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정(소설가)   까닭 없이, 그저 끌리는 말들이 있다. 의미를 굳이 파악하고 싶지도 않은, 소리만으로 충분한 말. 내게 그런 말들이 여러 개 있는데, 대개가 외국 말이다. 사실 외국 말이라서 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소리와 의미를 결합하지 않은 채 우리말을 받아들이기란 힘든 일이니까.  그저 소리만으로 끌리는 말들. 간혹 발음해보는 몇 개의 외국 [...] 자세히 보기 »
    2012.02.06
  • *디자인팀 이경진 2011년 겨울이 막 시작되던 무렵, 원고 하나를 받았다. 작업하기까진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책상 위에 원고 뭉치를 놓은 채, 가끔 원고를 흘끔흘끔 넘겨보곤 했다. “‘포주 이야기’라니 제목이 뭐 이래”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포주였다, 다음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벌써 몇 달째 이러고 있다.” 내가 읽은 ‘포주 이야기’에는 이야기가 없었다. [...] 자세히 보기 »
    2012.02.03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인이 2012년 2월 1일(현지시각) 타계했습니다. 단신으로 다뤄지는 뉴스를 까무룩 읽고, 다시 SNS에서 같은 소식을 반복해서 본 다음에야 실감이 나더군요. 아, 쉼보르스카가 우리 곁을 떠났구나. 때마침 세상은 차가운 바람으로 가득하고, 얼마 전 쌓인 눈은 시커먼 도시의 색을 제 몸에 묻힌 채 서서히 녹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고향인 폴란드도 겨울이 한창이겠지요. 폴란드에서 [...] 자세히 보기 »
    2012.02.02
  • 오는 2월 2일은 오규원 시인 5주기입니다. 시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문인들이 산울림 소극장에서 모여, 낭독회를 엽니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분은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2012.02.01
  • “임신하면 어떡하죠?” “걱정하지 마.” 순간 여자애의 머릿속으로 ‘내가 다 책임질게’라는 말이 에코가 되어 들려왔다. 그 말에 속아 신세를 망친 여러 친구들의 얼굴이 계속해서 가로 방향으로 지나갔다가 다시 세로 방향으로 내려왔다. 수술할 때 거침없이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집게처럼 생긴 무서운 기계 얘기도 생각났다. 부자고 착한 사람이니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겠지, 여자애는 그렇게 [...] 자세히 보기 »
    2012.02.07
  • 공감(共感, sympathy)이란 얼마나 놀라운 능력인가? 감각의 체험이 오직 개체의 울타리 안으로 제한된 외로운 존재들에게 공감의 순간은 그 폐쇄된 장벽을 넘어 다른 존재와 하나로 연결되는 마법 같은 기쁨을 준다. 공감 능력은 다른 개체의 감정 상태를 간파하여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진화해온 거울 뉴런의 산물이라는 뇌과학적-진화심리학적 설명도, 이를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나 리더십 전략으로 활용하는 [...] 자세히 보기 »
    2012.02.06
  • 그는 열 시쯤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주차장으로 차를 돌려 내려가려던 순간 그는 차도 너머의 보도블록 쪽을 흘깃 쳐다봤다. 어제 본 여자애가 거기 또 서 있는 것 같았다. 또 헛것을 보고 있는 거라고,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그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러나 그는 여자애의 가슴에 안겨 있는 빨간 텔레토비 인형을 본 것 같아 [...] 자세히 보기 »
    2012.02.03
  • 살다 보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나의 많은 소설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믿으며 왔다. 다시 살고자 하는 욕망은 다시 살아도 이래저래,라는 숭고한 체념에 무릎을 꿇지만 다시 쓰고자 하는 욕망은 다시 쓰는 게 다시 사는 것이라는 체념적 숭고에 닿으려고 한다. [...] 자세히 보기 »
    2012.02.01