 검토하였다. 기본적인 문장력과 작품 구성력, 인물 형상화 능력을 기준으로 삼고 본심 작을 선정하였다. 다소 서툴러도 묵직한 울림이 느껴지거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치열하게 밀고 나간 흔적이 보이는 작품을 만났을 땐, ‘어쩌면 이 작품의 첫 독자가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였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홍자 선생님은 귀가 세 개」 외 1편, 「좋은 날, 나쁜 날」,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 「해피 버스데이 투 미」 등 네 작품이었다.

「홍자 선생님은 귀가 세 개」 외 1편은 글쓴이가 충분한 습작을 거치면 좋은 저학년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개연성이 떨어지고 문단 구성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한 권의 ‘중단편집’이 되려면 작품 전체를 꿰뚫는 철학과, 한 권의 책의 무게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져야 한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데, 응모된 중단편 모음 작품들이 모두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좋은 날, 나쁜 날」은 고양이 ‘뚜뚜’의 시선으로 본성을 잃고 애완동물로 살아가는 존재를 그린 작품이다. 애완동물로 성장하는 것과 들고양이로 살아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여 좋았다. 그러나 문단과 문단을 연결해서 안정적인 플롯을 이루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는 충분한 습작을 거친 듯한, 안정적인 문장력과 구성력이 도드라졌다. 이 작품은 오래되고 그다지 크지 않은 개인주택이 모여 있는, 텃밭과 야트막한 뒷산을 가진 소도시 변두리로 추정되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3학년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따스하게 그린 연작으로,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집에 따라가 잠시 빈 집을 지키며 아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여러 가지 갈등을 그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이상적으로 그려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고, 중간 중간 갈등이 너무 쉽사리 해결되는 점이 아쉬웠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는 원고를 검토하면서 가슴이 먹먹한 작품이었다. 방임된 상태로 발견된 5학년 아이를 화자로, 어른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려 내었기 때문이었다. 글쓴이가 방임된 아이들의 현실과 아동 보호소에서 겪는 상황을 꼼꼼하게 취재하여 썼다는 것, 안정적인 문장력, 그리고 소외된 존재를 향한 안타까움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데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이모’라는 인물을 적절히 녹이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지만, 큰 흠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세 명의 심사위원은 「우리 동네에 여름이 왔어요!」와 「해피 버스데이 투 미」를 최종 후보로 두고 고민한 끝에 「해피 버스데이 투 미」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자에겐 축하 인사와 함께, 방임되었던 아이를 주인공으로 좋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안타깝게 떨어진 분들의 정진을 빈다._유은실

 

 

 

<수상 소감>

삶이 만족스러웠다면 글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핍의 상황에서, 세상과 나에 대한 분노가 일 때마다 더 글을 쓰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습니다. 이 동화도 그런 시간 속에서 쓰였습니다.

지난봄 보호소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은 제게 호소했습니다. 우리 부모는 왜 나를 모른 척하나요?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저는 제대로 답해 줄 수 없었습니다. 부모와 사회가 보듬어 주지 못한 아이들의 상처를 내가 어떻게 만져줄 수 있을까, 어릴 때 부모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데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고민을 하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웃게 해 주고 싶었고 희망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예정된 만남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제 속에 숨어 있던 상처 입은 아이를 끄집어낸 건 사회복지사의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제가 올 줄 알고 기다렸다가 오지 않아 실망했다는 아이들. 그 말을 듣고 저는 편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잠깐 주었던 마음보다 더 많은 슬픔을 느끼게 한 형편없는 어른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이니까요. 그 마음이 빚으로 남아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등장인물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지만, 괴롭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헤쳐가라는 말밖에 건네지 못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어른 같아서 몹시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그래도 마음을 건넨다면, 험한 세상 살아내기가 참 힘이 들지만 세상의 누군가는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힘내라 응원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삶을 이해하고 싶어 많은 곳을 기웃거렸습니다. 그 시간에 만난 모든 분들이 제 스승입니다.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김상욱 교수님, 이만교 작가님, 류미원 작가님, 이창재 정신분석학자님,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누구보다도 창작의 문을 열어 주신 문학과지성사와 심사위원님들, 고맙습니다. 작은 가능성을 보고 큰 격려를 해 주신 마음, 소중히 받아 간직하겠습니다. 설레고 두려운 길이지만 늦게 제 길 찾아 들어선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연 사랑이 있어 그 힘으로 쓸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좋은 글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수상자 약력>

지금까지 작가만 빼고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해 왔다. 이 동화를 통해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것이 여전히, 앞으로도 숙제다. 그 숙제를 하며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을 쓰려고 한다.

 

 

* 역대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제1회: 유영소 『겨울 해바라기』

-제2회: 김양미 『찐찐군과 두빵두』

-제3회: 김려령 『기억을 가져온 아이』

-제4회: 오채 『날마다 뽀끄땡스』

-제5회: 이송현 『아빠가 나타났다!』

-제6회: 정옥 『이모의 꿈꾸는 집』

-제7회: 수상작 없음

-제8회: 정설아 『황금 깃털』

-제9회: 수상작 없음

-제10회: 정지원 『샤워』

-제11회: 장성자 『모르는 아이』

10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